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난 13일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대신 잠시 거론됐던 신용카드 캐시백은 폐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고용진 수석 대변인은 “80% 지급안은 선별 기준이 대단히 모호하고 여러 가지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 특히 1인가구 청년층이 많은데 1인가구 소득 기준 이런 것들이 굉장히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종전 당정합의안인 하위소득 80% 지급안을 폐기한 배경을 설명한 대목이다.

이로써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는 위급한 상황에서 지루하게 반복됐던 당정 갈등도 마무리 될 것으로 봤다. 그래서 하위소득 80% 지급안을 고수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한 발 물러서는 방식으로 최종 결론이 난 것으로 이해됐다. 어느 쪽이든 찬반양론의 입장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의 지급 방식을 놓고 매번 당정이 갈등하고 또 서로 다른 목소리가 불거지는 것은 국민에겐 그 자체가 피곤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늦었지만 당정이 의견을 좁힌 것은 그나마 다행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또 상황이 바뀌었다. 바로 이튿날인 14일 홍남기 부총리가 국회 예결위에서 민주당이 발표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당론에 반기를 들었다. 홍 부총리는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국민들 사이에서 과연 재난 기회나 손해·소득의 감소가 없는 계층까지 다 주는 게 옳은지에 대한 회의가 있는 분도 많이 있다”며 민주당 당론을 정면에서 반대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사실 이처럼 당정 간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국정운영의 심대한 결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슷한 주제가 비슷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것은 국정운영에서의 컨트롤 타워가 무기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흔한 ‘당정청 협의’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인지 국민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여권 내부부터 이미 ‘레임덕’에 들어간 것인지, 국민은 이제 궁금증을 넘어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

사실 내용만 놓고 보면 홍남기 부총리의 의견이 설득력이 있다. ‘재난지원금’이라면 재난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상대적으로 소득이 더 높아진 계층에겐 그 지원금의 의미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득감소가 없는데 무슨 재난지원을 하느냐는 홍 부총리의 볼멘소리는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행정 편의적 또는 정무적 판단이 앞서면서 소모적인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4단계 거리두기는 일상의 국민에게 너무 가혹하다. 이런 국민에게 격려와 희망은커녕 연일 반복되는 당정의 재난지원금 논란은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다. 협의가 어렵다면 이젠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이제 더 이상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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