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인기 아이돌 가수 청하의 대표곡 ‘벌써 12시’에는 “아쉬워 벌써 12시, 어떡해 벌써 12시네”라며 자정이 다가옴(헤어져야할 시간)을 아쉬워하는 가사가 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인류가 살고 있는 이 지구의 종말시계가 “벌써 12시”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노랫말처럼 “어떡해, 벌써 12시.”

2024년 1월 23일자로, 지구가 멸망하기까지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구종말시계(Doomsday Clock)’의 초침이 자정까지 딱 90초 남았다는 얘기다. 지구종말시계를 관리하는 미국 핵과학자회(BSA)는 ‘지구종말시계’의 초침을 지구 종말을 의미하는 자정까지 ‘90초’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BSA는 핵의 위협, 기후 변화, 인공지능(AI)과 새로운 생명 공학을 포함한 파괴적인 기술 등이 지구종말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레이첼 브론슨 BSA 회장은 “전 세계 분쟁 지역은 핵확산 위협을 안고 있고, 기후 변화는 이미 죽음과 파괴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이 정해놓은 이 시계가 실제로 지구종말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운명의 날 시계’로도 불리는이 상징시계는 핵무기 또는 기후 변화로 얼마나 인류 문명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알릴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니만큼 그 의미를 무시할 수만 없는 노릇이다. 시계바늘이 자정을 가리키면 종말(Doomsday)을 의미한다.

지구종말시계의 유래는 1947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원자폭탄개발계획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인류에게 핵위협을 경고하기 위해 핵전쟁으로 인류가 사라지는 시점을 자정으로 나타내는 시계를 잡지 표지에 실었던 것이 시초이다. 이후 잡지를 발행할 때마다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핵실험이나 핵무기보유국들의 동향과 감축 상황 등을 파악해 분침을 지정하고 있다.

애초에 지구종말 시계가 만들어지고 종말의 시간을 앞당긴 가장 주요한 요인은 핵의 위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핵의 위협보다 기후위기의 문제가 더 심각한 위협으로 떠올랐다. 핵의 위협도 여전히 상존하지만 그것보다 기후위기에 따른 기후재앙이 가장 직접적이고 주요한 인류 멸망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의가 개막했을 때 당사국 의장이었던 존슨 영국 총리는 인류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시간을 너무 빨리 다 썼다면서 지구종말시계는 자정 1분 전이며, 지금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후재앙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음은 그외 다양한 시계로 표현되고 있다. 지구종말시계에 이어 지구온난화 한계치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기후위기시계라는 것도 있으며 지구환경 파괴에 따라 환경전문가들이 느끼는 인류 생존의 위기감을 시간으로 표시한 환경위기시계라는 것도 있다.

기후위기시계는 전세계 평균기온 1.5℃ 상승까지 남은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로 1.5℃ 상승까지 사용할 수 있는 탄소예산(Carbon Budget)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환경위기시계는 각 지역 및 국가별로 가장 시급하고 고려해야 하는 세 가지 환경 분야의 데이터를 가중 평균하여 산출된다. ​시각이 자정에 가까울수록 시민들이 환경에 대해 높은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기후위기시계의 시각은 6년 정도로 적어도 2028년이 끝나기 이전에 지구온난화를 임계값 아래로 유지하기 위한 최대한의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환경위기시계의 시각 또한 매우 불안에 해당하는 시각(9시~12시)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세계 평균보다 높은9시 38분으로 측정되었다.

지구종말시계와 환경위기시계가 자정을 가리킨다는 것은 생태계 파괴에 따른 지구생태계의 종말, 인류의 종말을 의미한다. 지구온난화 한계치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기후위기시계 또한 인류의 절멸에 대한 상징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UN사무총장은 “우리는 여전히 최악의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있지만 이는 우리가 전 지구 온도 상승폭을1.5도로 제한하고, 기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목표를 가지고 지금 행동할 때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제 시계의 초침이 자정으로 더욱 빨리 돌아갈지 아니면 여기서 멈추고 뒤로 백(back) 할지는 우리 인류의 행동에 달려있다. 기후정의를 위한 기후행동, 기후동행이 더욱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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