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주일 전 40일 동안
예수 십자가 고난 묵상하며
금식과 속죄의 시간 가져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사순절을 꼭 지켜야 하나요?”

이제 갓 입교한 새 신자인 김효선(40, 여)씨는 지난 22일부터 사순절 금식에 돌입했다. 

하지만 최근 교인인 회사 동료로부터 사순절을 성경적으로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는 말을 듣고 혼란스러웠다. 

부활절을 앞두고 기독교계가 사순절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처음 맞는 사순절에 기독교계의 활동이 분주하다. 많은 교회에서는 특별새벽기도회를 시작으로 릴레이 금식, 이웃돕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합심 기도와 나눔 실천 등 각자 사순절의 의미를 기리기 위한 행사 진행에 나섰다. 

22일 ‘재의 수요일’로 시작된 사순절 기간은 오는 9일까지 이어진다. 사순절은 어떤 절기일까. 

◆ 사순절은 무엇인가

사순절 기간(2월22일~4월9일)은 부활주일 전 40일을 말한다. 사순절은 수요일부터 시작하는데, 이날을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곧 속죄일이라고 한다. 재는 슬픔과 죄에 대한 회개를 상징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회개할 때나 슬픔을 표시할 때 재를 머리에 뿌리거나 뒤집어쓰고 재 위에 앉아서 참회했다. 이처럼 사순절 기간 교인들은 예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며 금식과 속죄의 시간을 갖는다.

22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한 교회에서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을 기념하는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연합/AFP)
22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한 교회에서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을 기념하는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연합/AFP)

사순절은 본래 기한이 없었다. 초기 기독교 역사를 살펴보면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기 이전의 40시간으로 계산해 2~3일만 지키는 사례도 기록돼 있다. 사순절 기간이 40일로 처음 결정된 것은 AD 325년 니케아 종교 회의(council of Nicea)에서다. 이 40일은 예수님이 사역을 시작하시기 전 광야에서 40일간 금식한 것,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후 부활해서 승천하시기까지 40일 동안 사역하셨던 것 등 40이란 숫자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즉 성경에 명시된 것은 아니다. 이 전통은 교황 그레고리오 1세(재위 590~604) 때에 와서 재의 수요일로 시작해 40일을 엄격하게 지키게 됐다. 이후 마치 모세 율법에 많은 규칙을 더했던 바리새인들처럼 중세교회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 천주교-개신교 시각차 

기독교의 대표 절기로 꼽히는 사순절이지만 천주교와 개신교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각각다르다. 

천주교에서는 사순절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제2바티칸 공회의의 결정에 따라 교황 바오로 6세가 1963년 말에 발표한 전례헌장 102항에서는 로마교황청이 사순절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과 신비를 총 망라한 교회력 또는 전례력의 중요한 하나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니케아 공의회(325년) 제5법령으로 규정된 ‘사순절’은 재의 수요일과 성 금요일을 기념하며 사순절 동안 참회의 시간을 갖고, 금식, 금욕 생활을 한다.

반면 개신교에서는 성공회, 루터파 등 일부 교회에서 교회력 절기로 정해 지키고 있지만 절기로 정해 모든 교단이 엄격하게 지켜오지는 않았다. 사순절이 성경에는 언급되지 않았단 이유 등에서다. 

교세로는 개신교 양대산맥을 자랑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은 지난 83회 총회보고서에서 사순절과 관련해 “부활절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사순절을 지키는 것이고, 좋은 절기로 다양한 형식을 갖추고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성경중심의 신앙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 브라질 카니발축제를 예로 들며 금식‧금욕 기간인 사순절 전 주간을 축제 기간으로 삼고 행해지는 문란한 행태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절제 없는 행위를 한 후 고해성사만 하면 된다는 식이 돼버린 일부 신도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특히 예장합동은 ‘사순절의 의미와 기원행사 등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교단 내에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 사순절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고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예장합동은 개신교 교회의 절기로 지키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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