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20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 집결해 있다. ⓒ천지일보 2021.10.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20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 집결해 있다. ⓒ천지일보 2021.10.20

경찰, 서대문 기습집결 못 막아

시민들 “코로나 속 집회 왜 하냐”

일부 시민 집회 옹호 발언하기도

[천지일보=윤혜나 인턴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예고했던 대로 총파업을 진행했다. 집회 참석자들로 인해 거리가 막히고 경찰 통제도 이뤄지자 시민들은 통행의 어려움을 느껴 불편함을 호소했다.

20일 민주노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으로 경찰이 집회를 막을 것을 우려해 사전에 장소를 알리지 않았다. 이들은 집회 시작 전인 오후 1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서대문구 사거리로 집결지를 공지해 총파업 대회를 진행했다. 장소가 공개되자 경찰들과 조합원들은 각기 다른 목표를 갖고 서대문구로 분주히 이동했다.

경찰은 아침 일찍부터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대비하기 위해 차량을 통제하며 차벽을 설치했다. 또 주요 지역은 버스를 우회시키고 지하철을 무정차시키는 등의 대비를 했다.

이로 인해 통행에 제약이 생기자 시민들은 분노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려다가 경찰로부터 제지를 받은 박순자(가명, 70대, 여)씨는 “내려가려는데 안 된다고 해서 내려가지 못했다. 우리같이 나이 먹으면 다리도 아픈데 이렇게 걸어다니게 만드냐”며 “코로나19가 종식되려면 아직 멀었고 애들은 학교도 못 가는 상태인데 집회를 하냐. 마음에 안든다”고 말했다.

조용욱(30, 남)씨는 “코로나인데 이렇게까지 집회를 한다는 게 좀 그렇다. 대규모로 한다는 것 자체가 방역수칙에 위반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길을 걷고 있던 두 여성에게 현재 집회를 대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물으니 “바쁜데 너무 짜증난다”고 말하며 눈살을 찌푸린 채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반대로 경찰 측에서의 대응이 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을 구경하기 위해 올라왔다는 안국진(가명, 33, 남)씨는 “집회 자유는 조금 보장해줘야 한다. 300명 미만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집회란 법에 명시된 것처럼 자기표현의 자유인데 너무 제한을 두려는 것 같다”고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서 오징어게임 복장을 입은 청년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서 오징어게임 복장을 입은 청년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20

여러 사전 대비에도 경찰은 갑작스러운 집회 장소 변경에 대응하지 못했고, 서대문구 사거리 일대는 민주노총 조합원들로 가득 찼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해산하라는 방송을 반복했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집회가 진행되면서 교통혼잡 또한 이어졌다. 통행 길이 막힌 버스는 일제히 정차했고, 시민들은 내려서 먼 길을 걸어가야 했다. 화가 난 차량 운전자가 집회참석자들을 향해 자동차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집회를 통해 ▲5인 미만 사업장 차별 철폐 및 비정규직 철폐 ▲모든 노동자의 노조 활동 권리 보장 ▲돌봄·의료·교육·주택·교통 공공성 쟁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일제히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또한 최근 유행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복장을 갖추고 북을 치는 등의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민주노총 측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발열 검사를 하고 출입자 명부 작성 등 방역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대규모의 사람이 모인 만큼 또다시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번질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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