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중국 북송 청자접시의 영기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도 1-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7
중국 북송 청자접시의 영기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도 1-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7

 

중국 북송의 자기에도 영기문 보여

도자기의 모든 문양은 영기문이므로

모든 접시는 만병이 되며 보주가 됨

고려청자를 다루면서 그 자기가 단지 현실에서 매일 사용하는 그릇이 아니고 형이상학적으로 만병의 성격을 지닌 고차원의 자기이며, 거기에서 신(神)이나 신전(神殿)마저 화생하고 있으므로 신적(神的) 개념보다 더 근원적인 조형임을 다각도로 증명해 왔다. 그리고 만병에 이어 곧바로 여의보주로 이행할 수 있음도 알았다.

마침내 이제는 고려청자의 표면에 베풀어진 갖가지 문양에 대해 다룰 참이었다. 그런데 서양의 만병을 다루다가 표면에 표현된 문양이 바로 만병에서 솟아나는 문양임을 깨달았다. 아이작 뉴턴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문득 만유인력을 깨달은 것이 아니라, 그 진리를 끊임없이 생각해오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는 순간 깨달은 것과 같다. 마땅히 문양을 다루어야 하나 잠깐 숨을 고르며 기다려야 한다. 

이미 22회를 거쳐 왔으나 지금까지의 전체 그림을 생각해보기로 하자. 도자기는 도기와 자기를 합쳐 부르는 용어로 도기는 신석기시대부터 이른 바, 각 문명에서 즉 크레타와 그리스, 인도,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만들어져 널리 쓰인 그릇이지만 역시 만병, 더 나아가서 보주의 성격을 이미 강하게 띠고 있으므로 이 연재를 열심히 읽은 독자들은 그런 도기의 세계를 쉽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신석기시대라고 하면 아마도 문명이라고 여기지 않아 그다지 고차원의 세계를 표현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많을 것이나 그렇지 않다. 이 연재에서는 도기까지 다루면 너무 방대해 짐으로 생략했을 뿐이다. 도기는 역사가 매우 길어서 우리나라에서도 신석기시대 이래 그 전통이 현대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 연재에서 원래 중국 자기를 건너뛰려고 했으나 도기에 유약을 입혀서 다각도로 시도한 ‘시유(施釉) 자기’의 연원은 세계에서 중국이 역사가 가장 오래고, 가장 다양할 뿐만 아니라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청자를 제작하며 중국 자기에서 배운 바 많음으로 고려청자와 관련하여 북송(北宋)대의 자기를 3회 정도 간단히 다루려 한다.

고려청자는 그 뿌리가 중국 북송대 자기에 있으므로 부족하지만 중국자기를 다루는 것이 학자의 태도이고 양심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비록 북송대 자기에서 고려청자가 가능했지만, 중국 쪽에서 고려청자를 천하제일이라 칭송한 것은 그저 말뿐이 아니다. 앞으로 비교해 보면 알겠지만 고려청자는 참으로 천제일이라 일컬을 만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펴낸 『중국도자(2007년)』에는 다량의 뛰어난 북송대의 자기가 실려 있어서 놀랐다. 중국 통일왕조 송나라(960~1279)는 전기(북송)과 후기(남송)로 나뉘는데, 북송(960~1123년)은 개봉에 수도를 둔 나라다.

한대부터 북송 전기까지 중국의 여러 왕조에서 청자나 백자를 황실 전용 가마를 두지 않았고 공요(貢窯)를 두었을 뿐이나, 휘종 연간(1100~1125)에는 관요가 설립되어 황실 전용 가마로서 역할을 했지만 개봉 일대가 홍수와 재해로 관요의 실상을 알 수 없다. 바로 이 시기에 고려청자의 절정기가 시작된다.

금나라에 의해 남쪽으로 피해 남송을 세운다. 송나라의 후기를 이루는 남송(1127~1279) 기간은 북송과 함께 고려(918~1392)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수도가 임안(臨安, 현 항주)인데 금을 멸망시킨 몽고군에 의해 송 왕조의 운명은 끝난다. 그러므로 고려청자를 다룰 때, 중국 북송과 남송의 자기를 반드시 비교 연구할 필요가 있다.

남송 관요는 지금의 항주에 두었는데 유품이 매우 드물어서 세계적으로 진기하게 취급된다. 북송의 자기는 갈색을 띠고 있으나 청자라 부르고, 남송의 자기는 밝은 푸른색을 띠어 물론 청자라 부르지만 우리나라 청자 색과 그릇 형태가 꽤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북송의 관요 청자가 드물어서 개성 출토 청자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즉 개성 출토 북송 청자는 어쩌면 북송의 관요에서 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전공자에 물어보니 북송과 고려의 청자를 비교 연구한 논문이 없다고 한다.
 

도 1-2와 도 1-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천지일보 2022.1.17
도 1-2와 도 1-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천지일보 2022.1.17

이제부터 다룰 북송 청자는 개성에서 출토된 것인데 도록에는 문양 이름을 ‘모란절지문’이라 이름 짓고 있다(도 1-1, 耀州窯, 높이 4.8센티미터, 입지름 15센티).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런 모양의 모란 모양을 본 적이 있는가. 붕긋붕긋하면 모두가 모란이라 부르는데 실은 모두 영기문의 속성임을 연재를 통해 알아차렸을 것이다. 밑그림을 취해서 채석분석해 보면 분명히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도 1-4 도 1-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7
도 1-4 도 1-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7

그 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밑그림은 다음과 같다(도 1-2). 한 줄기만 채색해보면 그 전개 과정을 분명히 알아볼 수 있다(도 1-3). 전체를 채색해 보면 둥근 모양을 띤다(도 1-4). 이 조형을 단순화시키면 우리가 배워온 조형언어인 제1, 제2, 제3영기싹 영기문으로 그리고 보주로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도 1-5).

필자가 찾아낸 조형언어로 이루어진 영기문을 중국 북송의 자기에서도 완벽하게 읽어볼 수 있지만 중국학자들이나 일본과 한국 도자기 전공자들은 읽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작업하다가 둥근 접시의 윤곽을 지워보니 그 순간 문득 13년 전에 열심히 고려 불화의 여래나 보살들의 옷에 표현된 등근 영기문을 채색분석한 것들을 떠올렸다.

그때 그 둥근 모양을 보주문이라 불렀었는데 틀린 용어는 아니다. 그런데 모든 고려 불화에서 여래나 보살의 옷에 갖가지 둥근 영기문이 있으나 물론 고려 불화 전공자들은 제1, 제2, 제3, 보주 등, 조형언어를 알지 모르므로 그 수많은 둥근 영기문을 ‘원형 연당초문’이라 일괄하여 부르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그 문양들을 자세히 보면 둥근 선이 없지 않은가. 막연히 둥근 원이 마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필자의 명함에는 일본 대덕사 수월관음도의 원형 영기문을 풀었으므로 그 뒷면에 인쇄했는데 그 당시 원형 선을 집어넣었다. 큰 실수였다. “영기문은 무한히 뻗어나가기 때문에 원으로 한정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수를 범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문득 떠올라 그 파일을 찾아 두 점 싣는다.
 

아미타 내영도 원형 보주문, 일본 島津家舊藏(도 2-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7
아미타 내영도 원형 보주문, 일본 島津家舊藏(도 2-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7

일본에 있는 아미타 내영도의 아미타여래의 옷에는 큼직한 원형 영기문이 있다(도 2-1). 그 밑그림들은 심연옥 교수가 펴낸 『한국 복식문양 2000년(고대직물연구소 출판부, 2006년)』이란 책에 실린 것을 이용했다(도 2-2).

도 2-2 도 2-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7
도 2-2 도 2-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7
이 문양의 본질은 제1영기싹이 연이은 영기문(도 2-4). 한 번 그려 보세요.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7
이 문양의 본질은 제1영기싹이 연이은 영기문(도 2-4). 한 번 그려 보세요.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7

그 문양을 채색분석해보면 꽃은 인간이 조형예술에서 창조한 꽃이지 현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꽃이 아니다. 현실의 꽃 이름으로 부르므로 모든 용어가 틀릴 수밖에 없다. 줄기에서 무량한 제1영기싹이 연이어 나온다(도 2-3). 그 조형을 조형언어의 음소로 바꾸면 제1영기싹의 전개로 되는데 둘러싼 원형 선이 실제로 없다(도 2-4). 단순화시키다가 보니 둥근 선 같이 보일뿐이다. 채색분석한 것을 보라.
 

아미타 삼존도 원형 보주문, 일본 본 法道寺 소장(도 3-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7
아미타 삼존도 원형 보주문, 일본 본 法道寺 소장(도 3-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7

역시 일본 사찰 소장 아미타 삼존도에도 둥근 원형 영기문이 있다(도 3-1). 밑그림을 취하여 그린 것을 보면 역시 작품에서나 도면에서는 한 가지 색이어서 파악이 안 되어 채색분석해 보아야 눈으로 비로소 파악해 볼 수 있다(도 3-2). 채색분석을 단계적으로 실어야 하나 마지막 단계만 싣는다(도 3-3). 이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도 3-2 도 3-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7
도 3-2 도 3-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7

아, 모두 둥근 윤곽선이 없다. 이에 이르러 중국 송대의 청자 접시 영기문은 원래 둥근 원이 없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접시가 만병이 되며 보주가 됨을 고려불화 둥근 영기문이 증명해 주지 않는가. 그러므로 도자기의 모든 문양은 영기문이므로 모든 접시는 만병이 되며 즉시 보주가 된다. 이에 이르러 필자의 도자기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깊어져가고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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