화재 현장에서 인명 수색 중 순직한 경북 문경소방서 119 구조구급대 소속 고(故)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의 영결식이 주말인 3일 경북도청장(葬)으로 엄수됐다.

두 소방관은 지난달 31일 오후 7시 47분께 경북 문경시 신기동 신기산업단지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하늘의 별’이 됐다. 혹시 남아 있을 마지막 한 사람이라도 찾기 위해 화염을 가르고 뛰어들었다가 갑자기 번진 화마를 끝내 피하지 못했다.

불이 난 공장에는 이미 모두 대피하고 남아 있는 사람은 없었던 터였다. 빈 건물에 들어가 희생을 당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문경 소방관 순직은 소방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소방 당국은 해마다 장비와 인력 확보 등에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나, 정작 현장에서 화마 속에 스러진 소방관과 그 유족을 살피려는 노력이 크게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소방관 다수는 동료를 잃은 슬픔과 미안함으로 심리적 장애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소방관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수면장애 등을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돼 이들의 정신 건강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청이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진료사업단과 함께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소방공무원 5만 280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2023년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 증상, 수면장애, 문제성 음주 등 주요 심리 질환 4개 가운데 적어도 1개 이상에 대해 관리나 치료가 필요한 위험군은 2만 3060명(43.9%)이었다.

질환별(복수 응답)로 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6.5%, 우울 증상 6.3%, 수면장애 27.2%, 문제성 음주 26.4%다. 전년과 비교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6.5%포인트, 우울 증상은 1.3%포인트, 수면장애는 2.6%포인트 감소했다. 문제성 음주는 0.2%포인트 늘었다.

자살 고위험군은 2587명(4.9%), ‘지난 1년간 1회 이상 자살 생각을 했다’고 밝힌 소방대원은 4465명(8.5%)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소방관 직무 특성상 일반인은 접하기 힘든 참혹한 현장에 꾸준히 노출되는 만큼 심리 치료를 위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소방대원들이 순직할 때마다 소방관들의 안전과 정신건강 문제 등의 대책들이 나오지만 실제 현장에선 나아진 것이 없다. 동료를 잃는 아픔과 함께 매일 참혹한 인명피해를 목격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근무환경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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