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 힘들 듯...신병치료 명목 외국행 유력
UAE 등 아랍권 왕정국가 망명 가능성도 제기

(카이로=연합뉴스) 30년 권좌에서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말로(末路)는 어찌될까?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민중의 시위에 밀려 사퇴한 뒤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의 거취에 서방 정보기관은 물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집트 국민들도 무바라크가 향후 어떻게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위대와 야권에서는 재산 몰수와 사법 처리 요구가 터져 나오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으며, 이미 출국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 잔류 쉽지 않을 듯 = 무바라크의 거취를 둘러싸고 우선 이집트에 남아 있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그는 여러 차례 조국 땅에 뼈를 묻겠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이는 그에게 우호적인 이집트인들에게 상당히 호소력 있게 다가갔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대규모 시위 발생 후 지난 1일 첫 대국민 연설에서 조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이집트 땅에서 죽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퇴임 전날 연설에서도 즉시 퇴임 요구를 거부하면서 이집트에 남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붙잡아야 하는 단계에서 국민들의 감정에 호소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었지만 막상 권력에서 밀려난 상황에서는 효력이 끝난 발언이 됐다.

혁명의 뒤에는 반드시 피비린내가 진동한다는 역사적 경험이 보여주듯이 `역사 바로세우기'와 `여론 달래기'에 나서야 할 차기 권력자 입장에서는 어찌됐든 전 정권과의 단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향후 권력을 누가 쥐든지 간에 무바라크의 실정과 부정 축재 등을 제물 삼아 자신의 권력 기반을 강화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바라크가 휴양지 등에 칩거하며 이집트 잔류를 고집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 결국 재산몰수, 사법처리 등을 자초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13일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 광장에 남아있는 시위대 사이에서는 재산 몰수와 처벌 구호가 핵심 구호로 등장했다.

따라서 권좌에 있으면서 수많은 권력자들의 말로를 직접 목격했던 노회한 정치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잔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 신병치료차 외국행 유력...망명설도 = 독일 슈피겔 지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과거 세 차례나 휴가를 보냈던 독일 바덴바덴으로 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독일의 대표적 휴양 도시 중 하나인 바덴-바덴에서 과거 3차례나 휴가를 보냈을 정도로 이 지역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이곳에서 약 80㎞ 떨어진 하이델베르크의 한 병원에 3주간 머물면서 담낭 제거 수술을 받았었다.
독일 정부는 당초 무바라크의 퇴진 직전까지 신병 치료 차 독일로 오는 방안도 좋다는 말을 흘렸으나 퇴진 이후엔 함구하고 있고 병원 당국자들도 현재로선 징후가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독일 언론은 전했다.

이에 따라 신병 치료를 핑계로 독일 등 외국행을 택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 자신이 명예로운 퇴진을 중시했던 점에 비추어 신병치료를 내세워 유럽 등지로 떠날 경우 체면을 덜 구기면서도 일부 동정여론에 기댈 수 있기 때문이다.

무라바크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군부 입장에서도 시위대의 처벌 요구로 인해 그가 이집트에 남아있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신병치료차 외국행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지역으로는 독일을 비롯해 무바라크 아들 등 일가의 재산이 많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영국 등이다.

이미 무바라크가 독일로 갔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아랍연맹 고위 관계자의 한 측근은 연합뉴스에 전했다.

그러나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로의 망명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압력에 취약한 유럽 국가들 보다는 최고 권력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중동 국가가 보다 안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방 언론매체들은 13일 홍해 휴양지 호텔 인근을 경찰이 삼엄하게 검문 검색하고 있는 점을 들어 아직 무바라크가 이곳에 체류 중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권력에서 밀려난 무바라크의 외국행은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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