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가톨릭은 이단, 영세 인정 못해” 통합 “세례로 인정”
합신, 인터콥·신옥주 등 논란 대상 줄줄이 이단 규정 논란
“우리도 이단 소리 듣는데… 함부로 이단 규정해선 안 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주요 장로교단 총회가 마무리됐다. 이번 총회에서는 각 교단이 뚜렷한 이견을 보인 ‘이단 논쟁’으로 회의장을 뜨겁게 달궜다. 총회 때마다 이단 논쟁은 빠지지 않는 화두다. 그러나 같은 장로교단이면서도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이단 규정·해제를 하는 한국교회 장로교를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장로교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은 가톨릭에 대한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예장합동은 가톨릭을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이단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예장통합은 가톨릭 영세를 개신교 세례로 인정하는 등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예장합동은 이번 제100회 총회에서 가톨릭 영세를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지난 99회 총회 결의를 그대로 유지했다. 교단 내에서는 영세 문제에 대해 신학부에서 재논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

총대들은 “가톨릭은 이단이다. 이단도 아니고 이교다” “가톨릭은 이단이라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명시돼 있다” “가톨릭은 이단이라고 만장일치로 공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가톨릭 영세를 인정하지 않는 지난해 결의를 그대로 고수하게 됐다.

반면 예장통합은 가톨릭 영세를 세례로 받아들였다. 예장통합 이단대책위원회는 가톨릭 영세를 세례로 인정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총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영세를 세례로 인정하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예장통합은 이번 총회에서 WCC와 관련해서도 “온갖 음해로 그동안 교단 소속 목회자들이 많은 고난을 받았다”고 강조하며, 예장합동 측의 WCC 반대 운동에 대해 “장자교단이기 때문에 우리를 사탄이라고 욕해도 품고 갔다”고 밝혔다.

◆예장합동, 합신총회에 항의·경고 예고

이단 문제는 종단 간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았다. 장로교단 내에서도 교단 간 입장이 달라 갈등이 야기됐다. ㈔두날개선교회(대표 김성곤 목사) 문제다. 예장합동과 예장합신 등 교단 간 갈등으로 번지며 사태가 확산됐다. 총회 마지막 날인 18일 예장합동은 예장합신 총회와 산하 이대위에 엄중한 항의·경고를 하기로 결의했다.

예장합신 이대위가 예장합동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두날개선교회 이단성 공청회’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서 이대위는 “두날개선교회에 이단성이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또 이번 총회에는 두날개선교회와의 교류를 금지하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총회에 상정했다.

당초 합신 이대위는 두날개선교회 양육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했다. 예장합동에서 이단성이 있다고 규정한 G12와 유사하고, 목사 권한의 절대화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비판이다.

이에 ㈔두날개선교회와 두날개네트워크 전국목회자협의회는 ‘합신 이대위의 두날개 공청회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합신 이대위의 공청회 내용을 반박했다. 이 자리에서 예장합동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전문위원 박기성 목사는 ‘두날개 공청회를 통해 드러난 예장 합신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의 문제에 대한 분석’을 주제로 발표하며 “한 마디로 대국민 사기극” 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그 이유로 합신 이대위 측이 비공식 자료나 임의적으로 편집한 자료 등을 사용하고, 이미 두날개선교회를 이단이라고 전제한 후 자의적·연역적으로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단성 지적해놓고 스스로 이단성 발언”

그는 이번 총회에서도 합신 이대위에 대해 “인용한 책자나 자료화면과 다르게 강의했고, 상대방의 이단성을 말하는 사람이 스스로 이단성이 있는 발언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예장합신이 자신의 교단 소속 목회자가 아닌 예장합동 소속 목회자에 대해 이단 규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예장합동은 예장합신 측에 공문을 보내 “만일 김 목사에게 문제가 있다면 치리권을 가진 예장합동을 통해 처리토록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청회를 열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예장합동 내에서는 많은 목회자들이 두날개선교회 프로그램으로 양육을 받고 현장 목회에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단성 주장이 경솔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두날개선교회의 양육프로그램의 일부인 두날개 콘퍼런스에는 지금까지 50여개국 1만 5000여 교회가 참여했다. 6000여 교회는 집중훈련을 수료했다.

22일 시작된 예장합신 총회에는 치리협력위원회의 권고를 거부하고 공청회를 강행한 이대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헌의안도 상정돼 있다. 이대위원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예장합신 이단연구가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인사는 이단상담연구소장 박형택 목사다.

◆교단 내에서도 이견 큰 ‘이단 논란’

한 교단 내에서도 의견이 갈려 ‘자충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예장통합 이대위가 레마선교회 이명범씨에 대해 이단 규정을 한 후 이단성이 없다고 주장한 교단 내 인사들에게 사과문까지 받아냈으면서도, 이제 와서 이대위가 도리어 이단을 해제해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총회는 논란이 확산되자 이 문제를 1년 더 연구하기로 결의했다.

이명범씨에 대한 이대위의 이단해지 결정 후 교단 내 불협화음은 심각했다. 구춘서 이단상담소장과 상담원 전원이 사임서를 제출하고 거세게 반발했고, 정영택 전총회장은 이대위에 공문을 보내 연구보고서 상정을 재고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대위는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총회에 상정됐다.

팽팽한 찬반 논란 끝에 결국 ‘이단 결의 해제’ 연구보고서 채택 여부는 1년 후로 보류된 것이다.

이 밖에 은혜로교회 신옥주 목사에 대한 건은 예장합동은 1년 동안 더 연구하기로 결정했고, 고신-고려 총회는 유사기독교연구위원회 보고를 받고 은혜로교회 신옥주 목사에 대해서는 참여 금지를 결의했다. 아울러 인터콥 선교회에 대해서는 예장통합은 참여 자제와 예의주시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고신-고려 총회는 ‘확실한 변화가 있을 때’까지 참여를 금지한 후 1년 동안 더 연구하기로 했다. 예장합동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에 의뢰해 1년간 이단성을 연구한 뒤 보고를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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