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이번 잼버리는 6년 준비에도 예견된 폭우와 폭염을 대비하지 못했고 전체적으로 허점이 크게 드러난 국제 망신이 된 대회로 인식되고 있다.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됐던 야영장이 또 물에 잠겼고 온전한 야영장을 만들어 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 들었지만, 예측대로 세계 청소년들은 큰 불편을 겪었으며, 심지어 일부 국가 청소년들은 퇴영을 시작했다. 

이번 잼버리가 불볕대회가 될 것은 이미 예견됐다. 새만금은 여름 기온이 36도를 넘나들고 습도가 10% 오르면 체감온도는 1도씩 더 올라간다. 대회 준비가 너무나 부족하고 미흡했던 조직위원회와 해당 지자체는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개선되고 노력했다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스카우트 운동의 역사와 가치를 기리며 국가와 인종, 문화, 언어, 종교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다름을 인정하는 지구촌 최대 규모의 청소년축제인 잼버리에 기대를 걸고 한국에 도착했던 수많은 해외 청소년들은 실망했고, 돈을 낸 만큼의 경험을 얻지 못하고 떠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세계 청소년들이 함께 야영 생활을 하며 문화교류와 우애를 나눈다는 취지는 뒤로 하고 대회 종료 때까지 한국 관광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여 또 다른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 청소년들이 한국 관광을 하기 위해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것은 아닐 것이다. 과연 한국 관광으로 세계 잼버리의 정신을 구현하고 그들이 기대했던 문화교류와 우애를 나누고 당초 목표했던 것을 달성할 수 있을까.

부실 운영과 졸속 추진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잼버리에 대해 정치권의 융단폭격도 예상되고 있다.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의 등에 활용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라 조직위 관계자들은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잼버리는 세계 청소년에게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기회라기보다는, 폭염에 대한 준비 소홀과 부실 운영 등으로 큰 실망감을 안겨준 행사로 기억될 전망이다. 

여전히 새만금 일대 야영지에는 전 세계 152개국에서 온 3만여명 이상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진행됐어야 할 프로그램 등이 중단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아울러 정부에서는 이제서야 K팝 행사를 강행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고,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다며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잼버리 야영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도 쏟아지며 감염 확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잼버리대회는 후진국형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국제 망신 대회가 돼가고 있다. 한국을 알리는 국위 선양은 커녕 망신만 당하는 행사로 전락해 버렸다. 

6년을 준비했다는 조직위원회와 정부가 무엇을 놓치고 안일했는지 진상을 파악해야 하며, 관계자들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지금 전 세계 주요 해외뉴스와 SNS에서는 잼버리 대원들의 고된 상황을 집중 조명하며 마치 난민촌 풍경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잼버리대회 후 책임 소재를 반드시 따져야 하며 며칠 남지 않은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챙겨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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