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앞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군인들 모습. (출처: 뉴시스)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앞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군인들 모습. (출처: 뉴시스)

교인명단 제공과정 관여한 방대본 역학조사팀장 증인출석

변호인, 관련법 근거 “역학조사 대상, 개인 한정” 주장

“역학조사와 자료수집은 구분돼야… 공문도 부실” 지적

검찰 “전파 속도·범위 고려할 때 집단 역학조사 필수”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방역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의 재판에서 이 총회장에게 제기되는 혐의가 형사처벌에 이를만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이 이미 한 번 불기소한 사건들을 다시 기소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김미경 부장판사) 심리로 9일 열린 이 사건 9차 공판에선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역학조사팀장으로 일하는 박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씨는 방대본이 신천지 측에 역학조사와 시설현황 및 교인명단을 제공받는데 있어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이 총회장 측 변호인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예방법)과 그 시행령에 근거해 이른바 ‘역학조사’의 대상이 개인에 한정된다고 주장했다.

감염예방법 시행령 제14조에 따르면 역학조사의 방법은 설문조사와 면접조사 등 5가지를 실시하는데, 이는 모두 개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이다.

변호인은 “신천지 교단에 대해 방역당국이 전체 시설현황과 전체 교인명단 제출을 요청했는데, 5가지 중 어디에 해당하는가”라며 물었고, A씨는 “5가지 중에 특정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은 “역학조사를 위한 자료수집과 역학조사 자체는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회장 측은 감염예방법에서 역학조사를 규정한 제18조와 정보 제공 요청에 대한 규정이 있는 제76조의2를 비교하면서 역학조사와 정보 제공 요청이 같다면 별도의 조항이 있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역학조사 등 방역을 방해한 혐의로 이 총회장을 기소했는데, 신천지 측에게 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것은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게 변호인의 취지다.

반면 박씨는 역학조사를 위한 자료 조사도 ‘역학조사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시몬지파 서대문교회에서 방역 작업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소재 신천지교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2.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시몬지파 서대문교회에서 방역 작업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소재 신천지교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2.21

감염예방법 18조의4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법에서 규정하는 자료제출 요구 대상이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단체 등이라며 신천지와는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변호인은 방역당국이 신천지 측에 보낸 공문들도 문제 삼았다. 변호인단은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월 18일 이후 19일과 21일, 24일 당시 신천지 측에 보낸 공문을 증거로 제시했다.

공문엔 역학조사란 표현은 없이 ‘정보제공 협조요청’이란 표현만 있다. 제시된 법조항도 역학조사가 기재된 감염예방법 18조가 아닌 정보제공만을 규정한 76조의2였다.

주민등록번호 제공 여부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공문에 기초해 주민등록번호가 있다면 좋지만 없어도 이름과 연락처 주소, 생년월일 등을 통해 신원 특정이 가능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박씨도 “주민번호가 없다고 대응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동명이인이나 출입국기록 확인을 위해선 주민번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의 주장과 관련 검찰은 31번 확진자 이후 전파 속도와 범위를 고려할 때 기존의 개인에 대한 역학조사 방법이 적절치 않으니 신천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집단 역학조사’가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시설현황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시설은 신도들의 동선과 연결되기 때문에 필요한 조치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검찰 질문에 박씨 역시 “(확진자 등이) 노출된 장소와 그 장소의 참석자가 누구인지,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연계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처음엔 31번 확진자로 시작돼 대구 신도 중 확진자가 있었는데, 대구 신도 중 전국 신천지 교회 중 41개 교회에 참석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타 지역 신천지 신도가 대구를 방문한 뒤 자기 지역을 가서 확진된 것도 확인되는 등 타지역 확산을 염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씨는 재판부의 질문 과정에서는 ‘시설 관련 정보는 방역관인 자신의 업무에서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한편 변호인은 재판을 마치기 전 ‘원칙’을 강조하면서 “이 사건은 역학조사와 정보제공을 혼돈한 사건”이라며 “형법에선 그렇게 처벌이 안 된다. 이것은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방역방해 혐의를 뺀 나머지는 검찰 스스로 불기소한 것을 다시 추가 조사해 기소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총회장의 보석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학교에서 불구속 재판 원칙을 배웠다”며 “피고인 입장에서도 31번의 감염원을 못 밝혔기에 가해자와 피해자인지 불분명하다”고 보석을 재차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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