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얼마 전 언론은 사교육 업체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검토 등에 참여한 교원들에게 돈을 주고 모의고사 문항을 산 사건을 보도하였다. 수능에 대한 문항 거래로 수사 고발된 사건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대학입시에 수능성적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충격적이다. 더구나 철저한 보안이 유지되어야 하는 수능 문제가 다양한 방법으로 유출되고 있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국가로 경제발전을 위하여 많은 인재를 양성해야 했다. 특히 고등교육의 중심이 된 대학은 인재 양성기관이 되면서, 한때 대학 진학은 많은 국민에게 사회진출에 있어서 남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교두보였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소위 학벌이라는 용어는 이런 사회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학벌은 더욱 공고해졌고 사람들은 대학입시에 매달리게 되었다.
과거에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하여 예비고사를 통과해야 했다. 이 국가시험은 지역별로 기준을 정하여 그 기준을 통과하는 점수를 획득해야 대학에 응시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학 진학을 열망하는 국민의 요구가 날로 커짐에도 대학의 수와 대학 정원이 이를 수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시 정부는 대학 입학정원을 대폭 확대하면서 대학설립의 기준을 완화하여 대학의 수도 늘렸다.
대학의 수가 늘면서 대학입시도 변하였고, 그 결과 도입된 것이 수능이었다. 대학에 진학하여 공부할 능력을 평가하는 수능은 지난 30년간 공정한 입시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초기에 수능은 단지 대학 진학을 위한 수학능력시험이었지만, 많은 대학이 점차 본고사를 폐지하면서 수능의 중요성은 커졌다. 그리고 대학입시에 다양한 전형 방법이 도입되면서, 객관적으로 평가 기준이 되는 수능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대학입시에 수능성적이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소위 입시전쟁에서 학교 교육은 부차적이었고 학원 보습교육이 주가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과거부터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대학입시에서 수능이 촉진제가 되었다. 이 현상으로 인하여 교육에서 평등원칙이 훼손되었다.
우리나라 학교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영이 된다면,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고 학생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수능을 치른 후 학생이 원하는 바에 따라 대학에 지원하고 진학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학교 교육만으로 수능을 잘 볼 수 없거나 부족하여 추가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면, 수능제도에 문제가 있는지 또는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해야만 한다.
대학입시에 수능이란 제도를 도입한 것은 대학수학능력을 평가하여 고등교육기관으로 진학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사회가 대학 졸업자를 우대하고, 더구나 소위 좋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우선 채용하다 보니 대학입시 자체가 취업을 위한 조건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이 대학에 진학하는데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어서, 수능을 위한 무한 경쟁이 촉발하게 되었다.
이런 문제로 인하여 이번 수능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 볼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예견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언론보도를 보면 사교육 업체가 수능 출제 경력이 있는 교사로부터 문항들을 사들여서 이를 모의고사로 출제하였다고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수능 문제가 위법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넘어서 수능제도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과 관련하여 문항 거래와 같은 부정·위법행위가 발생하게 되는 것은 현행 수능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이는 현행 대학입시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이 대학입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과거 프랑스는 명문대학에 가기 위한 과도한 경쟁을 막고 대학 진학을 위한 국민의 열망을 고려하여 대학제도를 혁신적으로 개혁하였다. 지금 우리나라 학교 교육은 중대한 전환점에 있다. 유치원부터 의대준비반이 생기는 희한한 교육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학입시에 몰입하다 보니 학교 교육은 형해화되고 학원 교육이 성행하고 있다. 이제 학교제도와 학교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