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영화 업계의 위기가 지속될지 아니면 다시 회복할지 결정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서울의 봄’이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기대작이었던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최근 힘이 빠지는 모습을 보이며 손익분기점(720만)에 미칠지도 의문이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이순신 장군 3부작 프로젝트로 전작들보다 지루한 속도감, 예측된 뻔한 스토리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개봉 20일째 이러한 흥행 적신호로는 손익분기점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

OTT를 포함한 영상 콘텐츠 시장이 확대되면서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코로나 이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영화산업 관계자들은 여전히 극장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한다. 관객들의 영화 관람 패턴이 완전히 달라진 상황 속에서 몇 편의 작품 흥행으로는 영화관을 포함한 배급사, 제작사, 투자사 등에 큰 수익을 가져다줄지도 미지수다.

특히 거물 엔터테인먼트사인 CJ ENM은 지난해 흥행 참패를 거듭하면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영화 ‘유령’이 66만명, ‘더 문’ 51만명을 기록하며 참패했다. 500만 관객을 넘긴 ‘서울의 봄’ ‘범죄도시3’ ‘밀수’ 단 세 편만이 재미를 봤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더욱 다양한 2024년 개봉작들이 대기하고 있다. 관람료 인상, OTT 공룡 플랫폼의 등장으로 관객들의 발길이 줄어든 상황에 영화관들은 새로운 작품을 내걸며 위기 탈출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지난 2022년 흥행에 실패한 영화 ‘외계+인’이 새롭게 도전장을 던지며 2탄을 곧 내놓는다. 이번 ‘외계+인’ 2탄은 어떤 성적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2020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초청을 비롯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던 영화 ‘행복의 나라로’도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 영화에는 보기 드문 로드무비인 이 작품은 최민식과 박해일이 호흡하며 어떤 미장센과 플롯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배우 유해진과 이제훈도 부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1등 소주 회사와 호시탐탐 기업을 노리는 글로벌 투자사가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인 영화 ‘모럴해저드’에 등장하며 연기 대결을 펼친다.

‘정가네 목장(가제)’도 드라마 장르 영화다. 류승룡과 박해준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평화로운 횡산 마을에서 목장을 운영하며 20년간 말 한마디 섞지 않고 지낸 민수와 병수 형제가 갑자기 뜻밖의 동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사바하’ ‘검은 사제들’ 등으로 흔치 않은 오컬트 장르를 구축해 온 장재현 감독은 영화 ‘파묘’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영화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다. 최민식, 김고은, 이도현, 유해진이 파격 변신을 보여줄 예정이다.

영화 ‘베테랑 2’로 9년 만에 서도철 형사가 돌아온다. ‘베테랑 2’에는 황정민을 비롯해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등이 출연한다. 정해인은 빌런으로 변신해 찐 악역을 선보일 예정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로 대표 액션스타가 된 마동석이 제작자 겸 주연으로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로 돌아와 악마 사냥에 나선다.

신작들에 대한 투자 심리도 크게 위축된 상황이지만 새롭게 개봉되는 영화들이 올해 얼마나 흥행 시그널을 보내느냐에 따라 한국 영화가 되살아날지 또다시 침체될 지 결정된다. 흥행 시그널은 신작 투자에도 신호탄이 될 것이다. OTT 시장이 다양해지면서 플랫폼이 견고해지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고 OTT와 차별화를 이루는 노력을 계속해야 등을 돌린 관객들이 다시 영화관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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