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 (출처: 뉴시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출처: 뉴시스)

지난해 식품매출이 제빵매출 넘어 
한국빵 넘어 세계인 빵으로 성장
허영인 회장 “나눔은 기업의 사명”

[천지일보=조혜리 기자] 대한민국 대표 제빵기업으로 알려진 SPC그룹이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PC삼립의 지난해 푸드부문 매출은 3064억원을 기록했다. 제빵 부문은 2975억원으로 창사이래 처음으로 푸드가 제빵을 넘어선 것이다.  빵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에서도 사랑 받는 빵을 만드는 제빵기업의 변화 근간에는 창립자 고 허창성 회장과 현 허영인 회장의 남다른 상생경영 철학과 도전정신이 있다. 대를 잇는 장수기업의 성장사를 정리했다.

‘맛있는 것을 주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상미당(賞美當)에서 지난 1960년대 출시된 크림빵은 노동자들의 허기를 달래주면서 대박행진을 이어갔다. 이어 호빵(뜨거워서 호호, 맛이 좋아 호빵)이 겨울철 대표 간식이 됐다.

상미당은 “빵을 수백만 개 만들어도 고객은 빵 하나로 평가한다”는 일념 하에 흔들리지 않고 고객만을 바라봤다.

70년간 고객을 생각하고 시도한 단편적인 일상이 축적되어 국내 최대 제과제빵 전문 프랜차이즈 SPC그룹이 만들어졌다.

“빵을 나누면 끼니가 되지만, 만드는 기술을 나누면 꿈이 된다”며 인재 양성을 위해 국내 최초로 사내 대학 SPC식품과학대학을 설립했다.

이 대학에서는 식품산업의 분야별 인력을 육성하며 개인에게 학업의 꿈을 실현해주게 한다.

레드닷 디자인어워드 SPC삼립 시티델리. (제공: SPC그룹)
레드닷 디자인어워드 SPC삼립 시티델리. (제공: SPC그룹)

◆삼립 ‘크림 빵’ 제과제빵의 길이 되다.


지난 2003년 고인이 된 허창성 명예회장은 “성공은, 희망은 제 발로 걸어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직접 찾아내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반드시 땀 흘려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故) 허 명예회장은 광복과 전쟁의 험난한 위기 속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했다.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에게 값싸고 좋은 품질의 빵을 먹게 하고 싶다는 열정이 ‘무연탄 가마’ 개발로 의미 있는 기술혁신을 이뤄냈다.

또한 구호(救護, 재해나 재난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 보호함)가 미미했던 시절 “제빵 사업은 문화사업이다”라며 사회 나눔 또한 활발히 진행했다. 

신뢰 구축은 경영의 요체라며 풍족함은 나누고 빵 한 개에도 혼을 담아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정책 실현의 길을 제시했다.

1945년 동네 빵집에서 국내 최초 식빵 제조 공정 자동화 새대를 열었다. 그 후 빵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까지 진출해 지난 2013년 미국 27개, 중국 119개, 베트남 9개, 싱가포르 2개로 현재는 국내 제빵업계 1위다.

SPC logo (제공: SPC그룹) ⓒ천지일보 2020.2.26
SPC logo (제공: SPC그룹) ⓒ천지일보 2020.2.26

◆둘째 아들 허영인 SPC그룹 회장 꼼꼼한 스타일로 아버지 뒤를 잇다


우리나라의 관습에 따라 장자인 아들 허영선에게는 삼립식품을 물려주고 둘째 아들인 허영인 회장에게는 매출규모가 10분의 1에 불과한 샤니를 물려줬다.

그러나 허영선 회장은 업종을 다각화해 결국 부도를 냈지만 둘째 아들인 허영인 회장은 내실을 다지고 형이 부도낸 삼립을 인수해 합병 후 양산빵(공장에서 생산한 빵)을 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로 높였다.

지난 2011년 합병 후 2015년 매출액은 1조 1076억원으로 2013년 대비 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7% 늘어난 496억원이며 당기순이익은 51.2%로 증가한 333억원을 기록했다. 5년간 바닥을 치던 주가는 2012년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허 회장은 제빵 제조업에 머무르지 않고 사업을 확장해 식자재 제조와 유통까지 하는 종합식품회사를 만들어 ▲제빵제조 ▲빵의 제조와 관련한 원료 판매 ▲식자재유통 및 판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 ▲SPC 캐피탈(점주대상) 등을 운영하는 명실상부한 SPC그룹을 이뤘다.

허 회장은 제빵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 2019년 1월 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PC그룹은 올해 시화공장의 식빵 생산라인과 물류시설에 각각 150억 원과 2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밀다원의 제분 저장창고를 증설하는데 250억원 육가공 사업에 110억 원 등 모두 1000억원의 투자계획을 내놨다.

또 허 회장은 글로벌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허 회장은 중국 텐진 공장을 지난 2018년 10월부터 부분 가동했다. 이로서 SPC그룹은 중국에 6개의 공장을 운영하게 됐다.

SPC그룹은 지난 1997년 중국에 법인을 설립한 뒤 지난 2004년 9월 상하이에 파리바게뜨 1호점을 열었다.

그 후 지난 2018년 12월 말 기준으로 296개 매장을 중국에 뒀다.

허 회장은 싱가포르에서 미국 햄버거 브랜드인 쉐이크쉑 사업운영권을 지난 2018년 10월 SPC그룹 계열사 파리크라상과 미국 쉐이크쉑 엔터프라이즈와 싱가포르 사업 운영에 관한 계약을 맺고 지난 2019년에 싱가포르에 1호점을 열었다.

쉐이크쉑 대구 1호점 (제공: SPC 그룹) ⓒ천지일보 2020.6.3
쉐이크쉑 대구 1호점 (제공: SPC 그룹) ⓒ천지일보 2020.6.3

쉐이크쉑은 지난 2001년 美 뉴욕에서 시작된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로 영국, 일본, UAE 등 세계 주요 13개국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SPC그룹은 지난 2016년 서울에 한국 1호점인 쉐이크쉑 강남점을 오픈했다. 그 후 2년 만에 세계에서 최고 매출을 올리는 매장으로 키워냈다. 

2024년까지 싱가포르에 10개 이상의 쉐이크쉑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허 회장은 지난 2018년 1월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유궁전에서 ‘프랑스 국제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프랑스 정부가 자국에 투자를 해달라는 취지로 연 투자설명회였다. 

한국에서는 허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만 초청됐다.

또 지난 2019년에는 전 미국대통령 트럼프가 주최한 ‘한국 경제인과의 간담회’에 대표적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로 참석했다. 

그간 미국에서 적극적인 사업을 펼치면서 미국 현지 일자리 확대와 투자 및 성장 가능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 2005년 미국에 진출한 SPC그룹은 현지 생산시설 2곳 설립했다. 

지난해 누적 투자액만 800억원에 달한다. SPC그룹은 주요 도시에 78개의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며 총 26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매장 당 평균 30여명을 채용하고 있다.

SPC 파리바게뜨 ‘갓 구운 빵’ 서비스 (제공: SPC 파리바게뜨) ⓒ천지일보 2020.4.6
SPC 파리바게뜨 ‘갓 구운 빵’ 서비스 (제공: SPC 파리바게뜨) ⓒ천지일보 2020.4.6

허 회장은 국내 제빵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제빵산업을 프랜차이즈 산업으로 키워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수출산업까지 성장하도록 이끌었다.

SPC는 지난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세계 1만 2000개 매장을 달성해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올 신년사를 통해 ‘뉴노멀 시대’를 맞아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을 강조했다. 

또 품질 최우선·책임경영·변화와 혁신 등 세 가지 경영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밖에도 허 회장은 “도움이 필요한 주변의 이웃들에게는 따뜻한 상생을 나누고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정도경영을 실천하자”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창업자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는?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은 “나는 경영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 자신이 이 나라에서 제과 기술로는 일인자임을 자부한다. 제과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라도 필요한 것이니 나는 세상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라는 말을 남겼다.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 허 회장은 창업자 아버지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됐다. 

둘째 아들이던 허 회장은 작은 공장 하나를 물려받았다. 형에게 모든 것이 상속됐다. 부도를 맞은 형의 사업을 인수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삼립을 구해 글로벌 회사로 약진시켰다.

◆ 허영인은 SPC그룹 회장은?


1949년 5월17일 황해도에서 태어났다. 허창성 삼립식품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삼립식품 대표를 맡은 지 7개월 만에 빵을 주식으로 먹는 미국의 제빵기술을 배우기 위해 캔자스시티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샤니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형인 허영선 회장이 이끄는 삼립식품이 리조트사업에 투자해 경영난을 겪는 사이 허 회장은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을 키웠다.

삼립식품이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가자 지난 2004년 허 회장은 삼림식품을 인수해 SPC그룹으로 통합했다. Samlip Paris Croissant의 앞자를 딴 이름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