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국 팔도가 관광 케이블카 개발 광풍에 휩싸여 있지만 케이블카 사업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소위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님은 이미 많은 자료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오히려 대다수의 관광 케이블카는 적자 때문에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 자체가 경영난으로 허덕이고 있는데 지역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될까. 오히려 지역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공산이 더 크다.

십여년 전 자료인 2014년 12월 문화관광부의 자료에 따르면 그때 이미 국내에서 운행하고 있는 20곳 관광용 케이블카 가운데 연평균 영업이익 10억원을 넘긴 곳은 고작 통영(38억 8천)을 비롯해 설악산 권금성(46억 8천)과 서울 남산(15억 4천) 세곳뿐이었다.

그외 울릉도와 대구 팔공산, 부산 금정산, 해남 두륜산, 완주 대둔산 등은 2억~3억원대에 불과하였으며, 구미 금오산(7천), 밀양 얼음골(3천), 그외의 시설은 실질적으로 적자에 허덕이며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통영 해상케이블카 설치비용이 174억 정도였는데 나머지 17곳은 설치비를 매우는 데만도 60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나마 성공사례로 꼽혔던 통영은 여수 목포 등과 더불어 유명관광지를 배경으로 한 해상케이블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한려수도 다도해 경관을 사시사철 조망할 수 있고 야간 운행도 가능한 장점이 작용하고 있어서 여타 산악케이블카보다 더 유리한 조건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전국의 케이블카 중 유일하게 안정적인 흑자를 지속하고 있는 곳(물론 수익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지만)으로 조사된 서울 남산과 설악산 권금성 두 곳의 상황은 어떠할까.

현재 이 두 곳은 모두 개인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는데 둘 모두 공공이익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고 있다. 남산 케이블카의 경우 개인이 54년간 독점하고 있으나 사업 이익이 모두 사업자 개인에게 돌아가고, 공공기여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한모씨가 42년째 독점 운영하고 있는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또한 수익금 전액은 고스란히 사업자에게 돌아가고 지역 경제 활성화나 공공기여와는 무관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오히려 케이블카가 있는 설악동은 이미 오래전부터 침체와 불황의 늪에 빠져 문닫는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낙수효과도 전혀 없는 셈이다. 이처럼 민간 소유의 사례는 케이블카의 이익이 지역과 아무 관련없이 개인사업자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줄 뿐이다.

그렇다면 사업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은 없을까? 통영 케이블카의 사례를 보면, 통영관광개발공사, 즉 공기업이 운영하고 이 공기업이 흑자를 내서 통영시에 30억씩 이익을 배당했다. 하지만 이는 흑자일 때만 가능한 얘기다.

최근 착공식을 거행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의 경우 총사업비 1172억 중 양양군이 948억을 내고 나머지는 강원도에서 낸다. 강원도는 연 매출 200억이 가능하고 1년에 200억씩, 3년이면 600억을 벌 수 있으니 지방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빨리 해야 된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기대만큼 수익이 창출될까.

만일 국민의 혈세로 건립했는데 기대와 달리 적자와 손실에 허덕인다면? 지역 경제의 부흥은 커녕 지방 재정 파탄으로 지역 부도 사태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케이블카 건립을 통한 공유가치 창출이나 지속가능한 관광개발은 허구이다. 통상적으로 지역주민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케이블카 건립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지만 이것이 얼마나 허황되고 위험한 발상인지 깨달아야 한다.

더구나 만일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에 허덕여 운영을 중지하거나 관리 소홀로 폐물이 되어버린다면 오히려 지역의 흉물로 남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산악이든 해상이든 관광 케이블카 사업은 아무리 살펴봐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오히려 지역 발전에 발목을 잡고 미래 비전에 역행하는 반지역적 막개발 사업임을 알 수 있다.

지자체나 개발업자들은 케이블카를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홍보하며 지역주민들을 혹세무민하지만 케이블카는 결코 지역의 비전이 될 수 없다. 이는 오히려 황금알을 낳는 거위(=자연, 국립공원 등)의 배를 갈라 소중한 보물인 거위도 잃고 황금알마저 얻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이나 다름없다.

대대손손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기존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며 고스란히 다음세대에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만이 나도 살고 지역도 살고, 경제도 살고 환경도 사는, 뭇 생명도 함께 사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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