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철강 업계 노동자와 노조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고율관세 부과명령에 서명하고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철강 업계 노동자와 노조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고율관세 부과명령에 서명하고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하면서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의 막이 올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제외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으나 보복을 시사해온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이 행동에 나서면 글로벌 무역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명령에 서명하면서 무역 전쟁에 대한 공포를 키웠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외서 반대가 거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철강 업계 노동자와 노조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고율관세 부과명령을 강행하면서 “무역에서 우리를 가장 나쁘게 대우한 많은 나라가, 군사적으로는 우리의 동맹이었다”며 “우리는 단지 공정함을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중국만큼은 직접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훌륭한 관계를 맺기를 희망하지만, 어떤 조치들은 취해야 한다”며 “우리는 중국과의 거래에서 일 년에 5천억 달러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면제한 데 대해서는 "미국과의 독특한 관계를 고려해 두 나라에는 관세를 보류하려고 한다"면서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재협상하고 있고 합의가 이뤄지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EU와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결정에 보복 가능성을 밝혔다. 이에 ‘3대 경제권’을 이루는 세 나라의 전면전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후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트위터에 “EU는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이며 우리는 이러한 조처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도 “유럽은 어떤 움직임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유럽의 힘과 주권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도 즉시 보복 조처를 강하게 시사했다. 중국 상무부의 왕허쥔 무역구제조사국장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국가안전을 명분으로 무역보호조치를 취했으나 실제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 알루미늄은 대부분 민간용으로 국가안전을 해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다른 국가들과 연대할 가능성을 강하게 비쳤다.

일본도 자국이 포함된 데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일본 정부는 이날 “유감”이라고 외무성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외무성은 “이번 조치가 동맹관계인 미일관계의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일본 기업에 대한 영향, 세계무역기구(WTO)협력과의 관계 등을 충분히 조사한 뒤에 향후 적절한 대응할 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내 반발도 거세다.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규제조치 성명 직후 “이 같은 조치에 동의하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소속인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를 무효화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새로운 관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시장에 두려움을 주고 자신의 경제수장을 그만두게 했으며,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을 당혹하게 했고 주류 공화당 의원들과의 균열을 키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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