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제22대 국회를 구성할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점입가경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의회민주주의가 정당민주주의로 가면서 정당의 역할이 커졌지만, 정당의 이기주의로 인하여 민주주의의 본질만 훼손되고 있다. 선거는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인데,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들은 추구하는 이념과 정책은 도외시하고 오직 승리만을 목표로 후보를 공천하고 있다.

선거를 4년마다 하는 이유는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신분을 보장하지 않는 대신 신분으로 인한 법적 책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을 뽑아준 국민에게 정치적 책임만 지고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자신을 뽑아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국정을 하지 못한 경우, 국민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헌법은 국회의원의 정치적 책임의 기간을 4년으로 정하고, 4년마다 선거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헌법은 민주주의의 실현에 정당의 기능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아 국가기관이 아님에도 정당을 명문으로 규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이 헌법에 근거하여 정당법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정당 내부의 민주화가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명문으로 정당민주주의를 규정하고 있지만, 정치 현실에서는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 국민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

선거 준비로 국회가 거의 개점 휴업상태에 들어간 상황에서 의대 입학 증원 문제로 발생한 의료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공의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고, 이에 동조하는 의사와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의사 간의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들의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사회가 발전하고 변화하면서 의료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 의대 증원은 자연스러운 것인데, 의사들은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자격사에 대한 수급은 국가의 정책에 따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의사협회에서는 의료개혁을 위하여 의료계와 정부가 서로 존중하며 합리적 방안을 논의하자고 하지만, 이는 의대 증원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의료인의 수급 문제는 국민의 요구에 대한 국가의 결정이지 의료계가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의사뿐만 아니라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모든 전문자격 분야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료정책을 밀어붙인다고 하지만, 의사 수의 부족 현상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정상적으로 국가가 정책을 추진하였다면 매년 조금씩 증원되어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의료계는 이 사태가 종식되지 않을 경우 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의료인의 태도는 아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등을 다루는 전문직종에 자격제도를 실시하면서 관리하는 이유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함이다. 물론 전문직 종사자도 직업의 자유를 보호받기 때문에 자신의 직업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면 기본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20여년 동안 증원하지 못하여 부족하게 된 의사 수를 늘리려는 정부의 결정이 결코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국민주권국가로 국가를 주도하는 주체는 국민이다. 국민은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지만, 국가공동체를 위하여 행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국민의 헌법상 의무로 대표적인 것이 국방의 의무와 납세의 의무가 있다. 국민이 주어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전문직종 종사자도 주어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누구도 법 앞에서는 평등해야 한다.

헌법은 제1조 제1항에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임을 규정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은 민주주의에 기반한 공화국을 말한다. 즉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정치체제를 가지고 공화주의에 따라 국민이 통치하는 공화국이다. 공화국은 일인이나 소수에 의한 독재나 전제 또는 과두정을 부정한다.

헌법재판소는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의 전제적 지배를 배제하고 공동체 전체의 동등한 구성원에 의한 통치를 이상으로 하는 것이 공화주의라고 하였다. 공화주의는 사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국가에 헌신하는 자립적인 국민이 정치의 주체가 되고 법의 지배를 통하여 공공선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공익을 우선하고 공공선을 추구하는 공화국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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