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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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족구협회 강승호 사무처장은 요즘 대한체육회쪽만 바라보면 깊은 한숨만 나온다. 대한체육회 가맹단체이면서도 전국체전에 정식 종목으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족구협회가 대한체육회 정식 가맹단체가 된 것은 2016년이었다. 엘리트체육을 관장하던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이끌던 국민생활체육협의회가 통합 체육회로 합쳐진 이후 대한민국 족구협회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로 등록됐다.

당시 족구협회 관계자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로 승격되면서 염원이었던 전국체전 정식 종목문제가 쉽게 해결될 줄 알았다. 등록 인구가 10만명 이상이 넘고, 동호인 인구는 5백만명 이상을 갖고 있는 족구가 전국체전 종목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봤던 것이다. 하지만 벌써 5년이 흘렀지만 전국체전 정식 종목은 고사하고라도 시범 종목에도 포함되지 않은 상태이다.

대한체육회가 족구를 체전 종목으로 결정하지 않는 것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정하는 올림픽 종목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이다. 하지만 체전 종목이 굳이 IOC 종목이어야 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게 협회 강승호 사무처장의 볼멘 목소리이다.

“씨름 같은 종목은 이미 오래전에 체전 종목으로 자리잡았다. 대한체육회가 족구를 체전 종목으로 넣지 않는 것은 체육회의 전형적인 관료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한 그는 “대한체육회가 적극적인 의지만 갖고 있으면 얼마든지 대중화가 이루어진 족구는 체전 종목으로 들어가야 마땅하다”고 역설했다.

체전 정식종목이 되려면 원칙적으로 전국적인 지방조직을 갖추고 상당한 선수층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족구협회는 이미 전국 시도에 지부를 갖추고 있고, 선수층도 다른 어느 종목보다도 두터워 체전 종목으로서의 환경을 충분히 갖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족구는 생활체육시스템을 체계화하며 전문체육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이미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족구협회는 오는 10월 경북체전에서 정식 종목 채택이 불발됨에 따라 체전 기념대회 형식으로 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변칙적인 방법으로 얼마나 대회를 계속 치러야 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과 좌절감을 느낀다는 게 족구관계자들의 안타까움이다.

체전 종목 채택 문제를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는 족구협회의 현실은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허균의 ‘홍길동전’의 홍길동과 같은 비슷한 모습이라고 협회 관계자들은 전한다. 대한체육회 가맹단체이면서 최고의 스포츠제전인 전국체전에 종목별 종목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마치 홍길동과 같은 심정이라는 것이다.

전국체전 종목에는 IOC가 주관하는 올림픽 종목이라는 사실 때문에 국내 등록 선수가 1백명도 안 되는 종목이 당당히 포함돼 있다. 이는 올림픽 종목으로 육성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 때문에 체전 종목이 된 것이다.

하지만 통합체육회로 발족된 이후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종목으로만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전통적인 종목도 충분히 여건을 갖추면 얼마든지 전국체전 종목으로 채택해야 저변을 넓히며 해외 무대로 진출할 수 있다. 태권도의 세계화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태권도는 1988년 이전에는 올림픽 종목으로 들어가지 못했지만 꾸준히 국내에서 저변을 확대하며 세계로 무대를 확대해 나가 독자적인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될 수 있었다.

족구는 1960년대 우리나라 공군 조종사들에 의해 처음으로 고안된 종목이다. 이후 군에서 널리 보급된 뒤 군복무를 마친 젊은이들이 사회에서 확산시키며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대한체육회가 올림픽 종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계속 족구의 체전 종목을 기피한다면 ‘스포츠 사대주의’의 발상이라는 비난을 결코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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