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데이터연구소 ‘한국교회 명목상 교인 실태 조사’ 설문
20대·미혼·직분 낮은 성도·중형교회서 높은 비율로 나타나
“가나안 성도에 이어 신앙이탈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 높아”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교회는 다니지만,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거나 구원의 확신이 없는 이른바 ‘명목상 교인(형식적 신자)’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회 ‘명목상 교인’은 출석교인 10명 중 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상 교인은 한국교회 하락세와 맞물려 가나안 성도, 더 나아가 신앙이탈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교회가 명목상 교인에 적합한 양육 및 사역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는 지난 23일 ‘한국교회 명목상 교인 실태 조사 및 신앙 의식’ 설문 결과 발표회를 개최, 28일에는 이 같은 내용을 주간리포트 ‘넘버즈 217호’에 실었다. 설문은 지난 6월 2일부터 8일까지 만 19세 이상 교회 출석 성도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서 명목상 교인은 크게 세 가지 영역(신앙 활동 영역, 정체성 영역, 신념 영역)의 질문에서 추출해 정의됐다. ‘정체성 영역’은 ‘나는 기독교인’이라고 응답하지 않은 교인을, ‘신념 영역’에서는 기독교인 근거가 ‘예수·하나님 믿음’ 외 응답자이거나 구원의 확신이 없거나 신앙의 목적이 개인의 필요 유형인 교인을, ‘신앙 활동영역’은 교회에서 예배 외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성경 읽기·기도를 안 하는 교인으로 정해 이 세 가지 영역을 하나라도 충족하는 교인을 명목상 교인으로 책정됐다. 위의 세 가지 영역을 통해 ‘명목상 교인’으로 정의하고, 그 비율을 측정한 결과, 출석 교인의 39.5%가 명목상 교인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상 교인을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본 결과 20대 연령대, 미혼, 직분이 낮은 성도, 출석교인이 100~499명인 중형교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직분별로 중직자 4명 중 1명(26%)은 명목상 교인에 속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명목상 교인+가나안 성도’ 비율 57.2%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개신교인 중 교회 출석자가 70.7%, 가나안 성도가 29.3%였다. 교회 출석자 중 명목상 교인이 39.5%로 나타났는데, 이를 가나안 성도까지 포함한 전체 개신교인을 기준으로 하면 27.9%가 된다. 따라서 ‘가나안 성도’와 ‘명목상 교인’을 합하면 전체 한국 개신교인의 57.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을 때 ‘명목상 교인’은 76%만이 ‘그렇다’고 응답했고 나머지 24%(잘 모르겠다+아니다)는 ‘크리스천’이란 인식이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원의 확신 여부를 물은 결과, 명목상 교인의 51%만 ‘확신한다’고 응답해 절반에 불과했다.

기독교를 믿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물은 결과, ‘명목상 교인’은 ‘마음의 평안(48%)’을 꼽은 비율이 다른 본질적인 이유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비 명목상 교인’은 3명 중 2명이 ‘구원과 영생을 얻기 위함’이라고 답한 것과는 인식의 차이가 컸다.

◆10명 중 6명 “다른 종교에도 구원 있어”

기독교 교리에 관한 질문에서 명목상 교인들이 가장 동의하지 못한 항목은 기독교의 유일성과 인간의 죄인 됨에 관한 것이었다. 신앙적 주제에 대한 몇 가지 진술문을 제시하고 ‘명목상 교인’에게 각각의 동의 여부를 물었더니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사하시기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셨다’,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셨다’ 항목에 대해서는 80%대의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다만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죄인이다’에 대해서는 절반가량만 동의했고, ‘기독교 외 타 종교에 구원이 없다’에는 명목상 교인 10명 중 4명(38%)만 ‘그렇다’고 응답해 나머지 10명 중 6명(62%)은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는 신앙적 명제에 대해 확신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선택 이유는 가족과 거리”

현재 교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비 명목상 교인’은 ‘목회자·설교 내용이 좋다’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으나, ‘명목상 교인’은 ‘가족이 다닌다(25%)’가 가장 큰 이유였고, 다음으로 ‘거리가 가깝다’, ‘목회자·설교 내용이 좋다’ 등의 순이었다. 명목상 교인에겐 ‘가족’과 ‘거리’ 요인이 교회 선택의 주요 고려사항인 셈이다.

교회에 갔을 때 일반적으로 어떤 느낌을 받는지를 물었더니, ‘편안하다’는 의견이 명목상 교인과 비 명목상 교인 모두 가장 높았으나 차순위로 응답한 ‘행복·즐거움’에 대해서는 명목상 교인은 14%, 비 명목상 교인 37%로 명목상 교인이 교회 내에서 ‘행복·즐거움’을 느끼는 경우는 비 명목상 교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지루하다’ ‘답답하다’ ‘불편하다’는 부정적 느낌에 대한 응답률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교회 출석 빈도를 물은 결과, 명목상 교인의 ‘매주 교회 참석’ 비율은 49%로 나타났다. ‘명목상 교인이 아닌 그룹’의 매주 교회 참석률이 87%이니 절반 가까이 낮은 셈이다. 그 외에 ‘한 달에 2~3번’ 25%, ‘한 달에 1번’ 11% 등의 순으로 응답했고, ‘한 달에 1번 미만’ 참석률이 전체 명목상 신자 7명 중 1명꼴(14%)이었다.

교회에서 예배 외 다른 활동에 참여하는지 여부를 물었더니 ‘명목상 교인’은 36%가, ‘명목상 교인이 아닌 자’는 76%가 ‘참여한다’고 응답해 교회에서 명목상 교인의 예배 외 타 활동 참여율이 비 명목상 교인보다 절반 이상 낮았다. 교회 양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향을 물은 결과, 명목상 교인은 ‘참여 의향 있음’ 50%로 비 명목상 교인의 대다수(85%)가 참여 의향을 보인 것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월평균 헌금액을 물은 결과 ‘명목상 교인’ 14만원, ‘비 명목상 교인’ 24만원으로 집계됐다. 십일조 여부를 물었더니 비 명목상 교인은 4명 중 3명(76%)이 ‘십일조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명목상 교인은 절반에 못 미치는 44%만 십일조를 드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명목상 교인 44% “성경 거의 안 읽어”

성경을 읽는 시간을 명목상 교인과 비 명목상 교인 간 비교해 봤더니 ‘명목상 교인’의 경우 ‘거의 안 읽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44%로 절반 가까이 됐다. 반면 ‘비 명목상 교인’은 ‘가끔(38%)’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매일’, ‘자주’ 순으로 응답해 명목상 교인과 성경 읽기 시간에서도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기도 시간의 빈도를 살펴본 결과 ‘명목상 교인’은 ‘가끔, 필요할 때만 한다’ 39%, ‘거의 안 한다’ 22%로, ‘명목상 교인’ 5명 중 3명(61%)은 평소 기도 생활을 아예 안하거나, ‘필요할 때만’ 가끔 기도하는 특성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 대해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실천신학교 김선일 교수는 “많은 이가 인생 여정 가운데 명목상 신앙에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영적 변동을 경험할 수 있다”며 “우리 모두가 명목상 신앙으로 흘러갈 수 있는 잠재성이 있음을 깨닫고 이를 교회 내 중요한 사역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명목상 교인은 교회 내의 양육 대상일 뿐 아니라 선교적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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