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 (출처: CJ그룹 홈페이지)
이재현 CJ그룹 회장. (출처: CJ그룹 홈페이지)

이재현 회장의 식품 철학 ‘한국 식문화 세계화’

CJ제일제당 ‘비비고 이을 새 만두’ 찾기 고심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건강·안전 경영 최우선

CJ ENM, 투자 재개로 ‘한국의 디즈니’ 기대

이 회장 체제로 중심으로 ESG경영 강화할 듯

[천지일보=조혜리 기자] 남다른 혜안과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그룹을 키워온 이재현 CJ 그룹 회장의 다음 그림은 뭘까.

2017년 경영일선 복귀 후 2020년 매출 100조 ‘그레이트 CJ’ 비전을 제시했지만, 공격적 인수 합병은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극심한 재무부담을 안겼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적효자였던 CJ CGV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CJ푸드빌은 매각설이 나왔다 철회됐다.

그나마 CJ제일제당의 재무부담을 가중시킨 인수합병이었던 슈완스가 CJ제일제당의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계열사별 호재도 잇따르고 있다. CJ 그룹 계열사별 근황을 정리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12월 주요 계열사 14개 가운데 약 60%인 8곳의 수장을 교체했다. 상장 계열사 8곳 가운데 5곳의 대표이사도 바꿨다. 그룹의 핵심인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 ENM 대표를 모두 지주 출신으로 앉혔다. 면면을 보면 지난해 실적과 관련됐다. 신상필벌이 적용된 것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사망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해석된다.

CJ제일제당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핵심 과제로 수익성 개선과 내실 다지기와 위기 극복, 미래 준비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현재 주요 계열사의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이나 줄 수 있을까.

최근 이들의 실적을 보면 CJ제일제당 최은석 대표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의 성장을 이끌며 순조롭게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비비고 만두가 단일 식품으로는 첫 매출 1조원을 넘겼다. 국내를 뛰어넘어 K-푸드 열풍의 중심엔 비비고 만두가 있었다. 이로써 글로벌 업체의 모양은 만들어 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최 대표는 취임 직후 부문장 직속으로 식품전략기획실을 신설하고 올해 식품사업에만 6100억원을 투자한다. 이 가운데 4000억은 글로벌 K푸드 투자분이다.

비비고 수제만둣집 맛 만두 신제품. (제공: CJ제일제당)
비비고 수제만둣집 맛 만두 신제품. (제공: CJ제일제당)

최 대표는 신성장동력을 위해 지난 2018년 미국 냉동식품 전문 기업 슈완스컴퍼니를 1조 5000억원에 인수해 K-푸드 유통망을 확보했다. 슈완스컴퍼니를 중심으로 비비고 만두가 선전해 걸맞은 성과를 냈다.

이러한 최고의 실적을 거둔 최 대표에게는 글로벌 식품업체로의 도약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이재현 회장의 식품 철학인 한국 식문화 세계화를 위해 비비고 만두를 이을 ‘새로운 만두’ 발굴이 절실하다.

박근희 CJ대한통운은 오는 주총에서 사내이사에서 물러난다. 삼성 출신의 박 부회장은 경영권 이양을 이유로 지난달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관련 청문회 불출석한 바 있다. 오는 29일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승인되면 CJ대한통운은 박 부회장과 강 대표 공동 체제에서 강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잇따른 택배기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1.3.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잇따른 택배기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1.3.10

박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된 배경으로는 최근 그가 CJ주식회사의 등기이사에서 제외되고 CJ그룹이 이재현 체제 전환에 본인의 역할을 다 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택배노동자 사망사고까지 겹치면서 박 부회장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택배 업계에서 발생한 총 16건의 과로사 추정사고 중 6건이 CJ대한통운 소속이다. 박 부회장은 부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대외업무에 집중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시장 1위 업체로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을 목표로 2021년 투자 계획을 밝혔다. 총 사업비는 3498억원으로 이 중 55%인 1920억원을 택배에 투입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현장 환경 개선 및 물류 터미널 건립에 쓰인다.

새로운 CJ대한통운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여미숙 전 서울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올렸다.

CJ ENM은 CJ오쇼핑과 합병을 통해 커머스 부분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부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악화된 실적 개선과 급격한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포스트 코로나와 뉴노멀 시대에 적극 대비해 글로벌 생존에 주력할 방침이었다.

CJ ENM 로고. (제공: CJ ENM)
CJ ENM 로고. (제공: CJ ENM)

CJ ENM는 한국의 디즈니를 표방하며 합병했지만 3년 동안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월트디즈니와 타임워너를 목표로 2018년 7월 E&M부문과 커머스부문을 합쳤다. 2019년 반짝 성장을 보였으나 2020년에는 매출 감소를 보이며 성장세가 꺾였다.

코로나19로 성장 동력을 잃어 당초 기대 보다 성과가 나지 않고 합병 효과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CJ ENM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속도가 나지 않던 투자 활동에 기지개를 켜는 한편, 조인트벤처(JV) 설립 등 협업을 구상 중이다.

CJ그룹은 이 회장 중심 체제로 움직이며 새로운 키워드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글로벌 추세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ESG경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일부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와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 노동 과중문제 등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이 신년사에서 ESG를 올해의 주요 경영화두로 던졌다. 지난 2013년 국내 최초로 CSV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이 회장 복귀 후에 이뤄졌다. 오너의 부정행위와 과거 상처와 얼룩을 치유하려는 노력은 파격적인 조직문화 개편을 통해 그룹 전반에 활기를 심어줬다.

올해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CJ는 ESG에 잘 대응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이 ESG강화와 CJ내부 거래와 택배 과로사를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회장은 과거 “불황일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다”며 2005년 CJ나눔재단을 세워 이사장에 오르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재현 회장은 1960년 3월19일 서울에서 이맹희 전 CJ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씨티은행을 거쳐 제일제당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경리부 과장, 상무이사, 부사장, 부회장을 지냈다. 1993년 6월 제일제당이 삼성그룹에서 분리됐을 때부터 오너로 일해 왔다. 이재현 회장은 식품 관련 사업 외에 미디어, 물류, 홈쇼핑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 CJ그룹의 사업을 확대했다.

2013년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되자 3년 넘게 법정공방을 벌였지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6년 광복절에 기업오너 회장으로는 유일하게 8.15 특별사면에 포함돼 석방됐다. 2017년 복귀한 이재현 회장은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해외 매출 비중 70% 이상을 목표로 하는 ‘그레이트 CJ’ 전략을 추진했다. 2017년 당시 CJ의 연간 기준 매출액은 26조 9000억원 규모였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인수합병과 글로벌화 작업도 진행됐다.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의 분야에 M&A를 포함해 총 36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내놨다. 장기 목표로는 2030년까지 3개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는 ‘월드 베스트 CJ’ 비전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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