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받아 숨진 것으로 알려진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리는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이 살인죄 처벌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학대 받아 숨진 것으로 알려진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리는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이 살인죄 처벌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차 어린이집 원장 등 증언

3차에는 이웃 주민 등 출석

“양부 살인 적용해야” 주장도

양부, 지난달 반성문 제출

정인이 사건 후 신고 급증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입양모가 16개월 된 아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한 3차 공판이 오늘(3일) 열릴 예정이다. 지난 2차 공판에서 “사망 당일 모든 걸 포기한 모습이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온 바 있는데 3차 공판에 앞서 지난 2차 공판에서 있었던 증언들과 3차 공판에서의 예상되는 바를 정리해봤다.

◆어린이집 원장 증언 “정인이, 사망 전날 모든 걸 포기한 모습”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정인이 입양모 장모씨의 살인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장씨의 남편 안모씨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 등으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정인이가 반복적으로 상처가 난 채 어린이집에 등원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어린이집에 원생이 등원하면 아침마다 원생의 신체를 점검한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집은 정인이 몸에서 여러 차례 흉터와 멍을 발견해 양부모에게 문의했지만 장씨는 “잘 모르겠다. 대부분 부딪히거나 떨어졌다”고 답했다.

이후 A씨는 정인이 몸에서 멍과 상처가 계속 발견됐고, 5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담임이 불러서 갔는데 다리에 멍이 들어 왔다”며 “배에는 상처가 나 있었다. 또 항상 얼굴에 상처가 생기거나 아래에 멍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장씨는 “입양부의 베이비 마사지로 멍이 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정인이는 지난해 7월까지 등원했다. 장씨는 7월 중순부터 약 2개월간 가족 휴가와 코로나19 상황 등을 이유로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A씨는 “2달 만에 온 정인이는 너무나 많이 야위었다”며 “안전하게 어린이집에서 지낼 수 있을까 염려돼 병원에 데려갔다. 제대로 설 수 없을 정도로 다리를 심하게 떨었다”고 설명했다.

병원 소아과 의사는 정인이 상처와 체중 감소를 이유로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장씨는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갔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에 항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A씨는 “그날(정인이가 사망하기 하루 전인 지난해 10월 12일)에는 정인이의 손과 발이 너무 차가웠다”며 “그날 모습은 모든 걸 다 포기한 모습이었다”며 “머리에는 빨간 멍이 든 상처가 있었고, 몸은 말랐지만 배만 볼록하게 나왔다”고 전했다.

◆증인 “장씨, 정인이 살피지 않아”

정인이의 입양을 담당한 단체인 홀트아동복지회의 사회복지사 B씨는 “지난해 9월 양모 장씨로부터 아이가 일주일째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한 끼만 밥을 못 먹어도 응급실에 데려가는 게 일반적인 부모인데 장씨는 달랐다”면서 “장씨는 (정인이에 대해)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하지 않다’는 말을 하면서 일주일 넘게 병원에 (정인이를 데려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증언도 있었다. 어린이집 담임 교사인 C씨는 정인이에 대해 “2개월 만에 어린이집에 온 아이가 너무 말랐었다. 특히 배만 볼록하게 튀어나왔었다”며 “만나기 전과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멍하니 앉아있고 뭘 하려는 의도도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어 “양모에게 상처에 관해 물으면 대부분 ‘모르겠다’라는 등 안일하게 답했다”며 “다른 부모들과 달리 둘째인 정인이를 살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13일 장씨의 학대와 그로 인한 과다출혈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는 당초 아동학대치사 혐의로만 기소됐지만, 지난 1월 1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살인죄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입양모에게 살인 혐의를 추가 적용하도록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이를 법원이 허가했다. 하지만 장씨는 때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며 살인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증인신문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시위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증인신문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시위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3차 공판… 이웃 주민과 양모 지인 증인 출석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이날 정인이 입양모 장씨의 살인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장씨의 남편 안씨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 등으로 3차 공판을 진행한다.

이날 재판에는 장씨 부부의 이웃주민, 장씨가 정인이를 방치했다고 진술한 장씨 지인, 장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진행한 심리분석관 등이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검찰은 이날 증인신문을 통해 장씨에게 정인이에 대한 지속적인 학대가 있었고, 살해 혐의를 의도가 있었다는 주장을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변호인측은 증인신문 이후 진행될 법리공방에 더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나온 대부분의 증언은 장씨와 안씨측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장씨와 같이 안씨에게도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집에서 계속 같이 있던 안씨가 정인이의 학대 사실을 모를 리 없고, 정인양의 몸에 있는 상처 등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기에 학대 방조를 넘어 살인과 같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안씨 측은 “장씨가 변명하는대로 믿었다”며 “정인이를 집에 두고 홈캠으로 지켜보는 등 일부 정서적 방조를 한 사실은 있지만, 학대를 알고도 방조한 건 결코 아니다”라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안씨는 지난달 25일 법원에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사죄하며 살겠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안씨의 반성문 제출을 두고 자신의 죄책을 덜기 위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안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양모의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1차 공판에서는 변호인이 안씨에 대해 “아내가 자신의 방식대로 양육할 거라 믿었다. 일부러 방치한 게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아동학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아동학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인이 사건’ 후 재조명되는 아동학대

한편 ‘정인이 사건’의 재조명 이후 광주 지역에선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관내에서 총 50건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해 12월 32건에 비하면 약 56%가량 급증한 수치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주로 이웃들이 자그마한 의심 사례에도 적극적으로 아동학대 신고에 나서면서 신고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경찰은 개별 아동학대 신고 내용을 적극적으로 수사해 학대와 훈육을 사안별로 판단, 필요한 경우 아동학대 사건으로 분류해 입건할 예정이다.

광주경찰청은 오는 3월까지 정부가 아동학대 현장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경찰과 공무원,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이행해야 할 지침을 확정하기에 앞서 아동학대 대응 지침을 강화해 시행하고 있다.

현장 동행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은 아동보호 전문기관, 지자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 동행 출동해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 오는 3월 30일부터 시행 예정인 즉각 분리제도 시행도 준비하고 있다. 아동학대 관련 사건을 전담 수사하는 조직개편도 진행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재판부는 과연 어떤 판결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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