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재미 친북 성향의 목사로부터 디올 백을 선물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싸고 여당 내 태풍이 한차례 불었다. 국민의 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어떤 방식이든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가 용산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기분이 상하여 한 비대위원장에 대해 격노한 듯하고 이것이 사퇴라는 강수로 이어질 듯했다. 집권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다시 혼란에 빠졌다가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이 서천 화재 현장에서 만나 화해 제스쳐를 보여 진화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심기를 여과 없이 언론에 흘리고 한 비대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종용한 비서실장의 처신이다. 한번쯤 이 문제를 심도 있게 숙의하지 못한 것 같다. 이것이 정의가 아니면 윤 대통령에게 직언했어야 했다. 아침부터 언론이 이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한 비대위원장이 낙마하면 올 총선은 참패할 것이라는 당내 위기의 목소리가 빗발치자 당황한 인상을 주었다.

비서실장은 측근 중 측근이며 대통령의 분신이다 충성을 해야 하는 것은 기본윤리다. 그러나 무조건 죽는시늉을 하는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진정한 측근이 아니다. 때로는 올바른 소리, 뼈 있는 소리도 서슴지 않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 용산 대통령 주변의 브레인트러스트에 그리 인물이 없는 것인가.

대통령비서실은 용산의 공기가 흐려진 것을 금방 국민 앞에 노출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치명상을 입는 것은 대통령이며 집권 여당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 상명하복의 검찰총장이 아니다. 일국을 책임진 국가 원수다. 어느 자리에 가서도 자리에 앉은 국민들 앞에 폴더식 인사를 하면서 용산에서는 봉건시대 군주처럼 군림하려는 것은 안 된다. 비서관들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고 기탄없는 대화를 가져야 한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도 말을 아껴야 한다. 매번 대통령의 일방적 훈시나 철학을 수첩에 적도록 하는 상명하달식 회의 방식이 올바른 것은 아니다. 전문가 이상의 지식을 가진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경청의 자리가 돼야 한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 백 사건은 친북 목사가 위장, 영부인을 만나고 손목시계로 녹화, 이를 언론에 공표한 불법행위로 밝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디올 백 선물이 문제가 되는 줄 모르고 덥석 받은 김 여사의 허점을 노린 정치공작행위다. 용산은 이 문제가 알려진 후 그동안 폐지했던 제2 부속실을 부활한다고 한다.

북한 주영공사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영부인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윤석열 정부를 흔들려는 종북 인사들이 놓은 덫, ‘몰카’ 함정취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함정취재를 감행한 최 씨는 일단 목사인지부터 불분명하다”며 “그가 담임목사로 취임했다는 미국 LA의 영광의 빛 교회는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폐업이라고 돼 있는 이상한 상태”라고 말했다.

국민들은 윤 대통령 임기 초반부터 영부인의 자중과 조용한 내조를 희망했다. 그러나 몇 번에 걸쳐 도촬이 유튜브로 일반에 공표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영부인은 어느 누가 찾아 와 작은 선물을 내놔도 받아서는 안 된다. 특히 인사 문제는 일체 간여해서 안 된다.

김건희 여사는 부군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문화계에서 커리어우먼으로 활동했다. 사교층도 넓고 훌륭한 전문가로 문화 발전에도 기여했다.

지금은 대통령 부인으로서 모든 행동을 조심해야만 한다. 대통령의 그림자가 되어 내조하고 소외받는 국민들을 위한 봉사에만 전념해야 한다. 언론에 자주 얼굴을 비쳐서도 안 된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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