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에서 안철수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법무부 장관, 법무부 차관, 검찰총장 후보, 서울중앙지검장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피의자, 피고인”이라고 하면서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런 일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 검찰은 무너지고, 경찰은 헤매고, 공수처는 갈 곳을 잃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정의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대통령께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무너진 형사사법체계의 기본, 대한민국의 기본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바 이 내용은 비단 안 대표나 정치인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법무부 장․차관이 동시에 피고인․피의자가 된 적은 우리정치사에 없었고 민주주의국가에서 그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체계에서 정의가 있기는 한지 의문시된다. 당사자인 박범계 법무장관은 장관이 되고서 형사피고인이 된 것이 아니라 2019년 국회의 패스트트랙 충돌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에 계류된 형사피고인의 신분에서 법무장관으로 임용된 것이다. 실정법을 어긴 상태에서도 박 장관은 자신의 사건이 ‘정치적 기소’임을 주장하고 있는바, 법정에서 아니라 국민에게 대놓고 억울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박범계 장관은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문제로 여야 충돌이 있을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분이었다. 이 사건으로 여야 의원 총 27명(민주당 4명, 한국당 23명)이 검찰에 의해 정식으로 불구속 기소된바, 여당 의원은 박범계․이종걸․표창원․김병욱 의원 등 4명이었고, 이들에게는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던 것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 있다 보니 정치인인 박 장관으로서는 중대한 고비임은 틀림이 없다.

법무부 장관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범죄행위를 처단하는 검찰을 지휘하고 국가법질서 확립과 헌법 및 정의수호를 주임무로 하는 자리가 아닌가. 그럼에도 박 장관은 지난 26일 재판을 받으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두해 장관 신분의 피고인으로 출석한 데 대해 ‘민망한 노릇’이라 말했다.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아니고 법무장관 피고인이니 정말 민망했을 것이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도 사법적으로 처해진 신세가 장관 못지않다, ‘택시기사’ 폭행사건으로 피의자 신분에 있고, 검찰 기소가 될 경우 형사피고인 신분으로 전환될 처지에서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감정으로 볼 때 술에 만취해 택시기사 폭행이 불거진 직후 사퇴가 마땅하다는 여론이 빗발쳤으나 법무차관 자리에서 6개월이나 버티었다. 검찰 조사 등으로 기소 위기에 처해지게 되자 비로소 사의를 비췄는데 만시지탄이 있다. 이처럼 법무부의 장․차관이 형사피고인․피의자 신분에서, 또 ‘정치적 기소의 희생양’이라고 하니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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