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행동 주최로 열린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백신 보장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행동 주최로 열린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백신 보장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6

노숙인 10명 중 3명만 접종

“정보 부족해, 두려움 만연”

“연락처 없어 예약도 못 해”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취약계층인 거리홈리스는 백신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매우 악화돼 있습니다. 지원기관은 지역마다 다른 접종기준을 갖고 있어 제각각이고, 접종이 가능해도 홈리스가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접종을 거부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감염 취약자로 꼽히는 노숙인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미흡한 조치로 인해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숙인 대상 백신접종계획 수립주체인 자치구 보건소 중 일부가 ‘연락처가 없어서’ 또는 ‘관내 노숙인 시설이 없어서’와 같은 이유를 대며, 노숙인을 고려하지 않은 백신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홈리스행동이 발표한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101명)의 70.3%가 1차 접종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29.7%만 접종을 완료한 셈이다. 이는 조사가 이뤄질 당시인 지난달 27일 기준 취약시설 전체 대상자의 1차 접종률(86.3%)과는 큰 차이다.

이번 조사 내용은 서울시내 주요 공공역사와 주변에서 노숙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13일부터 26일까지 접종시행 인지 및 접종 여부, 접종 후 이상반응 경험, 이상반응 발생 시 대처, 미접종 이유, 추후 백신접종 시 우려사항, 백신접종 관련 필요 등을 파악한 결과다.

노숙인들의 백신 접종률이 낮았던 이유로는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 점, 부족한 정보로 인해 생긴 막연한 두려움으로 접종을 꺼린 점, 접종 이후 이상반응을 관리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거부한 점 등이 꼽혔다.

실제로 본인인증 수단으로 신분증을 소지하는 경우는 67.3%였고, 본인 명의 스마트폰을 소지한 경우는 10.9%에 그쳤다. 일반 핸드폰을 소지한 경우는 8.9%였고, 공인인증서 및 아이핀 인증이 가능한 경우는 1%에 불과했다. 잔여백신 신청이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연락처가 없으면 예약은 물론 접종 안내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장욱 홈리스활동 활동가는 “조사 결과 불충분한 정보로 인해 예방접종에 대해 불안감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응급상황이 생기면 곧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돼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는 홈리스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숙인 A씨는 “백신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이 생겨 ‘코로나19 백신은 일반 독감 주사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며 “서울역 4번 5번 출구 사이에 백신 접종 안내문이 있긴 하지만, 이상반응 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 것도 적혀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행동 주최로 열린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백신 보장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행동 주최로 열린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백신 보장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6

◆“코로나19 의무검사, 기관이용 막는 장벽돼”

정보 접근성을 떨어뜨린 요인으로는 기관·시설 이용에 제한이 걸린 점도 있다. 최근 4개월간(2월~5월) 노숙인 지원기관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2.3%였다. 이들 가운데 83.6%는 코로나19 검사를 정기적으로 요구해 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노숙인 집단감염 사태 이후 서울시가 방역 강화대책의 일환으로 ‘7일 이내 코로나19 검사결과 요구’ 조치를 마련했는데 이러한 조치가 노숙인들이 기관을 이용하는 데 있어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리스행동은 “방역당국의 지침 어디에도 거리홈리스의 현실을 고민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며 “접종계획의 수립주체인 보건소 가운데 많은 곳들이 거리홈리스를 접종대상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화된 방역대책으로 지원기관을 방문하는 거리홈리스들은 7일 이내의 코로나19 검사결과를 강요받는다”며 “홈리스들에게 주 1회 코로나19 검사는 가혹하다. 사회서비스를 가로막고 정보 접근성을 제약하는 조치는 지금 즉시 종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접종 노숙인 쉴 공간 마련해야”

휴식처 지원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조사대상자의 절반가량인 46.5%는 안전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접종 후 상당기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꼽았다. 이어 백신 접종에 대한 정보 제공이 19.8%, 이상 반응 발생 시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13.9%로 나타났다.

김성이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백신인권팀 연구원은 “홈리스는 지난 1년 동안 많은 방역정책에서 소외되거나 오히려 방역정책으로 인해 차별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백신 접종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에게 미리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접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인권적 특성을 반영해 취약계층에 대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외국의 경우처럼 홈리스들도 백신 접종 후 충분한 휴식을 갖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숙인 A씨도 백신 접종 후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고시원 같은 공간만 있어도 백신 접종 후 안전하게 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홈리스들은 백신을 맞아도 다시 거리로 나와야 한다. 병원에서 30분 쉬는 것만으론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행동 주최로 열린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백신 보장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행동 주최로 열린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백신 보장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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