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 주변 보세요 전부 문 닫았지. 나는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니까 이렇게 나오는데 5000원짜리 밥 하나도 못 팔아요. 이번 주가 고비지. 이대로 계속 가다간 정말 큰일이죠.”
40년동안 작은 주점을 운영하며 이태원을 지켜온 김모(71, 여)씨의 입에선 큰 한숨이 나왔다.
9일 낮 본지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를 찾았을 때 김씨는 상인도 관광객도 없는 텅 빈 거리를 홀로 지켜보고 있었다. 김씨 가게 외 이태원 거리에 있는 대다수 주점에는 주인은 없고 ‘임시 휴업’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가게 입구 유리문 너머에는 먼지 덮인 전단지만 보였다.
지난 5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이태원은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끊어진 상태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그야말로 위태롭다. 코로나 불황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선 2.5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업자들 사이에선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대출빚만 남긴 채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는 업자들도 이미 적지 않은 수준이다.
전국 65만 소상공인 관리기업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됐던 9월 첫째 주(8월31일~9월 6일) 서울 지역 자영업자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 하락했다. 경기 지역 자영업자 역시 같은 기간 25% 빠지며 올해 최대 낙폭 수준을 보였다.
음식점, 카페 등 자영업 영업 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9월 초 매출 하락세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 속, 방역과 생계 사이에서 고민하는 상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기존 영업시간은 오후 9시부터 새벽 5시까지에요. 그런데 오후 9시 이후에는 문을 닫아야 하니 장사가 아예 안되는 거죠… 사람들 오면 적으라고 장부도 준비해놨는데 오는 사람이 없으니 무용지물이에요.” 김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장사가 어렵고 생계가 막막해지자 딸과 사위를 포함한 김씨의 가족들은 배달 아르바이트에 나선다고 했다. 그는 “장사는 안되고 먹고 살기는 해야 하니까 어쩔 수가 없다”며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빚만 자꾸 늘어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우리만 힘든게 아니라 지금 모든 가게가 다 똑같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비슷한 시각, 이른바 ‘젊음의 거리’라 불리며 평일에도 늘 활기가 넘쳤던 신촌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손님들로 북적였던 음식점은 문을 닫았고, 한집 건너 한집이었던 프랜차이즈 업체조차 임대 문의라 적힌 문구만 붙여두고 있었다.
신촌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던 김모씨는 가게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코로나로 손님을 전혀 받지 못해 매출이 없는 탓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당시 대출을 받으며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던 그였지만 이젠 보증금을 뺀다고 하더라도 수지를 맞출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는 노래방 입구에 이러한 폐업 사연을 적은 현수막을 걸어뒀다. “망했습니다... 코로나로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힘들어서 대출받았는데... 정부가 문 닫으라고 합니다. 정부 믿고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문 닫았습니다.. 50일 동안 임대료, 전기세, 인증비, 저작권료, 보험비 등등 고정비용이 장난아닙니다... 정부는 보상 못한답니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대출금 갚으려고 다시 열심히 해보려 했습니다. 또 닫으랍니다....” 글에선 그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을 통해 “신규 확진자 감소세가 유지된다면 수도권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추가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의 노력이 한두 주 뒤에 결과로 나타나기에 조금만 더 노력해주시면 방역망의 통제력을 확실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