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일본 야마토(大和) 문화관 소장. 강진 출토. 청자 구룡형 정병. 33.5센티(도 4-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4.11
일본 야마토(大和) 문화관 소장. 강진 출토. 청자 구룡형 정병. 33.5센티(도 4-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4.11

 

영수·영조 모양 고려청자 작품 많아
연꽃 씨방 위에는 절대적 존재만 앉아
영수·영조는 그 몸 자체가 보주가 

고려청자들 중에 용을 비롯하여 봉황이나 기린이나 어룡(魚龍) 등 영화된 동물들인 영수(靈獸) 모양으로 전체를 병이나 항아리로 만들거나, 봉황을 비롯하여 원앙새 등 영조(靈鳥)들의 몸 전체로 고려청자를 만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들이 많다. 이미 고려청자들의 문양이나 형태들은 현실에서 보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언명한 바 있다. 비록 현실에서 본 것과 똑같다고 해도 어느 구석에 영화된 조형들이 있어서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아마도 도자기 전공자들은 이 말에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용은 동양의 신 가운데 최고의 신이어서 현실에서 볼 수 없음을 모두 알고 있지만 원앙새는 현실의 것과 똑같다.
 

원앙 모양 향로 뚜껑. 높이 12센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도 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4.11
원앙 모양 향로 뚜껑. 높이 12센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도 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4.11


그러나 그 받침 부분을 보면 연꽃의 씨방 위에 앉아 있어서 범상한 존재가 아니다(도 1). 즉 연꽃의 씨방 위에는 여래나 보살이나 용 같은 절대적 존재들만이 앉아 있을 수 있다. 즉 여래나 용이 씨방 안의 씨앗이 영화된 보주들에서 화생하는 보주화생의 광경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분들은 <보주화생>이란 말을 처음 들을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여래나 보살이 연꽃 위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연꽃의 반구형의 평평한 위에서 보이는 씨앗들 위에 앉아 있는데, 이 때 씨앗들은 보주로 승화하여 보주에서 화생하는 광경임을 필자가 처음으로 밝힌 바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연꽃은 연꽃이 아니라고 말하면 아마도 불교종단에서 항의할지도 모른다. 연꽃에서 꽃잎은 모양이 아름답고 색도 아름답지만 꽃잎은 허상이어서 얼마 가지 않아 시들어서 썩어 없어지지만, 반구형 혹은 원추형의 씨방 안의 씨앗들은 이듬해에 다시 싹을 틔워 꽃피며 생명을 영원히 이어가서 다른 꽃의 씨앗들과 함께 지구상에 생명을 영원히 이어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간단히 정리해 보고 앞으로 나아가자.

이 연재는 27회째이다. 그동안 관통하고 있는 핵심은 다음과 같다.
① 도자기를 본질적으로 파악하려면 용(龍)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② 용을 탐구하는 동안 <여의보주>, 약하여 <보주>를 함께 탐구해야 한다.
③ 용의 입에서 제1영기싹, 제2영기싹. 제3영기싹 그리고 보주들이 무량하게 나온다.
④ 도자기는 만병(滿甁)이고 만병은 곧 보주(寶珠)임을 깨달아야 한다.
⑤ 도자기 표면의 문양은 용의 입에서 혹은 보주에서 생겨나는 만물생성의 근원들이 되는 조형언어들 즉 제1, 제2, 제3영기싹과 보주를 표현한 것이다.
⑥ 씨앗이 보주가 된다는 것은 필자가 불상이 원래 주 전공이어서 증명한 바 있다. 원앙새가 앉아있는 자리는 바로 씨방 위다. 그래서<씨앗=보주>를 보여주기 위해 보주들을 돌출시키고 있다.

그동안 한해에 걸쳐 이상의 중요한 개념들을 인식시키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만일 그런 개념들을 숙지하지 못했다면 첫 회부터 다시 정독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하는 연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자 어룡형 향로. 22.7센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도 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4.11
청자 어룡형 향로. 22.7센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도 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4.11

<청자 어룡형 향로>의 명칭도 그저 <청자 용 조각 향로>이지 어룡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용이란 영수는 그 형태가 천변만화하여 그저 용이라 부르면 된다. 제26회에서 꼬리가 중요한 경우가 있다고 설파했는데 과연 꼬리가 제2영기싹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느냐(도 2).
 

청자 어룡형 주자. 높이 24.2센티(도 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4.11
청자 어룡형 주자. 높이 24.2센티(도 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4.11

원앙새 조각 향로뚜껑도 아미도 이러한 연화 대좌형 위에 놓여 있었을 것이나 지금은 그 짝이 없다. 원앙새에서처럼 원앙새 모양 전체가 기형을 이루듯이 <고려청자 어룡형 주자>도 용 전체가 주자(注子)이지 주자의 장식이 아니다(도 3).

몸은 물론 꼬리나 손잡이 등 일체가 용이 아닌가. 손잡이의 두 줄이 꼬인 것은, 전체를 휘감은 연잎들과 연봉들이 현실에서 보는 것과 같지 않으며, 모두 영기문으로 연잎에서도 여래나 보살이 화생하고 봉오리는 그 자체로 보주가 되는데 말하자면 그 연잎과 봉오리들은 용의 입에서 나오는 것으로 실제는 그렇게 하면 복잡해지니까 턱 밑에서 나오게 했다. 그리고 물고기와 용의 관계는 설명이 길므로 여기에선 생략하고 다만 같은 성격인 것만 지적해 둔다. 그러므로 어룡이란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번 연재의 주인공인 <고려청자 구룡형 정병>을 살펴보자(도 4-1). 학계에서는 아홉 마리 용으로 장식한 정병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용은 동양에서는 최고의 신적 존재(神的存在)이므로 한 마리 두 마리 등 동물을 가리키는 말은 삼가야 한다. 용의 아드님이지 용 새끼가 아니며 마리가 아니라 용 한분 두 분이라 불러야 한다. 용 이빨도 용납할 수 없어 치아라 불러야 한다. 용의 본질을 모르므로 이 정병 아홉 분이 모여 정병이라는 완전체를 이루고 있음을 인식할 수 없을 것이다.
 

도 4-1의 윗부분(도 4-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4.11
도 4-1의 윗부분(도 4-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4.11

윗부분에는 용신(龍神)의 머리 아홉을 예리하게 돌출시켜 표현하고, 정병의 몸은 아홉 분의 몸으로 구성되어졌음을 알 수 있다. 복잡한 아홉 분의 용 몸들의 구성을 잘 어울리게 음각과 양각으로 절묘하게 표현했다. 그러니까 정병 표면을 아홉 분의 몸으로 장식한 것이 아니고 아홉 분의 용으로 만들어진 정병이란 말이다. 위부분의 용 아홉 분의 얼굴을 보면 날카로운 뿔이나 치아 등 세부가 조금도 손상이 없이 잘 보존된 것은 기적이라 할만하다(도 4-2).

그 아홉 분의 입이 크게 벌려져서 물이 나오게끔 되어 있다. 강진에서 발견되어 있다고 전해오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아, 모든 영수(靈獸)나 영조(靈鳥)의 형태가 그대로 정병이나 주자 등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모든 영수나 영조의 입에서는 보주가 나올 수 있으며, 모든 영기문이 나올 수 있음을 필자는 알아냈으므로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그리고 모든 영수와 영조는 그 몸 자체가 보주이다. 이런 내용은 글로써 간단히 설명할 수 없다. 만일 그런 진리를 배우고 싶다면, 그래서 도자기의 본질을 알고 싶은 분들은 필자의 연구원인 무본당, 모든 것의 근본을 탐구하는 <일향 한국 미술사 연구원>으로 오시기 바란다.

그러면 이 청자 구룡 정병은 어디에서 사용한 의기였을까. 싯다르타 태자가 무우수 아래에서 탄생했을 때 아홉 용이 나타나 태자를 목욕시켰다고 한다. 필자의 이론으로는 아홉의 용신의 입에서 영수(靈水)가 나와 태자를 영화시켰다고 말해야 한다. 다른 차원의 탄생이니만큼 탄생이 아니라 화생(化生)이다. 그러므로 석가탄신일에 이런 청자 구룡 정병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자세한 것은 필자가 2007년에 발간한 『한국미술의 탄생(솔 출판)』이란 저서 제18장을 읽어주시기 바란다.

청자 영조형 주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높이 22.7센티(도 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4.11
청자 영조형 주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높이 22.7센티(도 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4.11

누구나 알고 있듯이 용은 물, 만물 생성의 근원을 상징한다. 무량한 용들고 구성된 정병이니 만큼, 구룡토수(九龍吐水)의 아이디어를 정병으로 구현한 것은 경탄스럽지 않은가. 용과 마찬가지로 영조의 몸으로 병을 만들기도 한다(도 5). 새의 모양이지만 보지 못하던 날개도 있어서 그저 영조라고 불러야 한다. 바로 그 영조 몸 전체를 주자로 삼은 것도 경탄스럽다. 영조 자체가 큰 만병이 되고 보주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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