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야생동물을 살려야 지구가 산다!” 이 구호는 지구촌의 모든 생명이 공생공존해야만 한다는 생태론적 테제도 생명윤리에 입각한 철학적 성찰도 아니다. 기후위기 극복을 향한 탄소제로라는 절체절명의 인류 공통과제에 대한 강력한 방안의 하나로 제기된 현실적 명제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야생동물들이 멸종이 될 위기에 처했거나 일부 종이 이미 멸종이 되는 등 생물다양성 유지에 비상이 걸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야생동물을 보호하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 세계의 야생동물을 보호할 경우 천연 탄소 포집 능력이 강화돼 기후 변화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예일대 사회 생태학 교수인 오스왈드 슈미츠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바다 물고기와 고래, 상어, 회색 늑대, 영양, 해달, 사향소, 아프리카 숲 코끼리, 미국 들소 등 9종의 야생 동물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조사대상인 개체군을 보호하거나 복원할 경우 연간 64억 1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포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이는 파리협정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양을 넘어서는 수치다. 파리협정은 지난 2015년 체결된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 약속으로, 지구 온도 상승을 2°C 이하로 유지하며 가능한 1.5°C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파리 협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30억톤의 이산화탄소 감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슈미츠 교수에 따르면 야생동물은 채집과 영양분 침착, 교란, 유기 탄소 침착, 종자 분산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과정을 통해 생태계에서 탄소 순환을 제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종 다양성 및 야생동물의 서식 자체가 탄소저감과 기후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반대로 동물의 종이 멸종되면 생태계가 탄소 흡수원에서 탄소원으로 전환될 수가 있다. 그래서 동물이 멸종되면 지구 온난화 문제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탄소 흡수원’이 탄소를 배출하는 ‘탄소원’으로 바뀔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경고다. 탄소 흡수원이란 대기 중의 이산화 탄소를 흡수하는 시스템이고, 반대로 탄소원은 대기 중의 이산화 탄소를 배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일례로 숲에서 특정 종의 멸종이 일어나면 숲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던 나무들이 사라질 수 있고, 대신에 탄소를 방출하는 새로운 생물군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생태계가 변하면서 이전에 흡수하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돼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연구는 기후 위기와 생물 다양성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별개의 문제가 아니고, 동물 보호나 개체군 복원이 기후변화를 늦추는 ‘해결책’ 중 하나로 거론돼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 50년 동안 세계 야생동물 개체 수는 거의 70% 이상 감소 했다. 농경 시작 후 야생 포유류가 83% 멸종했으며, 뒤를 이어 야생 해양포유류는 80%, 식물은 50%, 어류는 15% 정도가 사라졌다고 한다.

현재 지구상의 포유류에서 야생동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4%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인간은 34%, 가축이 나머지 62%를 차지하고 있다. 인간이 지구를 완전히 뒤덮었고 농경과 목축을 시작하면서 생물다양성이 거의 사라진 셈이다.

‘미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지구의 생물량 분포를 분석한 논문을 보면 이러한 불균형과 인간의 생물다양성 파괴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논문에 따르면 전체 생물량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은 0.01% 내외다. 즉 1만 분의 1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식물이 4500억톤으로 80% 가까이 차지하고 사람이 속한 동물은 20억톤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인류가 지구를 휩쓸면서 생물량은 반토막이 났다. 사람이 속한 포유동물을 보면 오늘날 생물상에 미친 인류의 영향을 실감할 수 있는데 사람과 가축을 합친 생물량이 1억 6000만톤인데 비해 야생 포유류는 다 합쳐도 700만톤에 불과하다(육상 포유류 300만톤 + 해양 포유류 400만톤). 야생 육상 포유류는 2000만톤에서 300만톤으로 7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해양 포유류도 2000만톤에서 400만톤으로 5분의 1이 됐다(인류가 고래잡이에 몰두한 결과)고 한다.

결국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면서 지구 생물량은 절반 가까이 줄었고 사람과 가축, 몇몇 농작물만이 생물량을 비정상으로 크게 늘린 셈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야생동물 보호와 종 복원을 통한 야생동물 살리기를 통해 생물다양성 확보는 물론 지구살리기를 위한 탄소중립을 적극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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