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익여신 비중 0.22%로 상승
기업 ‘깡통대출’ 1년 새 29%↑
경기둔화에 파산 64.4% 증가
기업 부채 증가 속도 세계 2위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고금리 등 이중고 속에서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소비 위축까지 이어지면서다. 특히 최종 부도 처리되거나 파산·청산 절차에 돌입한 기업들의 ‘깡통 대출’이 잇따라 속출하고 있다.
20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개 시중은행이 공시한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2조 2772억원에서 올해 9월 말 2조 8988억원으로 27.3% 급증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 총여신은 3.0%(1295조 7838억원→1334조 2666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총여신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0.18%에서 0.22%로 높아졌다.
무수익여신이란 부실대출금과 부실지급보증금을 합친 개념이다. 3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과 채권재조정, 법정관리·화의 등으로 이자 수입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여신처럼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거나 어렵게 된 여신이 이에 해당한다.
은행들은 3개월 이상 원금 상환이 연체된 여신에 이자 미계상 여신을 추가 반영해 무수익여신 잔액을 산정하며, 고정이하여신(NPL)보다 더 악성으로 취급한다.
무수익여신의 심각성은 가계보다 기업 대출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이들 은행의 기업대출 부문 무수익여신은 지난해 말 1조 531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조 9754억원으로 29.0% 증가했다. 일부 은행의 경우 기업대출 부문 무수익여신 잔액이 50% 가까이 늘어나기도 했다. 반면 가계대출 부문 무수익여신은 7462억원에서 9234억원으로 2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현상은 고금리·고물가와 함께 경기둔화가 겹치며 벼랑 끝에 몰린 기업들이 늘어난 데 영향을 받았다.
법원통계월보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사건은 1213건이었다. 작년 동기(738건)보다 64.4% 늘었다. 같은 기간 개인 파산 접수는 3만 112건으로 1년 전(3만 1026건)보다 거의 비슷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누적 전국 어음 부도액은 4조 15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 3202억원)보다 214.9% 급증했다. 1∼9월 월평균 전국 어음 부도율도 지난해 0.08%에서 올해 0.25%로 뛰었다.
우리나라 기업의 빚은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해도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 16일 3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을 대상으로 한 ‘세계 부채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126.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홍콩(267.9%), 중국(166.9%)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 부도 증가율도 높았다. 한국 기업들의 부도는 지난해 1∼10월보다 올해 같은 기간 약 40% 증가해 주요 17개국 중 2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가계와 기업 대출 증가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기준 NH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9조 5581억원으로 10월 말(686조 119억원)과 비교해 약 보름 만에 3조 5462억원 늘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3조 4175억원(521조 2264억원→524조 6439억원) 늘었고, 신용대출은 3106억원(107조 9424억원→108조 2531억원) 증가했다.
대기업과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대출 잔액은 766조 3856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2조 696억원 늘었다. 작년 말(703조 7268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5대 은행의 기업 대출은 62조 6587억원 급증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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