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총선에 나설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서 정당별 총선 기호도 확정되었다. 총선 때가 되면 평소에 듣지 못하던 정당들이 등장하여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지난 제21대 총선에서는 35개 정당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38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등록했다고 한다. 정당명부식 1인2표제가 도입된 후 역대 최대 정당이 선거에 참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모든 국민이 국정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 현실에서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여 국정을 위임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민주주의가 대의제 민주주의로 발전한 것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 선거가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하여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더구나 총선은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이면서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이다.

우리나라가 정부형태를 대통령제로 하고 있지만, 법치국가를 움직이는 법률을 제정하는 권한은 입법부인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은 주권자인 국민이 최종적으로 결정하지만, 헌법에 근거하여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가조직 등을 규율하는 규범은 법률이다. 그래서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부는 헌법에 구속되지만, 행정부와 사법부는 헌법뿐만 아니라 법률에도 구속된다.

이렇게 국가의 기본 질서를 구축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의 중요한 부분을 결정하는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은 중요하다. 그리고 총선에서 지역구에 후보를 내세우고 비례대표 후보도 내세우는 정당이 중요한 것도 다수의 정당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여 국회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정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거의 구성되기 때문에 정당의 의사와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정당이 대의제 민주주의를 주도하면서, 민주주의는 정당제 민주주의로 변하였다. 그래서 현대국가에서 선거는 정당이 주도하게 된다. 이번 총선에서도 제21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정당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총선에 참여하고 있는 정당들은 상대 정당이나 후보를 공격하는 것에 집중하고 향후 4년간 국정운영과 관련하여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치솟는 물가뿐만 아니라 인상된 금리로 인하여 재정적 부담이 커지면서 국민 생활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분쟁은 아직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의사를 대변해야 할 국회가 총선에만 집중하면서 국가와 사회의 현안에 대하여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헌법은 국회의원의 여러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의무는 국익 우선의 의무이다. 국민주권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국익이란 국민의 이익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국민은 전체 국민을 의미하는 것이고 개개인으로서 국민이나 특정 세력의 국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은 자신이 추구하는 이념과 목적에 따라 활동하지만, 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배해서는 안 된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선거로 선출된 국민의 대표가 국정을 운영하지만, 국회의원은 국정운영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밖에 없다. 국정운영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국민의 대표를 선출한 국민에게 돌아간다. 민주주의란 국민의 자기지배를 말하는 것으로 국정운영의 결과도 국민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즉 선거를 통하여 국민의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지지만, 국민은 국정운영의 결과에 대하여 법적으로 실질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헌법이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국가권력이 국민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 이유는 민주국가에서 최종 책임자가 국민임을 강조한 것이다.

국민의 대표가 되려면 우선 국가와 국민을 우선하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국민의 대표가 국가관이 없다면 대표의 자격이 없다. 국익을 우선해야 하는 의무는 소속 정당의 정치적 이념과 노선 등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다음 입법부의 구성원이 된다는 점에서 입법과 전문영역에서 최소한의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대표가 되려면 공익과 사익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헌법도 명문으로 국회의원에게 청렴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정을 위임받은 국회의원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면, 그 책임은 국민의 대표를 선택한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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