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충북 음성군 꽃동네를 방문해 신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시복식 100만 인파… 외신 “인상적 장면”

세월호 유족 진심으로 위로
따뜻한 마음에 사람들 감동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한국인들이 교황을 열렬히 지지하는 모습을 확실히 볼 수 있습니다. 교황의 이번 방한은 25년 만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16일 미국 CNN 폴라 행콕 기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 현장의 열기를 전하며 교황 방한은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이날 시복식을 여러 차례 생중계로 연결하며 교황의 한국 방문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카퍼레이드 중 갑자기 멈춰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위로 한 것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영국의 BBC도 시복식 시작 전부터 생중계로 현장을 연결해 새벽부터 신자들이 입장하는 모습을 방송했다. BBC는 “교황의 방한 일정 중 최대 행사인 시복식이 셀 수 없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며 “교황을 처음 직접 본 사람들이 감동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은 광장을 가득 메운 수십만 명의 인파가 교황을 맞았다면서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전했다. 25년 만의 교황 방한에 대해 주목했던 외신들은 이날 광화문광장의 뜨거운 열기와 환영 인파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뜨거운 환영 열기 ‘외신도 주목’

가톨릭 신자가 많은 유럽과 미주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으로 아시아를 방문한다고 했을 때 외신들은 과연 한국의 반응은 어떨지 관심을 보였다.

방한 이후 외신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며 한국의 뜨거운 환영 열기에 주목했다. 가톨릭 인구가 10%를 조금 넘지만 교황의 방한에 대해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부터 시민들까지 교황을 크게 반기며 환호하는 것을 흥미롭게 여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1989년 요한바오로 2세 교황 이후 25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교황의 한국 방문은 아시아에 대해 교황청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시아 가톨릭 신자 수가 늘어나는 것도 한 이유”라며 이번 방한을 계기로 아시아에 가톨릭의 영향력이 커지기를 바라는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복식만 봐도 가톨릭에서 한국교회의 위치와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복식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시복 시성 장관 추기경이 바티칸에서 거행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교황이 순교자들의 땅을 찾아 직접 시복식을 거행해 그 자체로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 미사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됐다. 광화문광장 일대가 17만 명의 천주교 신자와 시민을 포함한 100만 명의 인파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순교지서 교황이 시복식 거행 ‘이례적’

순교자 124위 시복식에서 복자(福者)에 오른 사람은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 한글 교리를 통해 평등사상을 전파한 정약종, 최초의 외국인 선교사 주문모(중국) 신부, 그리고 12살 어린 나이에 순교한 이봉금까지 이 땅의 신앙 1세대들이다.

이는 가톨릭 역사상 한 번에 가장 많은 순교자들이 복자에 오른 것으로, 교황은 한국 땅을 찾아 직접 시복식을 집전했다. 교황은 시복식 강론에서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희생으로 성장하게 됐다”면서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신앙과 애덕의 유산을 보화로 잘 간직해 지켜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복식이 열리는 광화문광장에는 천주교인 17만 명을 비롯해 시민들까지 100만여 명의 인파가 모여들었고, 카퍼레이드를 펼치는 교황에게 사람들은 큰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

이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월호 유족과의 만남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세월호유족을 만나 위로했고,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는 세월호 유족을 초청하고 그중 일부를 직접 만나 위로를 건넸다. 교황은 유족이 선물한 노란 리본 배지를 달고 미사에 나섰고 16일 시복식에도 배지를 달았다.

세월호 유가족 십자가 순례단의 ‘세월호 십자가’는 로마에 직접 가지고 가기로 했다. 시복식 날에는 카퍼레이드 도중 차에서 내려 단식농성 중인 김영오 씨를 만나 위로하고 기도를 약속했다. 17일에는 세월호 유가족 십자가 순례단의 이호진 씨에게 직접 세례를 주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족을 위로하는 방법은 특별하지 않았다. 유족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줬다. 그러나 교황의 ‘진심’이 유족들을 위로할 수 있었고, 진정한 리더십이 아쉬운 한국에 교황이 보여주는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청빈·겸손·소통’ 교황 리더십에 열광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때부터 권위의식을 버리고 겸손과 청빈, 소통 등을 강조하는 리더십과 전임 교황과는 다른 파격적 행보로 큰 화제가 되면서 높은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자신의 낡은 가방을 스스로 들고 다니는 모습부터 방탄차 대신 소형차를 타고 대중과 친근하게 접촉하고 솔선수범해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등 ‘교황’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시종 소탈하고 검소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중 전하는 메시지에도 정의와 평화, 화합,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청와대에서의 첫 공식 연설에서는 한반도 평화에 주목하며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이고, 이는 관용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시복식 강론에서는 “막대한 부요(富饒)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 안에 살고 있는 우리”라고 표현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것을 요구했다.

16일 오후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해 한국 수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청빈 서원을 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수도자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며 수도자의 청빈을 강조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 씨를 위로하고 있다.(사진제공: 교황방한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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