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
한교연, 한기총은 올해도 따로 국밥
한교총 대표회장 “예배 중복 유감”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신자들이 부활절 예배를 하고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신자들이 부활절 예배를 하고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3년이 넘도록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 기독교 명절 ‘부활절’이 돌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후 치러지는 첫 부활절 기념예배와 각종 행사들은 교회들과 교인들의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특히 개신교에서는 이번 부활절을 기점으로 교회 ‘통합’을 이루고 ‘부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가 사실상 엔데믹(감염병의 풍토화)으로 전환된 이때야말로 한국교회가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부활절을 맞은 개신교 지도자들은 사회적으로 분열과 갈등이 극심한 지금 사회 통합을 기도하고 교회가 희망을 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역시 한국교회 주요 단체들의 부활절 기념 예배가 각각 정치적 이념 등에 따라 ‘사분오열’되면서 본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6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등 교계에 따르면 한국교회 72개 교단과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가 참여하는 ‘2023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대회장 이영훈 목사)’가 오는 9일 오후 4시 서울시 중구 영락교회에서 열린다.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준비위)는 지난 31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을 열고 부활절 연합예배의 주제와 기본 계획 등을 밝혔다. 이번 연합예배의 주제는 ‘부활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표어는 ‘부활 생명! 회복과 부흥으로’다.

연합예배 대회장은 한교총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가 맡았고, 대표 설교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 총회장이자 한교총 공동회장인 장종현 목사가 나선다. 준비위는 예배에서 모인 헌금 전액은 저출산대책위원회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회장 이영훈 목사는 “이번 부활절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희망을 선포하며 침체된 교회에는 성령의 바람이 불어 온 세상에 예수 부활의 기쁨과 희망의 소식이 전해지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의 진정한 화합과 하나 됨을 위해서도 기도한다”며 “편가르기와 이권 다툼으로 나뉘고 갈라진 대한민국이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낮아짐을 통해 이해하고 용서하며 하나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교회 연합예배’라는 명칭이 무색하게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다수 교회 연합기관이 따로 부활절 예배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먼저 한기총은 9일 오후 3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대강당에서 ‘부활과 회복’을 주제로 2023년 한국교회 부활절 감사예배를 드린다. 또 광화문에서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광화문의애국시민들’이 부활절 연합예배를 열겠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구세군서울제일교회에서 부활절 기념예배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분오열 진행되는 부활절 예배 속에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한교연과 전광훈 목사 측의 부활절 예배가 치러질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같은 시간대, 한교총이 주최하는 ‘2023년 이스터(부활절) 퍼레이드’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2022년 4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2 한국교회 자유통일을 위한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교인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채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2022년 4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2 한국교회 자유통일을 위한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교인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채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DB

전 목사가 그간 한교총 대표회장 이 목사를 향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해온 만큼 일각에서는 양측의 충돌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오후 열릴 부활절 퍼레이드는 분열과 투쟁으로 가득한 거리를 평화와 사랑과 화합을 담은 건강한 기독교 문화로 채우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교회, 선교기관, 대안학교, 다문화팀 등 총 61개팀 5000여명이 참여해 구약, 신약, 근현대, 다음 세대 등 주제별로 행렬하며 대규모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부활절에도 좀처럼 하나되지 못하는 현실에 교계에서는 분열에 대한 지적이 수년째 나오고 있다. 올해 역시 부활절 연합예배의 하나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국교회언론회는 부활절을 앞두고 낸 논평에서 “예수님의 몸이 하나요 부활이 하나인데 왜 각자의 이름으로 흩어져 예배를 드려야 하는가”라며 “과거 한국교회는 교단을 초월하고 교파를 초월해 정치적 성향을 떠나 하나 된 모습으로 부활절 예배를 드렸던 전통이 있었다. 지금처럼 5~6개 단체가 여러 군데에서 따로따로 모이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형식과 이름 명분과 체면을 뛰어넘어 하나된 모습을 보이길 간절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이영훈 목사는 한기총 등 연합기관이 따로 부활절 기념예배를 개최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교회가 하나돼 드리는 부활절 예배를 중복해서 드린다는 게 유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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