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척박한 환경 개척한 마오리족

창고에 보관한 음식 사라져… 원인은 짐승

지면에서 일정 높이 위로 음식 보관 시작

마오리족이 뉴질랜드에 도착했을 때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황량한 벌판, 강한 자외선, 파란 하늘에 길게 늘어선 흰 구름이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14
마오리족이 뉴질랜드에 도착했을 때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황량한 벌판, 강한 자외선, 파란 하늘에 길게 늘어선 흰 구름이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14

마오리족이 폴리네시아(Polynesia)에서 남태평양을 건너 뉴질랜드에 도착한 시기는 약 1000년 전이었다.

뉴질랜드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의 눈에 들어 온 것은 황량한 벌판, 강한 자외선, 파란 하늘에 길게 늘어선 흰 구름이었다. 척박한 환경이었지만 그들은 뉴질랜드의 주인임을 자처하는 탕가타 훼누아(Tangata whenua: ‘땅의 주인’이라는 뜻의 마오리어)라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독특한 음식 보관 방법
나무를 구해서 집을 짓고 음식을 보관할 창고를 만들었다. 하지만 창고에 음식을 보관하는 것이 문제를 발생시켰다.

창고 안에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시설이 없다보니 음식이 상하는 것은 물론, 없어지는 일도 흔했다. 특히 음식이 없어지는 현상에 화가 난 부족장은 부족단위로 회의를 열어 음식을 훔쳐간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며칠을 창고 주변 숲속에서 밤낮으로 창고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자 뜻밖의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다. 거의 매일 밤마다 짐승들이 들락날락하는 광경을 본 것이다.

짐승들의 출입을 방지해야 했다. 창고 문에 잠금장치가 없다는 점과 창고가 지면에 붙어있는 것이 짐승들이 출입하기에 쉽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수시로 부족회의를 열어 방법과 지혜를 강구했다. 우선 창고를 지을 때는 지면에서 일정한 높이만큼 공간을 확보하도록 했다. 이는 짐승이 들어갈 수 없도록 하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결과 창고 가까이까지 짐승들이 접근해 왔지만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또 공간 확보로 인해 통풍도 잘되어 음식이 상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러한 여러 과정을 거쳐 마오리족의 음식 보관 창고는 어쩔 수 없이 지면에서 떨어진 공중에 만들게 되었다.

 

뉴질랜드의 척박한 환경을 개척한 마오리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14
뉴질랜드의 척박한 환경을 개척한 마오리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14

키아오라(Kiaora)
마오리족은 부족 마을도 형성했다. 하지만 부족 간 영역 다툼으로 인해 부족 간의 싸움도 빈번했다.

자신들의 영역에서 이방인을 발견하면 얼굴에 험한 문신을 한 마오리족들이 창을 들고 갑자기 나타났다. 혓바닥을 널름거리면서 창으로 찌를 듯한 기세로 괴성을 질렀으며 이로 인해 이방인들은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영역에 함부로 들어온 이방인들을 죽이겠다는 위협이었다. 그러다가 이방인에게 나뭇가지를 던진다. 나뭇가지를 줍느냐, 밟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나뭇가지를 밟으면 바로 싸움으로 이어지지만, 나뭇가지를 주워들면 ‘함께 잘 지내자’라는 의미이다. 또 나뭇가지를 주우면 “키아오라(Kiaora)!”라고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환영이라는 인사말이다. 이어 마오리족은 이방인과 코를 맞대는 인사를 한다. 그리고 집으로 안내한 후 몇 시간에 걸쳐 특별한 음식을 준비해서 대접한다. 그들의 인심이 얼마나 후했는지 몇 달치 식량을 소비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손님이 간 뒤에는 굶는 일도 종종 있었다.

 

뉴질랜드 공원에 가면 바비큐 요리를 할 수 있는 바비큐장이 따로 마련돼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14
뉴질랜드 공원에 가면 바비큐 요리를 할 수 있는 바비큐장이 따로 마련돼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14

따뜻한 음식에 대한 열망
예나 지금이나 뉴질랜드는 여름이라도 하루에 사계절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날씨의 변화가 심하다. 한여름의 낮 기온이 섭씨 30도 이상이라 하더라도 아침, 저녁으로는 초겨울을 느낄 정도로 춥다는 점이다.

이러한 날씨는 마오리족의 음식 요리 방법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게 했다. 그들은 추운 겨울은 물론 여름의 아침, 저녁 기온이 쌀쌀하여 오랫동안 따뜻한 음식을 보관할 수 없었다.

늘 어떻게 하면 잘 요리된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었다. 그래서 만들어낸 아이디어가 땅속에서 음식을 요리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땅 속에서 요리를 하게 된 또 다른 이유로는 땅에 신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파파투에누쿠’라는 땅의 여신이 마오리족의 영혼을 지배한다고 여겼다.

마오리족이 땅과 밀접한 연관을 짓고 있음을 뜻한다. 그래서 땅의 여신 품 안에서 요리한 음식은 대단히 신성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연유로 마오리족이 음식을 익힐 때 대부분 땅속에서 익히게 되었다.

뉴질랜드에 ‘카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마오리어로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음식을 말한다. 마오리족이 섭취한 주식으로는 자생하는 열매, 채소류, 사냥과 낚시로 잡은 새와 생선 등이었다.

또 그들이 폴리네시아에서 갖고 들여온 고구마, 감자 같은 구근류를 재배했는데 이 또한 식생활에 큰 보탬이 되었다.

뉴질랜드는 섬나라로서 예나 지금이나 평균적으로 온화한 기후인데다가 일조량이 많다. 이러한 기후는 키위, 사과, 아보카도, 체리 등의 과일 및 야채들을 잘 자라게 하는 토양을 조성한다. 계절에 관계없이 신선한 야채들을 맛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 기후와 양질의 토양에 기인한다.

약 5000만 마리에 이르는 뉴질랜드 양의 수가 말해 주듯, 풍부한 양고기를 비롯하여 섬나라의 특징인 해산물도 풍부하여 가정이든 야외든 심심찮게 바비큐 파티가 열린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뉴질랜드 공원에 가면 바비큐 요리를 할 수 있는 바비큐장이 따로 마련돼 있다. 요리의 안전과 환경 보호 차원에서 전기바비큐장을 이용하는데 누구든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슬로푸드로 ‘항이(Hangi)’는 마오리어로 ‘지열로 찐다’라는 의미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14
슬로푸드로 ‘항이(Hangi)’는 마오리어로 ‘지열로 찐다’라는 의미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14

슬로푸드 항이

최근 건강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마오리족의 전통음식이 있다. 마오리족의 지혜와 정성이 담겨 있으며 음식을 조리하는 방법이 독특하다. 마오리족의 전통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 조리 방식이 원시적이라 할 수 있다.

슬로푸드로 ‘항이(Hangi)’라는 음식이다. ‘항이’라는 말은 마오리어이며 ‘지열로 찐다’라는 의미이다. 일종의 찜 요리라 할 수 있다.

이 음식은 땅의 여신 품 안에서 요리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땅에 지름 120㎝ 정도의 구덩이를 크게 판 후, 그기에 나무를 쌓는다. 나무 위에 호박돌 크기만한 돌을 올려놓는데, 돌이 뜨거워지도록 하기 위해 나무에 불을 붙인다.

돌이 뜨거워지면 그 위에 물을 뿌린다. 물을 뿌리는 이유는 돌에서 나오는 증기로 음식을 익게 하기 위함이다. 다시 그 위에 아마잎 또는 석쇠 광주리를 놓고 양고기, 닭고기, 고구마, 감자, 갖은 야채를 켜켜이 얹는다.

이후 두꺼운 천을 덮고 그 위를 흙으로 덮는다. 이렇게 덮어두는 이유는 달군 돌에 의해 익는 음식의 열기가 새어 나오지 않고 천천히 익도록 하기 위함이다.

 

웰빙음식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항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14
웰빙음식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항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14

뜨거운 증기로 3~4시간 정도 요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마의 향이 음식에 스며들어 육질이 대단히 부드러워지며 맛이 담백해진다. 게다가 달군 돌의 특징이 고기가 타지 않게 함으로써 고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특이한 점으로는 ‘항이’를 요리할 때는 조미료나 향신료 등 특별한 맛을 내는 첨가제를 넣지 않는다. 맛 추임새가 없을 뿐더러 소금조차 넣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 맛이 부드럽고 느끼하지 않다.

‘항이’가 웰빙 음식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1840년대부터 백인들의 이민 열풍에 따른 서양 문화와 마오리족 문화 그리고 세계 각국의 이민자 문화가 융합된 뉴질랜드는 음식의 세계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아울러 ‘항이’ 전통음식을 세계화하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세계화에 흡수되거나 동화되려고 하지 않는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전통요리를 즐기며 그들의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마오리족의 전통이 뉴질랜드 정체성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지구촌 시대에서도 가장 세계적인 경쟁력은 전통 문화에서 연유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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