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乙未年) 양의 해를 보내고 병신년(丙申年) 원숭이의 해를 맞이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이럴 때면 흔히 지나간 날들을 돌아보고 만족하기보다 아쉬워하며, 새해를 각오하며 설계한다. 그 설계는 개인이나 조직이나 지난해의 일들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결산함으로써, 다가오는 새해에는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다짐하게 하는 동기가 된다. 그래서 연말연시가 되면 온 거리에 변화와 혁신이라는 화두로 물결을 이룬다. 물론 그렇게 반복되는 카테고리 속에서 인류는 오늘의 문명과 문화를 일궈 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볼 때, ‘변화(變化)’라고 하는 것은 자신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과 사회와 나라와 인류에 있어서는 너무나 중요한 요체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처럼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변화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유무형의 ‘성질이나 모양·상태 등이 바뀌어 달라지게 하는 것’이라는 정도의 막연하면서도 학술적 의미로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류문명이 오늘의 발전된 변화를 가져 올 수 있었던 데는 변화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사람과 그들이 움직이는 조직 즉, 변화의 주역들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흔히 변화는 혁신이라는 단어와 함께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혁신(革新)’이라 함은 ‘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서 아주 새롭게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말은 쉽지만 단어의 의미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죽을 벗겨내는 고통을 감내(堪耐)할 때 비로소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참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예를 하나 들어보기로 하자. 독수리는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살고, 가장 지혜가 뛰어난 새로 새 중의 왕으로 군림한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닉네임을 갖기까지는 독수리만의 비밀과 사연이 숨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독수리라는 화려한 이름 뒤엔 “마치 독수리가 그 보금자리를 어지럽게 하며 그 새끼 위에 너풀거리며 그 날개를 펴서 새끼를 받으며 그 날개 위에 그것을 업는 것 같이(신 30:11)”라고 성서에 기록된 것 같이 나면서부터 가장 강한 새가 되기 위한 연단이 시작된다. 그리고 살아남아야 한다. 뿐만이 아니다. 독수리의 수명은 약 70년이나, 40년 정도 살게 되면 독수리는 신중하고도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독수리는 발톱이 안으로 굽어진 채로 굳어져 더 이상 먹이를 잡을 수 없게 되고, 휘어진 부리는 가슴 쪽으로 구부러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날개는 약해지고 무거워지며 깃털들은 두꺼워져 더 이상 날 수 없게 된다. 이 때 선택해야 할 두 가지 길이 있으니 하나는 죽음이요 하나는 바로 혁신의 과정인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통한 거듭남으로 생명을 연장하느냐다. 결국 독수리는 살기 위한 과정인 환골탈태를 위해 약 150일간(약 5개월)의 고통스런 긴 여정에 오른다. 높은 산꼭대기 절벽 끝 바위에 둥지를 틀고 먼저 자신의 부리를 피를 흘리며 바위에 찧어 뽑아내고 다시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시 난 부리로 자신의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뽑아 낸 발톱이 다시 날 때까지 또 기다린다. 그리고 다시 난 발톱으로 자신의 낡은 깃털을 뽑아내 새로운 깃털이 나게 되고 비로소 높은 하늘을 다시 날게 되니 약 30년의 수명을 더 연장하게 된다. 즉, 독수리는 30년의 수명 연장을 위해 살펴본 바와 같이 고통의 환골탈태의 과정을 통해 자기 혁신을 이룬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독수리를 통해 얻는 교훈이 뭘까.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누구나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싶을 거다. 하지만 참다운 변화는 이처럼 혁신의 길인 환골탈태의 과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가르침이다. 독수리가 이름대로 독수리가 된 것이 거저 된 것이 아니라는 진리도 깨닫게 된다. 이 대목에서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환골탈태를 통해 참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생각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도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했다. 즉, 변화의 시작은 곧 내 생각이며, 변화된 생각을 통해 내가 먼저 변할 때,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도 세상도 변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따라서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 볼 것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조직이나 제도 개선 이전에, 낡고 구태에 젖은 내 생각과 사상, 의식과 가치관을 하나씩 하나씩 뽑아낼 때 고통스럽더라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혁신의 길이 되며, 나아가 진정한 변화를 꾀해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작 깨달아야 할 것은 한 해가 아닌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 하는 시대의 기로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더더군다나 자신의 낡은 생각을 뽑아 버리고 새 것을 받아들이는 혁신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을미년(乙未年) 한 해 저희 천지일보를 사랑해 주시고 아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새해에도 천지일보 기자들은 이 시대의 언론의 사명을 위해 선구자적 입장에서 충실히 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병신년(丙申年) 새해 소원성취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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