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재래시장인 종로구 광장시장.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었지만, 광장시장은 여전히 썰렁한 모습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점차 손님 늘고는 있지만
매출 회복 이어지지 않아”
내국인도 소비 심리 위축
정부 ‘종식 선언’ 기대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활기요? 손님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도 힘들긴 마찬가지예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활기가 돌고 있다는 소식에 지난 13일 방문한 서울 광장시장. 점심때가 됐음에도 노점 음식점엔 빈자리가 대부분이었다. 평소 같으면 빈자리 없이 손님들로 꽉 차야 할 자리다. 메르스 추가 확진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으면서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시장의 실제 분위기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상인들은 메르스 사태로 최악의 상황이었을 때보다는 방문객이 조금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장사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광장시장에서 어묵 등 식재료를 파는 김한진(63)씨는 “전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손님이 너무 줄어 죽을 맛”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이 낮 12시인데도 거리가 조용하다”며 “전에는 이 시간이면 노점 식당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곳 상인들의 말을 빌리면 평소의 광장시장은 사람들이 붙어 다닐 정도로 붐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열기 대신 냉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 초복인 이날도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파는 식당에나 손님들이 그나마 몇 명씩 앉아 있었다.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광장시장은 대표적인 전통 재래시장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메르스 사태 이후엔 일본인 관광객은 물론 이른바 ‘요우커’라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주요 고객인 이들 외국인 관광객이 없으니 상인들에게 매출 회복은 먼 나라 이야기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메르스 때문에 한국 방문을 취소한 외국인 방문객은 13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다시 국내에 들어오려면 최소 두세 달은 걸릴 것이라는 게 상인들의 전망이다. 사실상 올해 장사는 다 망친 셈이다.

문제는 내국인마저도 돈을 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리에 인파는 늘어도 움츠러든 소비 심리는 좀체 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아져도 매출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이곳에서 만물상을 운영하는 강신환(68)씨는 “사람들이 늘고는 있는데, 돈을 쓰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떡볶이집 종업원은 “옛날엔 손님들이 음식을 다 먹지 않고 남겼는데, 요즘은 남기지 않고 싸 간다”며 “생활이 어려워지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상인들은 뾰족한 대책 없이 시간만 보내는 모양새다. 이들은 정부의 ‘메르스 종식 선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보건당국이 현재 메르스 종식 선언 시점에 대해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종식 선언 기준과 시점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상인들은 정부가 잠정 종식 선언이라도 해달라는 입장이다. 김씨는 “신종플루 때도 안 그랬는데, 언론에서 이번에 너무 공포를 조성했다”면서 “정부가 빨리 메르스 종식 선언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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