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당당(正正堂堂). 요즘 들어 정정당당의 의미를 심히 고민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저기서 ‘당당’거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민주와 정의, 소신과 신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창당하거나, 탈당하거나, 당명을 새로 바꾸거나 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면서 안철수 의원과 민주통합당의 합당으로 탄생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1년 9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당명을 바꾼 더불어민주당과 이미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적이 있는 새누리당.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진행된 일명 ‘당명 바꾸기’는 사실 달가운 일은 아니다. 갖은 미사여구를 동원해 당명 바꾸기의 합리성과 합당함을 강조하지만 대다수의 국민이 느끼는 바는 비슷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른바 ‘안철수 색 벗기기’로 진행된 당명 바꾸기에 곱지 않은 시선이 가는 이유 중 하나다. 이미 정치권 내에서도 파다한 주류와 비주류 나누기, 독불장군처럼 ‘마이웨이’를 외치는 문화. 국민이 원하는 정치는 어느 당의 누가 만들어가는 무슨 무슨 당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지도자다운 지도자라는 것을 외려 정치인들이 모르고 있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당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꾸는 개명(改名)만이 문제가 아니다. 서로 조금만 의견이 달라도 탈당하거나 신당 창당을 하는 등의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특히 안철수 신당 창당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지금, ‘국민의당’에 합류하고자 탈당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아 이 또한 현 정치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처사인 것만 같아 눈살이 찌푸려진다.

모두가 그렇듯 탈당하는 의원들은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하는 길에 합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더민주 최원식 의원의 경우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하는 국민의당에 참여, 광범위한 연대로 박근혜 정권을 견제하고 총·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분골쇄신하겠다”며 탈당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비단 최원식 의원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논어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임금은 신하를 부리기를 예(禮)로써 하며, 신하는 임금을 섬기기를 충(忠)으로써 해야 한다(君使臣以禮 군사신이례/ 臣事君以忠 신사군이충)’.

이는 군주(지도자)나 윗사람이 도덕적으로나 일에 있어 모범을 보일 때 신하나 아랫사람이 신뢰하고 따르게 된다는 이치다. 마찬가지로 신하 또한 윗사람을 섬길 때에 충(忠)으로 섬기라는 것은 무조건적인 복종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어느 나라, 어느 민족, 어느 사회, 누구를 막론하고 똑같이 적용되는 이치이겠으나 무엇보다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한 정치인들에게 더욱 강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따르기에 부족함 없고 완벽한 지도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오죽하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느냐는 말이 나왔겠는가. 따르기 어려운 지도자를 섬기기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함께 힘을 합쳐 더 좋은 나라,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보다 ‘내 입맛에 맞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과연 대의(大義)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것인지 국민 앞에 솔직해져야 할 것이다. 아니 국민 앞에 솔직해지기 전에 자신 앞에 모두가 솔직해져야 한다.

새로운 당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당명을 개명하고 탈당하는 것이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며, 정치권이 달라지거나 이 나라, 이 사회가 변화되는 것이 아니다. 달라지고 변화돼야 할 것은 ‘무슨 무슨 당’이 아닌 정치인들의 인식과 양심의 변화라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랬을 때야 비로소 정정당당한 정당,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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