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우크라니아 출신 지휘자 옥사나 리니브. 2021.07.26. (사진 = 인스타그랩 캡처)
[서울=뉴시스] 우크라니아 출신 지휘자 옥사나 리니브. 2021.07.26. (사진 = 인스타그랩 캡처)

'유럽 3대 음악제'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첫 여성 지휘자가 탄생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출신의 여성 지휘자 옥사나 리니브(43)가 바이로이트 페스츠필 하우스에서 공연한 개막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지휘했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만을 공연하는 '바그너의 성지'다. 1876년 시작된 이 페스티벌에서 여성 지휘자가 포디엄에 오른 건 145년 역사에서 처음이다.

이날 바그너 팬으로 알려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남편과 함께 공연장을 찾아 리니브가 지휘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관람했다.

우크라이나의 서부 브로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리니브는 지난 20년간 대부분을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럽에서 보냈다.

특히 거장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가 뮌헨 바이에른국립오페라에서 음악감독으로 재직할 당시 그의 부지휘자로 활약했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오스트리아 그라츠오페라와 그라츠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로도 있었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함께 유럽의 3대 음악 축제로 불린다. 하지만 그간 지극히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리니브가 포디엄에 오르면서 유리천장이 깨진 것이다. 리니브는 최근 뉴욕타임스와 화상 인터뷰에서 "독일에 오는 것이 항상 저의 목표였다. 하지만 독일 연줄이 없는 이들이 이곳에서 전문 지휘자가 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바그너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여주인공 젠타를 통해 현대 여성의 원형을 만들었다고 봤다. 젠타는 작품에서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바다로 몸을 던진다.

리니브는 "젠타는 가족이나 전통에 속하지 않는다. 결혼도 하고 싶어하지 않고, 아버지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자신만의 생각이 있다. 19세기에 매우 이례적이었다. 바그너는 이졸데('트리스탄과 이졸데'), 브룬힐데('니벨룽의 반지') 같은 점차 해방이 돼 가는 여성들, 행동하는 여성들을 만들어냈다"고 봤다.

또 그녀는 여성을 대하는 시선이 지난 15년 동안 많이 변했다고 했다. "전 어떤 적대감도 느끼지 않는다. 대중, 오케스트라, 매니저, 평론가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가 있다"고 말했다.

리니비는 오는 11월엔 런던 코벤트 가든에 '토스카'로 데뷔한다. 내년 5월에는 스트라빈스키 프로그램으로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과 처음 공연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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