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임직원 나눔 111개 기관에 기부

자연·사람·기업 ‘아름다운 공존’

국내 최초 화장품 해외 수출

서성환 창업자 “우리의 가치 정직”

[천지일보=조혜리 기자] 화장이 여성에게 갖는 의미는 단지 나를 꾸미는 도구를 넘어서 사회적 자신의 표출의 의미이자 자기표현 방식이다.

지난 1945년 9월 태평양화학공업사가 모태가 된 아모레퍼시픽은 고(故) 윤독정 여사가 여성들이 머리에 바르는 동백기름을 집에서 손으로 만들어 판 것이 아모레퍼시픽의 출발점이다. 동백기름이 제법 잘 팔리자 1937년 창성상점을 세우고 미안수(스킨로션), 구리무(크림) 등의 화장품을 만들었다.

그후 모친의 장사를 돕던 고(故) 서성환 회장이 지난 1943년 개성 김재현백화점에 화장품 코너를 개설해 경영을 맡았다. 그후 꾸준한 성장으로 지난 1964년 5월 국내 최초로 오스카 화장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같은 해 9월 아모레 상표와 새로운 영업 시스템인 방문판매를 도입했다.

조선시대와 개화기를 지나 근대화로 접어들어도 부녀자들은 특별한 행사를 제외하곤 화장과 외출이 쉽지 않았다. 이때 방문 판매 시스템은 부녀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어느덧 화장품 방문 판매의 상징인 커다란 화장품 가방은 사라지고 아모레 아줌마는 아모레카운슬러가 되어 스마트폰을 통한 고객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도 국내 화장품 방문판매 1위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직접 녹차밭을 가꾸는 화장품 회사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창조해 세계와 소통하겠다’는 큰 뜻을 품고 있다

◆한 우물 판 뚝심 K뷰티를 이끌다


지난 2003년 9월에는 뉴욕 최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 한국 최초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가 입점됐고 세계적인 화장품 유통 체인인 세포라의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이트에도 등록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4년 재계에서 주목 받았다. 중국 여성들이 받고 싶어하는 선물 1위가 아모레 화장품이 되면서 주가는 250만원대로 올랐다. 지난 1990년대 초반 위기가 닥쳤을 때 계열사들을 매각하고 화장품에 집중한 20년간의 뚝심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 결과 K뷰티 열풍에 힘입어 중화권 사업이 급성장했고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은 지난 2011년 1909억원에서 지난 2014년 4673억원으로 급증했다.

 설화수, 진설 메이크업 라인. (제공: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진설 메이크업 라인. (제공: 아모레퍼시픽)

지난 2015년 2월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아모레퍼시픽 보통주는 179%, 아모레그룹 보통주는 167% 상승했고 2월 24일 아모레퍼시픽의 1주당 가격이 장 중 최초로 300만 원을 돌파하는 등 유가증권 시장에서 최고가를 기록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내 화장품 기업 최초로 지난 2016년에는 2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당시 1년 수출액(2015년 6월~2016년 5월 기준)은 총 2억 8495만 달러로 전년도(1억 9710만 달러) 대비 약 45% 성장했다. 지난 2013년 제50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1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 이래 3년만에 이룬 성과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선양에 지사를 설립한 건 한·중 수교 직후인 지난 1992년이지만 중국에서 첫 흑자를 내기 시작한 건 진출 15년 만인 지난 2007년이다.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여성 5200여명의 피부 특성을 연구하며 현지 여성의 피부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중국 사업의 핵심 브랜드인 라네즈와 마몽드의 중국 매출 비중은 최근 50~60%대로 높아져 국내 매출을 뛰어넘었다.

서 회장은 중국에 이어 아세안 지역과 북미, 남미 등을 글로벌 사업에서 하나하나의 기둥으로 키워나갈 것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세계 화장품 기업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포부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개별재무제표 기준 영업수익은 524억원, 영업이익은 308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액은 4조 9301억원, 영업이익은 1507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브랜드는 설화수, 라네즈 등 주력 프리미엄에 집중하기로 했다. 설화수 내 고가 상품군에 해당하는 자음생, 윤조에센스 등을 강화하고 라네즈는 젊은층을 공략할 예정이다.

주요 플랫폼과 협업을 통한 라이브 커머스 등 디지털 마케팅도 강화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건강기능식품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예정이다. 브랜드 육성과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개선에 기반 해 올해 매출 5조 6000억원, 영업이익 3800억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최근 트렌드로 뜨는 ESG경영 계속, CES 2021 혁신상


CES 2021 혁신상을 수상한 립 팩토리 바이 컬러 테일러 상품이 진열돼 있다. (제공: 아모레퍼시픽)
CES 2021 혁신상을 수상한 립 팩토리 바이 컬러 테일러 상품이 진열돼 있다. (제공: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뷰티 업계 최초로 글로벌 RE100에 가입했다. 가입 범위로는 아모레퍼시픽 국내외 모든 사업장이다.

RE100은 기업이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신재생에너지 캠페인이다. 다국적 비영리 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CDP)의 제안으로 2014년부터 시작했다.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전 세계 29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녹색 건축 최우수 등급이며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 1등급인 골드 등급 건물이다. 에너지 수요 예측 량보다 37.6%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RE100 달성을 위한 계획도 발표했다. 기후변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낮은 온도에서 제품을 제조하는 저에너지 공정기술의 적용을 확대한다.

또 아모레퍼시픽이 CES 2021 혁신상을 받은 기술 2건을 전시하고 전 세계에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11~14일(미국 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열리는 세계최대의 소비자 가전 및 기술 전시회, CES 2021에 참가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CES에 참가한 아모레퍼시픽은 디지털 전시를 통해 올해 혁신상을 수상한 두 고객 맞춤형 혁신뷰티 기술을 전 세계에 선보였다.

CES 2021 헬스&웰니스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은 ‘립 팩토리 바이 컬러 테일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고객의 피부톤에 적합한 입술 색상을 추천하고 현장에서 립 메이크업 제품을 제조해주는 온&오프라인 연계 맞춤형 기술이다. 2000여가지 색상의 제품을 실시간으로 만드는 해당 시스템은 다양한 색소를 정밀하게 조합하고 관리하는 고도화 기술이 적용됐으며 간단한 조작으로 신속하게 정확한 색상을 내는 립 메이크업 제품을 제조할 수 있다.

이번 디지털 전시를 통해 선보인 ‘포뮬라리티 토너 패드 메이커’ 장비도 CES 2021 헬스&웰니스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해당 장비는 피부고민에 맞춘 효능 앰플로 즉석에서 토너를 제조해주며 이를 화장솜에 흡수시켜 피부에 적합한 온도로 조절돼 제공된다. 다양한 효능 성분이 담긴 앰플을 활용해 동시에 얼굴 부위별 맞춤형 스킨케어가 가능하며 사용 시 즉석에서 토너를 만들어 사용하는 방식이라 위생적이다.

◆"거짓부렁 하지 마라" 정직 속에 나눔도 함께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 장원 고(故) 서성환 회장이 입버릇처럼 했던 고향 말이  "거짓부렁 하지 마라"이다. 이 안에 담긴 정직의 뜻을 윤리강령으로 이어받아 정직은 개방, 혁신, 친밀, 도전과 함께 아모레퍼시픽의 의사결정 기준이 됐다.

정직이라는 토대에서 정성과 기술이 만날 때 비로소 강한 상품과 감동을 주는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다는 목표가 임직원 나눔 캠페인의 일환으로 번졌다.

아모레퍼시픽은 1인 매칭 기프트(Matching Gift) 제도를 통해 올해 111개 기관에 1억5000여만원을 기부했다.

매칭 기프트는 연간 임직원이 기부한 금액만큼 회사가 같은 기관에 기금을 기부하는 제도다. 매년 연말정산 시점에 개인이 전년도 기부한 내용을 제출하면 회사에서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는 아모레퍼시픽 임직원 225명이 신청했다. 심사를 거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등 총 111개 기관에 1억4988만 2937원을 전달했다. 기부금은 기관별로 진행하는 사회공헌 활동에 쓰일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5층 루프가든 (제공: 아모레퍼시픽) ⓒ천지일보 2020.4.22
아모레퍼시픽 본사 5층 루프가든 (제공: 아모레퍼시픽) ⓒ천지일보 2020.4.22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매출이 80~90%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화장품 타격이 왔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사업적 구조조정으로 매장 수를 줄이고 내실 다지기에 들어갔다.

◆서경배 회장은?


1963년 1월 14일 아버지가 황해도 출신인 서성환 창업주와 어머니 변금주의 2남 4녀 중 차남으로 출생했다. 경성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상과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학교 경영대학원인 존슨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화학)에 입사했다. 창업주의 차남으로 지난 1997년 34세의 젊은 나이에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해 그룹을 이끌고 있다.

몰락한 형인 서영배 회장과 달리 태평양그룹의 모태인 아모레퍼시픽의 경영권과 지분을 물려받아서 나머지 계열사들을 합친 것보다 규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자체 경쟁력 향상 덕분에 기업가치가 상승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사내이사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을 재선임했다. 회사 측은 재선임 배경으로 "회사의 경영총괄 및 대외적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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