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부탄은 인구가 75만명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 고양특례시 인구도 안 되는 작은 나라다. 그런데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평을 얻고 있다.

한국의 한 여행자가 부탄을 다녀온 후 쓴 기행문을 보면 이들의 행복지수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려준다. ‘부탄 사람들은 삶에 지배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인생의 주도권을 갖고 살아가는 듯 보인다. 여행자가 갑자기 사진기를 들이대도 웃음으로 대한다. 금전적 가치가 그들의 행복의 조건이 아닌 듯하다’

부탄에는 국가행복연구소라는 기관이 있다. 이곳의 책임자는 “경제적 성장이 부탄의 국정목표가 아니라 국민의 행복이 목표”라고 했다. “그 어떤 정책도 ‘국민 행복’과 부합하지 않으면 시행하지 않는다. 큰돈이 생긴다고 공장을 짓지도 나무를 베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들의 국가 목표가 성장 제일주의로 치닫는 문제가 많은 나라 우리와는 정반대였다.

몇해 전 유엔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WHR)’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1위는 북유럽 선진국 핀란드가 차지했다. 6년간 연속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핀란드 사람들이 마음속에 담고 사는 격언이 있다. ‘자신의 행복을 타인과 비교하거나 자랑하지 말라’. 미국의 유명한 학자가 핀란드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를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는 아기가 탄 유모차를 밀며 전차정류장 쪽으로 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최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사회적 지원, 기대 건강수명, 부정부패 지수 등과 점수와의 연관성을 토대로 분석한다.

미국의 작가이자 유튜버인 마크 맨슨은 최근 한국 여행 영상을 올려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언급하여 충격을 주었다. 그는 “한국은 생동감 있는 문화를 간직한 놀라운 나라이지만, 높은 불안·우울·알코올중독·자살률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맨슨은 한국 사회의 우울증이 유교와 자본주의의 단점이 극대화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행히도 한국은 가장 나쁜 부분인 수치심(shame)과 남을 판단하는 것을 극대화한 반면, 장점인 가족이나 지역 사회와의 친밀감을 저버렸다”고 했다.

그는 또 “자본주의의 최악의 단면인 물질주의와 돈벌이에 대한 집착을 강조하지만, 가장 좋은 부분인 자기표현과 개인주의는 무시했다”고 했다.

작은 수치심이나 충격에도 절망을 이지기 못하고 극단선택을 하는 한국인들. 한국 사회의 어둔 면을 부각한 맨슨의 지적이 다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병적인 문제를 진단한 것이어서 취해야 할 점이 많다.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별 잘못도 없이 억울하게 17년간 강진에 유배되어 살았다. 추위와 가난, 절망적인 삶과 수치심 속에서도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을 생각하고 강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결국 다산은 귀양지에서 풀려 사랑하는 아내와 그리운 자식들을 만나 만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산이 ‘노년유정(老年有精, 목민심서)’에 관해 쓴 글을 보면 절망을 이긴 지혜를 읽을 수 있다.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 없다. 그댄 자신을 꽃으로 생각하게.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한다. 너그러움은 사람을 따르게 하며 깊은 정은 사람을 감동케 하리니. 마음이 아름다운 그대여.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네’

절망을 극복하는 힘은 개인이 길러야 하지만 국가의 목표도 ‘국민행복’에 주안을 두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라는 오명을 빨리 탈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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