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희 부이사장이 지난해 11월 경기도 성남 신흥동복지회관에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인생 100세를 사는데 필요한 돈 관리방법, 합리적인 소비습관, 금융사기 예방 등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사진제공: 바른금융소비자협동조합)
우리銀 퇴임 여성 지점장들이 뭉쳤다
금융교육강사로 제2의 인생 시작
전문성은 기본, 경험·연륜까지 갖춰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오랜 세월 은행맨으로 살다 퇴임 후 금융교육 강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이들이 있다. 전문성은 기본이요, 경험과 연륜, 여성 특유의 친화력까지 갖춰 현장에서 호응도가 높다.

바른금융소비자협동조합은 지난해 3월 26일 설립됐다. 조합원은 총 11명이다. 우리은행에서 20년 이상 근무하고 퇴임한 여성 지점장들이 모였다. 은퇴 지점장들이 금융교육 및 금융 컨설팅을 위해 협동조합을 만든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몇십 년간 조직생활을 해 본 만큼 단순 모임보다 각자 역할을 맡고 그에 따른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본격적인 활동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했지만, 교재 개발, 외부 홍보, 내부 행정 등 조직을 4개 파트로 나눠 체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일부 임원진은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청교협)에서 전문강사로 위촉받아 다문화가정 주부, 실버계층 및 금융취약계층,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하고 있다. 교재는 책, 잡지, 신문, 인터넷 등에서 금융 관련 자료를 찾아 논의를 거쳐 만든다. 특히 맞춤식 교육을 위해 세대별 최신 트렌드에 맞춰 준비한다. 금융교육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겐 인생 선배로서 미래에 대한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 어르신들에겐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예방 및 대응법은 물론, 손·자녀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알려주기도 한다.

주로 교육 자료를 만드는 이영희 부이사장은 은행에서 IT 관련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 파워포인트 등 컴퓨터 작업을 하는데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다. 차분한 인상의 그에게 나름의 교육 노하우를 물었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무당’이 돼야 한단다. 쉽게 말해 내가 재밌어야 상대방도 재밌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하는 2시간 동안 원맨쇼를 한다 생각하고, 노래도 하고 동작도 오버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식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도 중요한 문제인데 그것은 강사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는 “2시간 동안 교육을 받는 사람 중 몇 명이라도 ‘이제부터라도 금융 관념을 갖고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먹으면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권은이 이사는 지난해 12월 충남 당진시 서야고등학교에서의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재직시절 경험한 사례를 주로 얘기해줬는데 학생들이 감명 깊어했다”며 경험만큼 좋은 교재는 없다고 했다.

이 부이사장은 현장 중심의 금융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학교에 갔더니 선생님이 말하길 ‘얼마 전 모 은행에서 금융교육을 하러 왔는데, 교육이 끝난 후 신용카드 가입을 부탁했다. 좀 의아했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현재 시중은행 등에서 실시하는 금융교육은 홍보나 영업에 치우친 경우가 많은데,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흥선 청교협 사무국장도 “바른금융협동조합 강사진에 대한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금융교육 강사로서의 활동은 인생 이모작, 삼모작도 가능하다는 게 이필영 이사장의 설명이다. 고정적인 강사비는 실제 수입원이 되고, 자기 가치를 높여 만족감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봉사나 재능기부 활동을 보면 책임감이 부족하고 일회성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성을 갖고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강사진이 됐으면 하는 게 임원진 모두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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