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플랜맨’ 스틸 중.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소박하고 울림 있는 연기로 제 옷 입은 정재영, 웃음·감동 선사
비정상적이지만 순수한 캐릭터로 보는 현대인의 암울한 단면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고 무조건 계획에 맞춰 살아야 하는 플랜맨 한정석(정재영 분).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더러운 걸 못 참는 성격 탓에 세상 모든 위생 상태를 혼자 걱정하는 다소 까다롭고 피곤한 그가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무계획하게 살아보기로 다짐한다.

비정상적이지만 순수하고 정감 가는 캐릭터를 통해 보는 현대인들의 암울한 표상을 유쾌하고 코믹하게 그려낸 새해 첫 휴먼 코미디 영화 ‘플랜맨’이 우리 곁을 찾아온다.

‘무~균! 무~때!’를 외치며 만인의 찌든 때와 세균을 걱정하던 모 광고의 멘트가 생각날 정도로 더러운 걸 못 참는 주인공 정석은 누군가와 포옹하면 득달같이 세탁소로 달려가 옷을 드라이해야 직성이 풀린다.

정해진 일과에 어긋남이 없는 정석은 사랑고백도 계획을 세워 실행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궤도에 맞춘 삶을 사는 정석은 짝사랑의 실패를 맛본 후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된다.

이러한 정석의 사정을 지켜보던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유소정(한지민 분)은 그를 변화시키기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에 함께 참가할 것을 권한다.

소심하고 강박증 심한 정석은 엉뚱 발랄한 소정이 부담스럽지만 조금씩 자신의 경계 속에 들어와 긍정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그녀가 싫지만은 않다.

▲ 영화 ‘플랜맨’ 스틸 중.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성시흡 감독의 첫 장편 영화 ‘플랜맨’은 비정상으로 보일 만큼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알람을 맞춰 생활하는 한정석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하지만 여러 플롯을 통해 우리사회가 현대인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사회적 표상의 암울한 면모를 보게 한다.

우리사회는 한정석처럼 모든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알차게’ 일하길 요구하지만 영화 속 우리사회는 정작 기계 같은 그의 모습에 혀를 찬다.

오히려 ‘인간’적인 사람이 될 것을 바라고 있어 우리사회의 이중적인 시선을 어둡지 않게 그러나 가볍지도 않게 풀어나간다.

여기에 한정석으로 분한 배우 정재영의 연기는 실제 자신의 인생처럼 주인공을 표현하고 있어 영화의 흡입력을 높인다.

그동안 ‘아는 여자’ ‘나의 결혼 원정기’ 등에서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 연기할 때마다 더욱 빛을 발했던 정재영은 이번 영화에서 더 깊고 찐한 감동 그리고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깨알 매력까지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돌아왔다.

영화 중반에 들어서면서 자신에게 상처 줬던 남자에게 복수하고자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소정의 사연이 밝혀지고 그런 소정에게 연민을 느끼면서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정수.

이 과정에서 알게 되는 정수의 과거, 그리고 그가 플랜맨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상처가 공개되면서 어느새 영화는 힐링 무비로 사회에 찌든 관객들의 마음을 치유한다.

새해가 되면 마음잡고 계획부터 세우겠다는 당신, 지금 펜과 다이어리를 내려놓고 오는 9일 극장에서 진정한 ‘플랜맨’을 만나보자. 뻔하지 않고 펀(FUN)한 플랜이 당신을 사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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