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올해에도 바닥을 치고 있는 영화 업계의 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OTT를 포함한 영상콘텐츠 시장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플랫폼은 더욱 견고해지고, 오프라인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영화 관객 수를 조작한 혐의로 멀티플렉스 3개사와 배급사 24개사 등 업계 관계자 69명이 무더기 검찰에 송치되면서 더욱더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화산업이 한번 크게 망가지면 그 여파는 문화계 전체로도 번질 수 있다. 코로나19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지난 3년간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던 멀티플렉스는 하반기에도 경영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 관객들은 여름이든 겨울이든 1만원 이상의 관람료를 지불하고 반드시 거쳐야 하는 ‘힐링 코스’로 영화관을 찾았다. 특히 여름철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극장에서 팝콘을 먹으며 영화 한 편을 벗 삼아 잠시라도 현실을 떠나곤 했다.

그러나 최근 젊은 관객들은 영화관 관람료에 심적 부담을 많이 느낀다. 영화관보다는 OTT 서비스로 눈을 돌리는 게 현실이다. 2019년과 비교하면 현재 영화관 관객 수는 절반으로 떨어졌고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는 수년 동안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OTT가 확대됨에 따라 영화관들의 매출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관객들은 온라인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한국 영화 누적 관객수는 팬데믹 이전 시기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영화 흥행의 실패로 신작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작들에 투자가 이어지고 돈이 돌아야 경쟁력 있는 작품들도 만들어지고 극장가에도 큰 힘이 되겠지만, 올해 상반기 기대작들은 2~3편을 제외하고 줄줄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도 멀티플렉스는 관람료 인하에 응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3년 동안 쌓인 적자를 벗어나려면 현 관람료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훨씬 까다로워진 젊은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극장가의 리노베이션이 절실하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등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가 일상화되는 현상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20, 30대가 영화관을 찾아 영화시장을 리드하고 있고, 그 리딩 세력이 영화관 발길을 줄이면서 관람 패턴이 완전히 변했다. 주목할 만한 작품성을 가지고 젊은 관객들을 설득해야 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 스토리텔링과 플롯, 클라이맥스에 관람료만 비싸, 영화관에 가지 않겠다는 젊은 층의 심리적 저항감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영상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출퇴근할 때도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다. 특히 지하철의 경우 핸드폰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사람이 크게 많아졌다. 굳이 1만 5000원을 들여 극장을 가야하나라는 젊은층의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면 멀티플렉스의 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한국영화에 대한 위기론은 확산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도 상반기처럼 저조한 흥행 성적표를 거둔다면, 멀티플렉스는 더욱 휘청거릴 것이다. 코로나로 속속 미뤄졌던 영화들의 개봉이 하반기에 이어질 예정이다. 수백억을 들여 제작한 영화들이 1주일도 걸리지 못한 채 관객들의 뇌리에서 사라질까 우려스럽기만 하다.

OTT에 대한 젊은 관객들의 선택권이 더욱 확고해지면서 가격대, 재미, 풍성한 영상콘텐츠 등 효율성까지 따지는 MZ세대들이 과연 영화관에 다시 노크할지 주목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