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최근 필자는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선수 가운데 가장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톱 플레이어 손흥민과 슛돌이로 알려진 이강인 선수의 아시안컵 경기 중 충돌을 보면서 참담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 한국 축구의 기세에 눌려온 중국은 언론 플레이를 통해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축구란 11명이 하는 경기로 팀워크가 가장 중요한 종목이다. 선수 간 서로 협력하고 찬스가 있을 때 돕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로 짜인 팀이라도 승리가 어렵다. 스타플레이어 선수 두 명의 대립으로 요르단과 치른 4강 경기 영상을 뒤늦게 접했는데 마음이 더 무겁다.

충돌이 있은 후 손흥민 선수는 먼저 이강인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강인은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에게 공을 줘야 할 찬스에서 엉뚱하게 황인범에게 패스를 하였고 요르단 선수가 인터셉트를 하여 한국이 실점하고 말았다.

이날 국민들은 잠을 설쳐가며 승리를 염원했다. 끝까지 기가 죽지 않는 좀비팀이 되어 결국 요르단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는 감동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한국은 요르단에 0대2 스코어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국민들의 실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싱글벙글 웃었다. 도대체 정신 나간 감독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결국 축구협회가 감독 해임 수순 절차를 밟고 있지만 100억원 가까이 되는 위약금 등 문제로 잘 해결될지가 미지수다.

필자도 축구를 좋아하여 중학교 때 선수로 뛴 적이 있었으며 직장인이 되어서도 20년간 축구동호회를 만들어 전국대회 준우승까지 했다. 어린 시절에는 축구가 좋아 밥 먹는 일도 잊고 살았다.

모든 운동 분야가 그렇지만 선수들에게 선배는 하늘 같은 존재다. 무슨 말을 하면 죽는시늉까지 하면서 심부름도 해야 했다. 지금은 달라졌겠지만 이러한 순종심은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축구는 신사의 나라 영국이 종주국으로 젠틀맨쉽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상대의 공을 뺏기 위해 무리하게 파울을 범하면 노란딱지 경고를 받고 정도가 심하면 그라운드에서 퇴장당한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경고를 받은 수문장 김민재 선수가 4강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다 모이는 영국 EPL에서는 선수들의 인성과 화합을 가장 우선한다. 선수 개인이 도덕적으로나 추문에 얽히면 가차 없이 축출된다.

손흥민 선수는 현재 토트넘 주장으로 선수들과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주장으로서 팀의 컨센서스와 승리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대견하게 지켜본다.

필자는 또 토트넘 경기만 있으면 잠을 자지 않고 경기를 시청한다. 한국 선수로 EPL 득점왕에 올랐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손흥민이 브라이튼 경기에서 1:1로 비기는 절체절명의 순간, 타임아웃 5초를 남기고 결정적인 패스로 팀을 승리로 이끈 기적 같은 순간은 토트넘의 역사가 될 것이다.

현란한 드리블로 파리 생제르맹(PSG)의 스타로 커가는 이강인의 출전 경기도 가능한 한 시청한다. 앞으로 손흥민 선수의 대를 이을 재목임에는 틀림없다. 이번 주장 손흥민에 대든 것이 어린 시절부터 서구에서 살아온 관습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두 선수 모두 국가적 영웅이다. 축구협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수면 위로 부상시켜 국민들에게까지 큰 실망을 준 처사는 반성해야 한다. 국민적 존경을 받는 과거의 축구 영웅들 가운데 이강인 선수에게 고언을 해줄 선배가 없는 것인가.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진정시킬 장본인은 바로 이강인이다. 대선배이며 주장인 손흥민 선수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앙금을 씻으면 국민들도 다시 성원한다. 축구계 원로들도 강 건너 불로만 보지 말고 두 선수가 다시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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