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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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으로 젊은 세대들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30세대가 이 대표 당선에 환호한 것은 국회의원 경험도 전혀 없는 30대 정치인이 자신의 실력만으로 주요 당직을 두루 거친 4선, 5선 국회의원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취업과 학업에 내몰리며 힘든 삶을 사는 젊은이들이 공정과 상식의 여건 속에서 경쟁을 한다면 이준석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갖게 한 것이다.

체육계는 다른 분야보다 세대교체가 활발하다. 공정한 경쟁을 거쳐 새로운 선수들이 뜨고 기존 선수들이 사라지는 게 체육 생태계이다. 올해 유독 세대교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 정치권의 ‘이준석 바람’과 연관시켜볼만하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여자골프이다. 23세의 박민지는 지난 20일 내셔널 타이틀인 DB그룹 제35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원)에서 박현경(21)을 2타차로 극적으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그는 마지막 18번홀에서 기가 막힌 아이언샷을 물을 가로질러 핀을 보고 직접 쏘아 1.5m에 붙여 회심의 버디를 잡으며 승부를 극적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13일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 이은 2주 연속 우승,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이며 통산 9번째 우승이었다. 그는 올해 출전한 9개 대회 중 5개 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이런 페이스라면 신지애가 보유한 한 시즌 최다승(2007년, 9승)도 넘볼만하다. 그는 올해 경쟁자 없는 독주로 시즌 상금 9억4480만원을 챙기며 상금랭킹 1위와 대상 포인트 1위를 질주했다.

박민지는 여자프로 사이에서는 작은 편이다. 하지만 드라이버샷 비거리와 아이언샷, 어프로치샷, 퍼팅 등 어느 것 하나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체력적으로도 매우 강하다. 박민지는 1984년 LA올림픽 핸드볼 은메달의 주역인 어머니 김옥화씨의 영향을 받아 체력과 멘탈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게 큰 장점이다.

오는 7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탁구, 수영, 체조, 배드민턴 등에서도 영파워 탄생이 잇따르고 있다. 17세 탁구 신동 신유빈(대한항공)은 지난 2월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언니들을 모두 제치고 당당히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수원 청명중 졸업 후 좋아하는 탁구에 전념하기 위해 고등학교 진학 대신 대한항공 입단을 선택한 최연소 국가대표인 그는 도쿄올림픽에서도 최연소 메달리스트를 꿈꾸고 있다.

수영에선 주니어 세계기록 보유자인 18세 ‘괴물’ 황선우(서울체고)가 주목을 받는다. 황선우는 지난달 16일 국가대표 선발전 자유형 200m에서 1분 44초 96을 찍었다. 이 기록은 지난해 11월 자신이 세운 세계주니어 신기록 1분 45초 92를 6개월만에 0.96초나 줄인 것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의 한국최고기록(1분 44초 80)에 불과 0.16초 뒤진 호기록이다. ‘44초대’는 올림픽 메달권을 의미한다.

체조에서 19세 ‘신성’ 류성현(한체대)이 단연 시선을 끌었다. 지난 13일 형들을 모두 제치고 올림픽 대표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다. 2019년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마루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유망주이다. 류성현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여홍철 경희대 교수의 막내딸 2002년생 여서정(수원시청)과 함께 처음 출전할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이 기대된다. 배드민턴 최연소 국가대표 안세영(19)과 양궁 고교 국가대표 김제덕(경북일고) 등도 도쿄올림픽에서 10대 돌풍의 주역으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체육계의 세대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면서도 정치권의 ‘이준석 바람’과 맞물려 올림픽의 해에 새롭게 주목을 받을만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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