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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이 귀경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9.12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명절

열차·버스 승차권 조기 매진

 

서울역·김포공항 ‘북적북적’

품안 양손 보자기·선물 가득

 

“어서 코로나 상황 종식되고

이전처럼 다시 돌아갔으면”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김한솔 수습기자] “올 추석은 옛날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이나마 명절 분위기가 나서 다행인 것 같아요. 어서 코로나 상황이 종식됐으면 좋겠습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자녀들이 서울에서 일하느라 귀성·귀경 전쟁을 안 치르게 하려고 ‘역귀성’을 택한 박명화(71, 여, 부산 기장군)씨가 부산으로 내려가는 열차를 기다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 이전에 아들네가 부산으로 운전해왔는데 적게는 13시간, 많게는 24시간이 꼬박 걸린 적이 있다”며 “아이까지 4명 식구가 고생하는 것보단 혼자만 고생하면 된다고 생각해 어느 순간 이렇게 서울로 찾아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어딜 가더라도 마스크부터 챙기고 또 혹시 하는 마음에 조심하게 되는데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날 서울역은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품고 고향에서 올라온 이들과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고향으로 내려가는 이들로 가득 찼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추석 명절의 마음 씀씀이를 알려주듯 저마다 가족이 챙겨준 선물상자랴 보자기랴 품에 한가득 품고 발걸음을 옮겼다.

짧은 연휴에 이동거리가 멀어 울산에 있는 시댁밖에 들리지 못했다는 이은혜(32, 서울 동작)씨는 “명절이 좀 더 길었으면 파주에 있는 친정에도 가려 했는데 다음주에 혼자 따로 가기로 했다”며 “가족들과 주변도 돌아보고 친구들도 만나고 하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아쉽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추석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으로 맞는 명절로 3000만명이 넘는 ‘민족대이동’이 이뤄졌다. 하루 평균 600만명이 넘는 인원들이 이동한 것으로 추산됐으며, 열차·버스 승차권이 조기에 매진되는 등 ‘귀성·귀경 전쟁’이 벌어졌다. 이전까지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창쪽 좌석만 판매하다가 이번 추석엔 거리두기 전면해제로 전 좌석을 대상으로 예매를 진행하면서 인터넷 접속이 아예 안 되거나 지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씨는 “티켓팅에 실패해 취소표를 계속 기다리다가 새벽에 겨우 구해 울산 갈 때는 남편이랑 20분 간격으로 다른 열차를 타고 가고 서울 올라올 때도 다른 열차를 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작년과 비교하면 대중교통도 그렇고 주변에 놀러 갈 때도 그렇고 확실히 사람들이 더 많이 움직이는 것 같다. 그래도 코로나 이전처럼 다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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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승강장이 귀경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휴가를 마치고 군대로 복귀하는 김태이(22, 전북 남원)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친가분들이 많이 모여 다 뵙고 했는데 이번에도 몇몇분만 뵙고 올라와 좀 아쉬웠다”며 “그래도 (군대에서) 다들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 전화 연락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허락을 맡으면 정해진 시간에 가족과 영상통화도 가능해 괜찮다. 예전에는 힘들었겠지만 이젠 군대에서 휴일에도 쉬니까 편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포공항도 ‘처음으로 거리두기 없는 명절’을 맞아 귀경객과 귀성객들로 붐볐다. 공항 안에는 할머니와 헤어지기 싫어 할머니에게 꼭 매달린 아이, 아버지가 된 아들을 아이 대하듯 꼭 안아주는 어머니, 외국인 사위와 작별인사를 나누는 장인어른 등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발걸음을 돌렸다.

제주도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안두옥(가명, 70대)씨는 “남양주에 사는 딸과 사위 그리고 토끼 같은 손녀딸들과 함께 추석을 보냈다”며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 오랜만에 만나 명절 음식도 직접 만들어 먹고 이야기도 나눠 좋았다”고 말했다.

대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부산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김상환(가명, 21, 파주 야당동)씨는 “방학 때 쭉 파주에 있다가 개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집으로 돌아왔었다”며 “본가 방문이 새롭진 않지만 집밥과 명절 음식을 먹는 건 늘 최고다. 기숙사 음식은 정이 안 간다”고 했다. 이영선(33, 여, 제주시)씨도 “설날 이후 오랜만에 서울에 있는 본가에서 명절을 맞이했다. 어머니께서 잡채·전·고기 요리를 해줘 너무 좋았다”며 웃음을 보였다.

의자에 앉아 제주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주부 정수린(가명, 50대, 서울)씨는 “남편이 오래전 직장을 제주도로 옮기면서 셀 수 없이 비행기를 탔다”며 “대가족에 큰 집이라 음식도 다하고 제사상도 다 차리는데 요즘 간단하게 외식만 하는 가족들이 많이 보인다. 여러모로 명절의 의미가 희미해져 아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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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승강장이 귀경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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