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2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24

각종 설화로 몸살 앓은 李·尹

李, ‘사이다’→‘리스크’ 된 입

일각선 ‘말 바꾸기’ 논란도

‘대선 전초전’ 성격 띈 올해

기대감 일던 尹의 정치등판

1일 1실언 논란으로 구설수

“제가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7월 5일 민주당 예비 경선 토론회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여배우 스캔들’에 대해 지적하자 답한 말.)

“전두환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 (윤 후보가 10월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협 간담회에서 한 말.)

”대장동 개발은 모범적 공익 사업… 성남시장 시절의 최대의 치적” (이 후보가 9월 14일 ‘대장동 특혜 의혹’ 반박 기자회견에서 한 말.)

[천지일보=원민음·김성완·이대경 기자] 2021년 올해 정치권은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위한 전초전으로 ‘다사다난’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LH로 시작돼 ‘정권심판론’으로 이어진 4.7재보궐선거, 보수당의 30대 대표 선출, 여야 대선 주자들의 비리 의혹과 연이은 추문 등 각종 사건으로 환호와 탄식이 교차한 한해였다.

특히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여야 거대 정당의 두 후보들은 각종 설화로 몸살을 앓았는데, 이들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터져 나온 말들이 어떤 파장을 불러왔는지 짚어봤다. 아울러 올 한해 정치권에 논란이 되거나 화제가 됐던 주요 발언도 간략하게 정리해 소개한다.

◆이재명, 리스크로 바뀐 그의 ‘입’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와 성남 시장 시절에 있었던 언행으로 시원시원하다는 평을 받은 적 있다. 그러나 올해 경선을 거치며 ‘바지 발언’ ‘오피스 누나 발언’ ‘초보 운전자가 음주 운전자 보다 더 위험하다’는 등의 실언으로 인해 논란이 생긴 바 있다. 일각에선 ‘사이다’라고 평가받던 이 후보의 입이 ‘리스크’로 바뀌었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7월 5일 정 전 총리는 JTBC·MBN이 공동주최한 민주당 예비경선 2차 TV토론회에서 이 지사를 겨냥해 “소위 말하면 ‘스캔들’에 대한 해명 요구를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대선 후보로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그럼 제가 바지라도 한 번 더 내릴까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라며 맞섰다. 이에 정치권에 비난의 화살이 쇄도했다.

경선 경쟁자였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국민께서 민주당 대선 후보 선택 과정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런 일이 본선에서 있었으면 폭망 각이다. 완전히 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저급한 막장토론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공개 토론회에서, 그것도 유력 후보라는 분의 입에서 나온 말이지만, 그대로 인용하기 부끄럽다”고 질타했다. 이어 “가히 성추행 전문당이란 비아냥이 무색할 만큼, 민망하고 저급한 막장토론이 아닐 수 없다”며 “권력에 취해 국민은 안중에 없는 문재인 정권의 후예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바지 발언’ 논란은 결국 이 후보의 사과로 일단락 됐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선대위) ⓒ천지일보 2021.12.3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선대위) ⓒ천지일보 2021.12.30

◆‘말’로 인한 정책·행보에 혹평도

이 후보의 발언뿐 아니라 주요 정책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바로 음식점 총량제, 전 국민 가상자산 지급, 일산대교 무료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철회 등이었다. 주요 정책을 일단 던지거나 추진했다가 접거나 철회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10월 27일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에 참석해 “자영업자 폐업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점 총량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에 “과거에 고려했으나 포기했다는 이야기”라며 수습했다.

또 11월 11일에는 “부동산 개발에서 나오는 이익을 기초로 전 국민에게 가상자산을 지급하고 전 국민이 이를 거래하는 시장을 형성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련 기관이 연이어 관련 정책과 관련해 난감함을 표해 부딪히기도 했다. 또 경기지사 퇴임 직전에 추진했던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도 법원이 일산대교 운영사 측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서 22일 만에 다시 유료로 전환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이러한 정책 철회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관성이 없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었다. 당시 한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의던 타의던 정책을 철회하는 일이 지나치면 그만큼 리스크가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급조된 정책은 이후에 ‘말 바꾸기’논란까지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과 체계적인 논의를 통해 공약을 발표해야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0일 대구시 수성구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선대위) ⓒ천지일보 2021.12.3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0일 대구시 수성구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선대위) ⓒ천지일보 2021.12.30

◆尹, 연이은 ‘실언’으로 질타

정치에 입문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정치 신인이었던 윤석열 후보가 제1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은 물론, 정치를 바꿔줄 인물이라는 기대감이 컸었다.

하지만 각종 실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면서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는 것은 옛말이 됐고 어느새 골든 크로스 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급기야 국민의힘 일부 당원을 중심으로 ‘후보 교체’ 요구마저 거세지고 있다.

윤 후보의 실언 논란은 지난 7월 19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만났던 스타트업 청년들의 의견을 전달하면서 “필요한 경우 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한 뒤 쉴 수 있는 예외조항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또 윤 후보는 같은 인터뷰에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를 인용하며 “먹으면 병 걸리고 죽는 것이면 몰라도 없는 사람은 그 아래라도, 그러니까 품질 기준선의 아래라도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이걸 올려놓으면 50전(센트)짜리를 팔면서 위생 퀄리티는 5불(달러)짜리로 맞춰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가난한 사람은 부정‧불량 식품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해석과 함께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졌었다. 논란이 일자 윤 후보 측은 “불량식품과 부정식품은 다르다”며 “부정식품이란 겉봉지 표시에는 300g이라고 해놨는데 내용물이 한 20g 모자란 것이라든가, 몸에 좋은 성분이 들어있다고 해놓고 실제 그게 덜 들어있다든가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2030 이탈 부른 ‘위장 당원 증가‧당 해체’

윤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회 방문 중 최근 2030 세대 위주로 국민의힘의 당원이 증가한 것을 두고 “우리 당 경선 과정에서 내부 총질도 있고, 민주당의 개입도 있었다”며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확실하게 정권 교체를 해야 하고, 정권 교체만 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시작이다. 그것도 못 하면 우리는 미래가 없고 희망이 없다”고 발언했다.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는 당원과 2030 세대를 위장당원으로 치부해버린 셈이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6차 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가 ‘근거가 있냐’고 묻자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게시물이 증거”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키웠다. 이어 지난 10월 13일에는 ‘당 해체 발언’까지 하고 말았다. 그는 제주선거 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정치판에 들어오니 여당‧야당이 따로 없다”며 “정권을 가져오느냐, 못 가져오느냐는 둘째 문제고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윤 후보는 해명하는 자리에서 “‘야 너 인마 그런 것도 제대로 못 밝힐 거면 검사 때려치워라’라고 얘기한다”며 “그게 때려치우라는 것이 아니고 잘하라는 말이다. 정치 선배들이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왔더니 상대 진영의 프레임을 갖다 놓기나 한다”고 했다.

이후 2030 세대의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윤 후보는 이들의 민심을 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준석 대표 패싱 논란과 선대위 이탈로 인한 상처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방문을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막혀 참배단까지 가지 못한 채 도중에 멈춰 서 있다. ⓒ천지일보 2021.11.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방문을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막혀 참배단까지 가지 못한 채 도중에 멈춰 서 있다. ⓒ천지일보 2021.11.10

◆‘전두환 발언’으로 중도‧광주 민심 떠나

윤 후보는 부산 해운대구 갑 당협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 호남분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꽤 있다”고 발언하며 또 구설에 올랐다.

비판이 거세지자 윤 후보는 10월 21일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며 “해운대 당협에서의 제 발언은 5공 정권을 옹호하거나 찬양한 것은 결코 아니다. 각 분야에서 널리 전문가를 발굴해서 권한을 위임하고 책임정치를 하겠다는 뜻이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윤 후보가 사과한 직후 인스타그램에 과일 사과와 같이 나온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연달아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이어서 자신의 반려견 토리의 인스타그램에 개에게 누군가가 사과를 주는 모습을 찍은 사진 등 총 3가지를 올리면서 새로운 논란과 비판에 직면했다.

해당 사진은 1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여러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졌다. 윤 후보 캠프는 10월 22일 입장문을 내고 “실무자가 가볍게 생각해 사진을 게재했다가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내렸다”며 “앞으로 캠프에서는 인스타그램 게시물 하나하나 신중하게 게시하겠다”며 사과를 했지만, 중도와 광주 민심은 상당히 떠난 뒤였다.

이외에도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은 자유가 뭔지 모른다”고 발언하며 저소득층 비하 논란, 전북대학교 학생 간담회에서 “조금만 더 지나면 학생들이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어느 기업이 어떤 종류의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때가 온다”며 “(지금) 1~2학년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생길 것 같다”고 언급하며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아프리카, 인도, 비정규직, 육체노동, 인문학 비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방사능 유출 부정 ▲홍준표 의원 두테르테 비유 ▲메이저 언론만 문제 제기 등의 논란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대깨문’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누가 (당 후보가) 되면 야당이 낫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7월 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당내 강성 지지자들의 행태를 비판하며 한 말.)

“윤석열,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일 것”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 1월 12일 차기 대선 출마가 거론되던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에게 한 말.) 다만 같은 말을 5년 전 민주당 박영선 전 의원에게 한 사실이 알려져 빈축을 샀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파헤쳐 비리 행위자를 패가망신 시켜야 한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3월 8일 남구준 경찰청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을 불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며 한 말.)

“(내곡동 측량 현장에) 안 갔다. 그러나 기억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3월 28일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TV 토론회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오 후보가 내곡동 땅 측량에 직접 입회했다는 증언이 담긴 언론 보도 내용을 두고 공방하는 과정에서 한 말.)

“임차인이라 큰소리치던 윤희숙은 어디가고…” (민주당 김영배 최고위원. 8월 25일 국힘 윤희숙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돼 의원직 사퇴 및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자 한 말.)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 (민주당 김승원 의원. 8월 31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언론중재법을 상정하지 않자 불만을 표시하며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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