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무기력 극복 챌린지 예시. (출처: 인스타그램)
다양한 종류의 무기력 극복 챌린지 예시. (출처: 인스타그램)

산책·외식·요리·동식물구경

춤추기·책읽기 등 활동다양

젊은층, 미션달성후 인증샷

보약먹기 등 어르신도 활용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하늘 사진 찍기, 아침에 춤추기, 귀여운 것 찾아보기, 옛날사진 보기, 동물구경, 자화상 그려보기, 반신욕하기…. 아직도 할 게 너무 많아요!”

전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무기력 극복 챌린지’의 인기몰이가 한창이다.

무기력 극복 챌린지는 큰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일상에서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소소한 일을 목표로 잡아 하루 1개씩 이루면서 무기력해진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이러한 챌린지가 등장한 것은 지난해였지만 지금은 더욱 다양한 활동들이 추가되면서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발전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반강제적인 ‘혼자’가 돼야 하는 시점에서 챌린지 활용자들은 혼자서 산책을 하거나 외식을 하고 집에서 요리를 만들어 먹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이를 통해 우울감을 극복해가고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무기력 극복 챌린지 예시. (출처: 유튜브 캡처)
다양한 종류의 무기력 극복 챌린지 예시. (출처: 유튜브 캡처)

준비하던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무기력증을 얻고 삶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됐다는 김은영(가명, 20대)씨도 무기력 극복 챌린지를 사용하면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들을 내려놓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도전하고 실패하는 일이 반복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생각이 커졌던 것 같다”며 “하지만 무기력 극복 챌린지를 활용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달라졌다. 뭔가 하나씩 이뤄나가는 재미를 느꼈고, 성취감도 생겼고 덩달아 자신감까지 붙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무기력 극복 챌린지에선 책 읽기, 영화보기, 음악 감상 등 다소 정적인 활동부터 아침에 춤추기, 등산하기, 자전거타기, 줄넘기하기 등 활동성이 높은 일들도 소소한 목표가 됐다.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긍정적인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예를 들면 ‘감사한 일 5가지 찾기’ ‘하루 10분 명상하기’ ‘영감을 주는 사람들과 저녁식사 하기’ ‘신나는 팝 음악 연속해서 듣기’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편지쓰기’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전화하기’ 등이 있다.

무기력 극복 챌린지, 먹고 싶은 음식 시켜먹기 인증. (출처: 인스타그램)
무기력 극복 챌린지, 먹고 싶은 음식 시켜먹기 인증. (출처: 인스타그램)

몸의 긴장을 풀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활동도 있었다. ‘천천히 쉼호흡하기 5회’ ‘반신욕하기’ ‘족욕하기’ ‘쉬운 요가 자세 5분간 따라해보기’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나 따뜻한 우유나 차 한 잔 마시기’ 등이 그 예다.

10~30대 젊은 층은 무기력 극복 챌린지를 통해 무력함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공유하기도 했다. 실제로 2일 낮 12시 기준 인스타그램에 ‘무기력 극복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공유된 게시물은 600개가 넘었다. 비디오 플랫폼인 ‘틱톡’에서도 해당 챌린지를 인증한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챌린지는 젊은 층만 활용하는 게 아니다. 한 방문요양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무기력 극복 챌린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보약먹기’ ‘영양제 복용하기’ ‘아침드라마 보기’ ‘시장구경 가기’ ‘친구랑 통화하기’ ‘손자랑 영상통화하기’ ‘내 얼굴 그려보기’ ‘화장해보기’ ‘낮잠자기’ 등 소소하지만 다양한 활동이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무기력 극복 챌린지 예시. (출처: 네이버 블로그)
다양한 종류의 무기력 극복 챌린지 예시. (출처: 네이버 블로그)

무기력 극복 챌린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는 이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이 지난달 3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6년~2020년) 우울증·불면증·거식증·폭식증 진료환자 현황’을 살펴보면 이러한 사회 변화 양상을 알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장애(우울증·불면증)와 섭식장애(거식증·폭식증) 질환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150만 4181명으로, 전년(2019년) 대비 6만 7233명이나 증가했다. 특히 우울증 환자 중에는 20대 여성 환자 증가율이 전년 대비 31.7%로 가장 높았다. 남녀를 통틀어 우울증 환자의 증가율은 20~30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문가 “무기력 극복 챌린지, 정신건강에 도움”

이에 대해 전문가는 무기력 극복 챌린지가 작은 성취를 통해 일시적으로나마 활력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다만 장기적인 것이 아닌 단기적으로 도움을 얻게 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코로나19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구조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은지 마음 토닥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정신건강에 있어 내가 뭔가를 선택하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유능감’을 가지는 게 중요한데 코로나19로 불확실한 미래가 계속되면서 이러한 유능감을 맛보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것”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찾아서 해내면 유능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무기력 극복 챌린지는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무기력 극복 챌린지로 개개인이 단기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건 맞지만 이를 통해 개인이 원하는 취직이 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어려움에 따른 책임을 개인의 몫으로만 전가해선 안 된다. 장기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 구조적인 방법도 모색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종류의 무기력 극복 챌린지 예시. (출처: 인스타그램)
다양한 종류의 무기력 극복 챌린지 예시. (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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