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영화관에 발길이 끊긴 이유에 대해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 탓으로 원인을 돌렸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에도 관람객들은 영화관을 잘 찾지 않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영업손실 회복에 실패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극장을 대체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영화 팬들은 기존과 달리 영화관을 찾는 대신 넷플릭스 등 OTT를 선택하고 있다. 최근 영화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대작들이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흥행을 위해 달려가고 있지만 코로나 전에 비해 흥행성은 크게 역부족이다. 아울러 수백억원을 들인 영화 더 문, 비공식작전은 관객의 외면을 받고 참패했다.

극장 값이 비싸다는 평판도 관객들이 멀리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CGV의 일반 요금은 1만2000원에서 주말엔 1만 6000원에 달한다. 영화 한 편에 1만 6000원을 지불하는 것과 한 달 내내 다큐멘터리, 새로운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5000원에서 1만 2000원을 내는 것은 관객들이 OTT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명분으로 충분하다.

OTT 앱 사용자도 3000만명을 돌파했다.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370% 늘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2030세대와 더불어 40대 중년들의 OTT 사용이 늘었다는 점이다. 이는 40대 등 중년들마저 오프라인 영화관 관람보다 점점 OTT 관람으로 방향을 틀며 시청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관에서 영화 한 번 보는 값으로 그 돈이면 넷플릭스나 쿠팡플레이를 마음껏 보는 게 낫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커지는 점도 한국 영화들의 흥행성 부진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더 새롭고 풍성해진 OTT 콘텐츠에 비해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의 재미, 흥행성, 경쟁력이 높지 않은 점도 직격탄을 맞은 이유다. 영화를 포함한 영상 콘텐츠 소비가 극장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는 트렌드를 막을 수 없다.

영화 시장에서 점유율 1위 CGV도 코로나 피해로 2020년, 2021년에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적자 폭이 줄었음에도 영업손실이 768억원에 달했다. CJ ENM도 영화 사업부문의 적자가 커지며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란 듯이 넷플릭스는 장르와 포맷을 넘나드는 뛰어난 콘텐츠 제작을 통해 더욱 가입자 수를 끌어모으는 중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주요 영상콘텐츠가 만들어지고 공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이 OTT 콘텐츠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관람가가 계속 비싸다면 관람객들은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OTT 이용자로서 더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영화제작 인력 등 영화 관계자들도 OTT용 영상 제작에 대거 참여하면서 OTT 콘텐츠의 경쟁력에 힘을 싣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문화 소비의 패러다임이 더 급격히 변화될 것이다. 영화관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서는 시도하지 않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녹아 있는 시나리오, 관객들이 웃고 즐길 수 있는 공감 콘텐츠, 눈이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퀄리티 제공이 그 해답일 것이다.

OTT를 향한 관객의 질주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OTT를 이겨낼 수 있는 영화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관객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언제쯤 침체된 영화시장에 단비가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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