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분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퍼붓는 폭우로 인해 광화문, 청계천 일대도 한때 물바다가 됐으며, 강서구와 신월동 일대도 배수 문제로 지하 가옥이 물에 잠기고 교통이 마비되는 등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서울 서남부 지역은 기상청이 예상했던 강수량의 3배가 넘는 200㎜ 이상 비가 내려 피해가 더욱 컸다.
지난 겨울 폭설과 태풍 곤파스, 이번 폭우 또한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이라고는 해도 만반의 대비를 했다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첨단 기상관측 장비로도 예측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 미리미리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어야 한다.
이번 폭우는 9월 하순 기준으로 100년 만에 내린 큰비였다고 한다. 장마 때만 되면 침수되는 지역이라면 평소에도 피해방지를 위한 방비를 더 철저하게 했어야 한다. 이제야 서울시가 저지대 주택가 인근에 빗물 저수조 8곳과 펌프장 등을 추가 증설하기로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닌가 한다.
이번 폭우에 피해가 컸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시간당 강수량 75㎜를 기준으로 설계된 서울시내 하수관이다. 넘쳐나는 빗물을 제대로 배수하지 못해 범람한 청계천과 광화문 일대 등은 그야말로 물난리였다.
뿐만 아니다. 이번 폭우로 많은 공무원과 소방관, 군·경이 동원돼 비상근무에 나섰지만 피해 주민들의 불만은 여전했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공무원에게만 의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폭우로 수해 비상근무에 들어갔음에도 일부 경찰서 간부들이 골프연습을 하거나 자리를 비워 빈축을 사기도 했다.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물난리가 난 이런 상황에서 한가롭게 골프나 치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이번 폭우가 전체적인 재난재해 대비 시스템을 점검하고 공무원 스스로 자신들의 사명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