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한국·인도가 디지털 무역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무역’은 기존 전자상거래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디지털 기술이 뒷받침하는 국경 간 교역 활동 전반’을 뜻한다. 온라인을 통한 상품 거래,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음악, 영화 등 디지털 콘텐츠와 교육, 금융, 의료 컨설팅 등 서비스 교역과 국경 간 데이터 이동까지 포함한다.

디지털 무역은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상품과 서비스의 국제무역, 둘째는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를 디지털화한 제품이나 디지털서비스를 탑재한 상품 및 서비스의 국제무역, 셋째는 상업적 가치가 내재돼 있는 정보의 수집, 분석 및 가공을 위한 데이터의 국경 이동 등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무역은 국제 무역의 새로운 개념”이라며 클라우드, 온라인 동영상, 스마트폰 주문 등 상거래 형태가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한국과 인도 양국이 디지털 방식으로 주문하고 디지털 형태로 소비하는 새로운 무역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무역이 인도와 한국의 현재 경상수지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영향력 있는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는 현재 제조업 기반 구축 관련 장비 수입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고 한국은 정책 이슈로 인해 중국에 대한 고부가가치 수출이 훼손되는 상황을 겪고 있는데 이를 견뎌내는 데 디지털 무역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인도가 디지털 무역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부문에서 오래전부터 대규모 정보기술(IT) 아웃소싱 체계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카네기 재단에 따르면 인도 IT업체는 정부의 개입 없이 확장에 나섰고 현재 IT 및 연관 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인도의 디지털 무역 관련 흑자의 경우 지난해 GDP의 4%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도 높은 수준의 디지털화 덕분에 경쟁 우위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기반의 무역 분야 일자리는 한국 전체 고용의 10%에 달한다”며 “이는 또한 제조업 부문 고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관련된 일자리 및 소득 효과는 국제 상품 무역보다 잠재력이 더 크고 광범위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온라인 교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날로 확대되는 디지털 교류 흐름에 맞춰 디지털 무역도 급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무역이 ‘무역의 미래’로 꼽히고 있음에도 사실 국제무역 규범은 이를 따라잡지 못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제사회에서 잇달아 디지털무역협정을 내놓고 있고 디지털 무역의 규범과 표준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는 디지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해 디지털 경제의 선두주자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으로 디지털무역협정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도 디지털 경제 패권은 놓칠 수 없는 목표다. 앞으로 디지털 무역의 중요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먼저 디지털 무역협정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로드맵에 포함해야 할 주요 구성요소로 디지털 무역협정에서 한국의 위상, 정책의 목표와 방향, 협정의 내용과 수준, 협상 상대국의 우선순위와 선정 기준, 디지털 무역협정 추진 방법과 일정, 협정 체결에 따른 정량·정성 기대 효과 등이 있다.

디지털 무역협정에 따른 국내 규제와 제도 정비 계획도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정보기술(IT) 강국 지위를 지키려면 적극적인 디지털무역협정 대응에 앞서 규제 개혁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규제가 디지털무역협정 체제 진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디지털 무역 거래에 참여하는 기업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국민 호응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