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풀린 ‘첫 명절’
연휴 시작 9일 서울역 인산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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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첫날인 9일 서울역 KTX 승강장에서 한복을 입은 아이들이 엄마 손을 꼭 잡은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2.09.09

[천지일보=임혜지, 조성민 기자]전화로 안부만 묻다가 오랜만에 얼굴을 뵈러 갑니다. ”

추석 연휴가 본격 시작된 9일 오전 서울역. 유명기업 햄 세트와 청과물 세트, 국수 세트를 양 손 가득 들고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박성진(61, , 서울 삼양동)씨는 1년여 만에 어머니가 있는 고향 대전으로 내려간다. 그의 어머니는 올해 95세로 형과 함께 살고 있다. 박씨는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주변에서 재감염자도 늘어나면서 혹시나 내가 코로나에 걸린 채로 부모님을 만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에 내려가지 못했다아직 다 끝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나아졌다고 느껴 드디어 뵈러 간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2년 만에 첫 거리두기 없는 명절을 맞아 코로나19 우려를 잠시 놓고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의 얼굴에선 만나는 기쁨이 흘러넘쳤다. 추석을 하루 앞둔 서울역 등은 서둘러 고향을 찾으려는 귀성객들의 발걸음이 몰리면서 명절임을 실감케 했다.

이날 본지가 방문한 서울역은 귀성 인파로 이른 오전부터 조금씩 북적거리기 시작해 오후부터는 부산해졌다. 역 내 로비에 마련된 의자는 열차를 기다리는 이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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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첫날인 9일 서울역이 귀성객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2.09.09

서울역을 찾은 승객들은 가족 단위부터 친구들과 함께 모인 학생들, 외국인까지 다양했다. 명절선물을 양손 가득 들고 걸음을 재촉하는 이들부터 큰 배낭을 메거나 캐리어를 끄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애완견과 함께 나온 귀성객도 있었다.

시민들 사이에선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보다는 오랜만에 고향에서 가족 얼굴을 볼 수 있다는데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 다니는 임재민(18)군은 집에서 학교까지 출퇴근할 교통편이 없어 기숙사에 입소해 생활하고 있다”면서 기숙사 입소 후 첫 명절로 오랜만에 본가에 가서 기쁘다”며 들뜬 마음을 전했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부모님 드릴 선물로 호두과자 3박스를 샀다는 임군은 ‘집에 내려가 무엇을 가장 하고 싶냐는 질문에 따뜻한 집밥 먹으며 부모님과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 손모(24, 여)씨는 부모님이 계신 부산에 들렀다가 추석 연휴를 맞아 그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과 우정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그는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아 불안함이 크지만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조심히 다녀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KTX 등 표 상황을 알리는 전광판에는 빨간 글씨로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12개의 무인 창구는 표를 끊고자 하는 이들로 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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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첫날인 9일 서울역 매표소 전광판에 열차표 매진 안내 문구가 표시돼 있다. ⓒ천지일보 2022.09.09

매표창구 앞에는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의 줄이 하염없이 이어졌다. “줄은 이쪽으로 서주세요.” 늘어지는 길에 통행 방해를 우려한 역 관계자들이 큰 소리로 줄을 정돈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경북 대구에 혼자 살고 계신 할머니를 뵈러 간다는 김소현(25, )씨는 어머니께서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입석이라도 남았는지 알아보려고 급하게 왔다”면서 늦은 시간이긴 해도 입석 자리가 남아서 (할머니께) 갈 수는 있을 것 같다”며 한숨을 돌렸다.

서울에 사는 자녀들과 추석을 보내기 위해 ()귀성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할아버지, 여기에요!”

이날 낮 12시 서울역에 도착한 한 백발의 김덕남(81, )씨는 마중 나온 손자와 반갑게 만났다. 김씨는 가족과 함께 추석을 쇠기 위해 경남 밀양에서 왔다고 했다. 손자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서둘러 인파를 빠져나갔다.

인천 게양구에서 살고 있다는 한 70대 노부부는 가족 모임을 위해 서울역을 찾았다고 했다.

최모씨는 가족이 22명으로 대가족이다. 재작년과 지난해는 상상도 못하다가 올해 처음 다 같이 레스토랑을 예약해 한자리에 모인다남편이 몸이 안 좋아서 이번 추석에는 따로 차례를 드리지 않고 추석날 일찍 성묘만 다녀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날 볼 손주들을 위해 형형색색 봉투에 직접 용돈을 넣어 준비했다고 내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추석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출에 대한 부담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서울 자양동에 거주하는 김금욱(74,)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올해는 즐겁지 않은 명절이라며 비용이 많이 드는 차례상보다는 절에서 간편하게 차례를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추석 연휴 3017만명 대이동을 한다. 하루 평균 603만명이 이동 할 것 예상 하며 8574만명, 9609만명, 추석 당일 758만명, 11624만명, 12452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휴 시작인 오늘 0시부터 오는 12일 밤 12시까지 전국의 고속도로 차량 통행료 면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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