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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연휴 전날인 8일부터 본격적인 명절 연휴가 시작된 가운데 이날 서울역이 귀성·귀경객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2.09.08

3000만명 민족대이동 ‘시작’

한손엔 표 한손엔 선물 가득

 

“코로나 일상화, 걱정 안돼”

4차 접종 맞고 “더 조심해야”

 

연휴에 쉬지 못하는 이들도

“추석, 언제나 기분 좋은 날”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김한솔 수습기자] “저희 아이들이 할머니·할아버지 보고 싶어 할 때가 많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영상통화로만 만나 많이 아쉬웠죠. 이제 거리두기도 풀렸으니 꼭 내려가 가족들을 뵙고 올 생각입니다.”

추석 연휴 3000만명이 넘는 민족대이동이 시작됐다. 올해 추석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으로 맞는 명절이다. 연휴 전날인 8일부터 본격적인 명절 연휴가 시작된 가운데 하루 평균 600만명이 넘는 인원들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서울역에는 한 손엔 표를 들고 한 손엔 가방을 끌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이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그중에는 열차를 놓칠세라 양손 선물을 가득 들고 뛰는 이들도, 선물 대신 아기를 품에 안고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해외에 갔다가 명절을 보내기 위해 들어왔다는 두미옥(50대, 여, 경남 양산)씨는 “딸이 외국에서 오래 있다가 이번에 휴가로 들어왔는데 외국에서도 코로나는 일상화돼 있더라”며 “시댁이 부산이라 찾아뵐 건데 코로나도 감기처럼 되고 있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대유행을 경험한 만큼 방역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시민도 있었다. 명절이 아니라 일 때문에 서울역을 찾았다는 김나현(61, 서울 종로)씨는 “당일 가족끼리 모여 한끼 정도만 간단히 식사할 것 같다. 조금이라도 상태가 안 좋거나 그런 사람은 알아서 안 오기로 했다”며 “겨울에 대유행이 온다고 하니까 4차 접종까지 마치고 굉장히 조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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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연휴 전날인 8일부터 본격적인 명절 연휴가 시작된 가운데 이날 서울역이 귀성·귀경객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2.09.08

이를 위해 그는 음식도 국처럼 같이 떠먹는 게 아니라 모이되 잘하는 음식으로 간단히 먹을 수 있도록 가져와 각자 먹거나 조금씩 나눠 먹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추석이니까 아직도 설레고 그렇지만 면역이 약한 분이 계시니까 서로 최대한 조심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명절에도 연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근로자도 보였다. 열차 운행을 위해 비상근무를 서고 있다는 최진복(46, 남, 경기 평택)씨는 “명절이 되면 오히려 더 바쁘고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안되니까 더 긴장해 일하게 된다”며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시민들이 열차를 못 타 고향에 못 내려가게 되니까 어깨가 무겁다. 심지어 차라리 연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어 “명절에 부모님과 다른 형제들이나 가족을 볼 기회인데 근무로 못 가게 되면 굉장히 아쉽다. 직업 특성상 못 가서 그런 것뿐이지 항상 소방관 경찰관 등도 다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그동안 코로나다 근무다 해서 못 갔었는데 이번엔 거리두기도 풀렸으니 명절이 끝나더라도 꼭 내려가 가족들 뵐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모님을 만나러 고향에 내려가는 이들이 대다수지만 반대로 부모가 자녀집에 내려가는 ‘역귀성’을 택한 이들도 있었다. 아내와 함께 열차를 기다리던 이순천(74, 남, 남양주 진접읍)씨는 “그동안 애들이 올라왔는데 올해는 청주에 사는 아들을 보러 내려가기로 했다”며 “이번에는 그냥 놀러 가는 김에 아들네에 우리가 내려가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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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연휴 전날인 8일부터 본격적인 명절 연휴가 시작된 가운데 이날 서울역이 귀성·귀경객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2.09.08

병원 치료 때문에 무거운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는 이도 있었다. 병원 치료 때문에 올라와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원경(60대, 여)씨는 “남편이 아파 치료를 마치고 따로따로 다시 고향에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마냥 즐겁지는 않다”며 “가족들이 모이면 20명가량 되는데 거리두기도 풀리고 해서 다들 모여 시간을 보낼 것 같다. 명절이 좀 짧은 것 같아 아쉬운 건 있다”고 전했다.

고향인 경기 이천에 아버지 성묘를 간다는 김진철(가명, 남)씨도 “요즘 경기가 안 좋아 명절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고 답했다. 평소 많은 업무로 일해오다가 오래간만에 맞은 명절로 푹 쉬고 싶다는 시민들도 보였다. 대구에 가족을 보러 열차를 타러 왔다는 권민경(32, 서울 용산)씨는 “이번 추석은 그냥 쉬고 싶다. 가족들과 주변을 둘러보며 간만에 힐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버스터미널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서울 서초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하는 지하철 내부는 모두 양손에 가지각색의 캐리어를 끌고 분주히 이동하는 청년들로 가득했다. 터미널로 들어서니 핸드폰을 보랴 선물을 올려놓은 여행용 가방을 끄랴 분주했지만 간만에 고향에 내려가 가족들을 만난다는 마음에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가족을 기다리던 이혜숙(70, 서울 천호동)씨는 “내려갈 고향은 없고 여기가 큰 집이라 서울에 모두 모인다”며 “3명의 자녀가 모두 결혼해 손자가 7명인데 자식들을 손님처럼 대접한다. 그래서 추석은 바쁘고 할 일이 많지만 언제나 기분이 좋은 날”이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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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한솔 수습기자] 연휴 전날인 8일부터 본격적인 명절 연휴가 시작된 가운데 이날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이 귀성·귀경객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2.09.08

고향 전북 장수군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청년 안태성(26, 남, 서울)씨는 “매년 명절이 다가오지만 그때마다 부모님이 더 보고 싶어진다”며 “가장 하고 싶은 건 고향 친구들과 맥주 마시러 가기와 그냥 집에서 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오후가 되자 버스터미널은 귀성·귀경객들로 더욱 북적였다. 그중에는 먼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가 반가워 눈물을 흘리는 이,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음식점에서 요기를 하는 사람, 긴 대기시간 틈틈이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이들도 있었다.

먼 길을 오는 딸을 걱정할까봐 부모에게 사진을 보내기 위해 터미널 내부 곳곳을 찍고 있던 강예지(26, 여, 용산구)씨는 “명절에는 부모님이 해주시는 음식, 특히 아빠가 해주는 밥이 가장 먹고 싶다”며 “직장에서 숫자를 다루는 일들에서 벗어나 명절에는 푹 쉬고 싶다”고 했다.

한편 이번 명절 귀성은 추석 당일인 9일 오전, 귀경은 11일과 12일 오후에 집중되고 귀성·귀경·여행객이 동시에 몰리는 추석 당일이 교통혼잡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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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연휴 전날인 8일부터 본격적인 명절 연휴가 시작된 가운데 이날 서울역이 귀성·귀경객들로 붐비고 있다.ⓒ천지일보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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